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제안한 ‘제3자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당내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자 지도부 측에서 ‘속도조절론’을 내세우는 모양새다. 7일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민심’이 특검법을 수용하는 데 있다며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들고 나온 한 대표의 출구전략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동훈 지도부’ 출범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은 한 대표의 당 대표 출마 선언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6월 23일 출마 선언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종결 여부와 상관없이 특검 추천권을 제3자인 대법원장 등에게 부여하는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특히 ‘민심’을 강조하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일각에서 걱정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민심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대 야당의 ‘특검법’ 고리에 갇힌 소수 여당이 이번 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탈출 전략으로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제시한 것이다. 

한 대표는 취임 이후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그간 공수처의 수사를 지켜본 뒤 결과가 미진하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친윤(친윤석열)계’ 쪽에서도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위한 민주당의 공세에 말려들어 가는 것일 뿐이라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어 한 대표 측은 ‘속도조절론’으로 우회하는 모습이다. 

먼저 한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수석최고위원부터 ‘제3자 채상병 특검법’ 발의에 반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태도에 변화를 보였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본회의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이 부결된다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실익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친한계 인사로 전당대회 당시 한동훈 캠프의 상황실장을 역임한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도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고 밝혔다. 신 부총장은 전날 KBS 라디오에서 “재표결에 실패해서 폐기된 건데 (민주당이) 세 번째 시도할 때는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를 확인해야만 대응이 가능해지지 않겠냐”고 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에서 “(민주당은) 해병대원 특검법 말고 이것저것 다 포함시켜서 ‘국정농단 특검’ 이런 식으로 내용 바뀐 특검법 발의하겠다고 한다”며 “우리끼리 이런저런 논의를 할 필요가 있나 한다”고 밝혔다. 실익이 없다는 판단 아래 당내서 더 진전된 논의가 없는 모양새다. 

◇ 한동훈, ‘제3자 특검법’ 고리 끊어낼까

이미 채상병 특검법은 두 차례 ‘야당 법안 상정-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강제 종료 및 야당 단독 가결-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재의결 부결-폐기’ 과정을 거치면서 국회의 공회전을 거듭하게 하는 ‘정쟁 법안’으로 자리 잡았다. 민주당이 이날 세 번째 발의를 예고하면서 한 대표가 대안으로 제시했던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의 향방에 정치권의 눈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여야 대치 국면의 ‘출구 전략’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내에서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의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가능성이 없다”며 “당내에서도 원내에서도 별로 호응이 없는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도부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이 결국엔 대통령 망신주기 혹은 탄핵으로 가려는 길이라는 것을 다 알기 때문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73년생 한동훈’ 저자인 심규진 스페인IE 대학교 교수는‘속도조절론’에서 더 나아가 한 대표가 ’특검법’ 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만나“제3자 채상병 특검법 논의에서 이제는 발을 빼는 게 좋다”며 “그(채상병 특검법) 이슈는(윤 대통령과) 차별화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 교수는 현 보수를 바꾸겠다는 ‘변화’를 기치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앞으로의 ‘차별화’는 ‘채상병 특검법’이 아니라 더 큰 아젠다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심 교수는 “연금개혁이라든지 의료개혁 등 큰 정책적인 아젠다를 가지고 차별화를 해야지 ‘채상병 특검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