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8월 임시국회 첫날인 5일 오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주도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등 정쟁 법안으로 극한 대립을 멈추고 ‘민생법안’을 의논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에서 쟁점 법안이야말로 확고한 민생법안이라고 일축했다. 22대 개원부터 반복된 여야의 공회전이 또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 여야 정쟁에 민생 법안 뒷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22대 국회가 시작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며 “그간 국회가 국민께 보여드린 모습은 극한 대립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야 합의로 처리된 민생법안은 ‘제로’였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22대 국회 개원 이후 두 달간 ‘정쟁’만을 반복하면서 제대로 된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그간 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야권 단독으로 법안 처리에 나섰고, 소수 여당은 정권에 대한 공세에 맞설 수단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밖에 없는 한계를 보였다. 국회가 합의를 통해 처리한 민생 법안은 ‘0건’인 셈이다. 국회 예산은 예산대로 쓰이고 입법기관으로서 제 할일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가 국민께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없다”며 “8월 임시 국회에서는 소모적인 정쟁은 그만 멈추고 부디 민생으로 돌아가자”고 촉구했다. 이어 “정쟁 법안의 본회의 상정은 당분간 중단하고 각 상임위에서 민생 법안부터 우선적으로 집중 논의해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은 ‘문제의식’ 공유 수준에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이미 최고위 발언의 첫머리에서 ‘25만원 민생회복 지원금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건의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대치 전선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해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거부권만 남발할 게 아니라 대안부터 내놓아야 여야 간 새 법안들도 만들 수 있지 않겠나”며 “그런 면에서 적극적인 자세를 정부・여당에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정권 투쟁의 장으로 전락한 국회
결국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이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지난 두 달간 국회에서 ‘야권 법안 처리 강행-여당의 필리버스터-대통령 거부권 행사-재의결 후 법안 폐기’라는 과정으로 처리된 법안이 7건으로 늘어난 것이다.
여야가 이런 무한반복을 지속하면서 국회가 ‘입법 기관’이 아니라 ‘정권 투쟁’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은 대통령 거부권이 쌓일 수 있는 정쟁 법안을 발의하는 상황이고, 국민의힘은 ‘김건희 리스크’로 인해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음에도 정권을 차지한 현 상태 유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입법 기능을 담당해야 되는데 정권 투쟁 혹은 정권을 잡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존재하는 한 이런 상황은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며 “노란봉투법도 민주당 정권 때는 통과시키지 못했던 것인데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것을 알면서 (발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도 야당이 준비하고 발의할 생각이라 2027년 대선 때까지 여야 간 극한 대립만이 나타날 것”이라며 “(국회의 대립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의 예측도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이 휴가 이후 발표한다는 4+1 개혁안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해 손을 먼저 내밀지 않을까 한다"며 "접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 대선까지 계속 이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한국 정치에서 현재 제일 힘 있는 사람이 ‘윤석열, 이재명, 한동훈’ 세 명인데 이 중 두 명 이상이 (대치 국면 해소를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는 18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고 나면 ‘이재명과 한동훈’ 중 변화를 모색할 사람이 본인의 정치를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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