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한 대표는 4・10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제안했다.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모습. 한 대표는 4・10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 이날 출마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제안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야권에서 4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이 또 정치권 내 화두로 등장했다. 여당 내에서는 어떤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이든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밝힌 한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르는 모양새다.

◇ 야5당, 4번째 ‘채상병 특검법’ 발의… 여 ‘무늬만 특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4일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세 번째로 발의한 ‘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고 법안 심사소위로 회부했다. 

앞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전날(3일)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공동발의했다. 바로 다음날 세 번째 채상병 특검법을 법사위에 상정하면서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특검법안을 먼저 상정하면 네 번째 특검법은 20일간의 법안 숙려 기간을 거치지 않고 소위에서 병합 심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채상병 특검법 상정에 반발해 법사위 회의에 불참했다. 이후 4일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꼼수 상정’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앞에 (세 번째 채상병 특검) 법안을 상정해 이 법안을 소위에 회부하기 위한 도구로 이날 법사위 회의를 이용한 것”이라며 “특검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꼼수 상정”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발의된 네 번째 채상병 특검법은 한 대표가 당 대표 출마선언에서 공언한 ‘제3자(대법원장) 추천’ 방식이 담겼다. 대법원장이 4명의 특별검사 후보를 추천하면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을 선정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하도록 했다. 단 교섭단체에서 여당은 제외하는 조항을 뒀다. 또 야권에서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추천을 요구할 ‘비토권’이 담겼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은 제3자 (특검) 추천안을 수용하겠다는 대승적인 결단을 했다”며 “이제 한 대표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무늬만 제3자 추천’이라며 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이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야당에 ‘비토권’을 부여하면서 ‘무늬만 제3자 추천’으로 전락했다”며 “특검 권한, 수사대상과 범위, 증거수집 기간 등의 주요 내용은 민주당의 이전 법안과 판박이다. 결국 민주당이 미는 인사에게 특검을 맡기겠다는, 사실상 본인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심산”이라고 일침했다. 

민주당에서 먼저 ‘제3자 특검법’이라는 이름표를 단 법안을 발의하며 공세에 나섰지만 한 대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전날 경북 구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네 번째 특검법 발의에 대해 “내용을 봤는데 바뀐게 별로 없더라”고 했다. 다만 그는 “(당내 여론 수렴 후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는) 제 입장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제3자 채상병 특검법’을 먼저 제안했지만 강력한 드라이브로 밀고 나가는 등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원내대표는 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본인이 약속했던 채 상병 특검법을 정말 강하게 드라이브를 밀고 나가 국민 지지를 얻어 반대하는 의원들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오도록 만들겠다(든 지) 내가 미래 권력이라며 치고 나가 ‘나를 버릴 수 없게 만들겠다’는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그런 걸 못 하고 모범생처럼 ‘이것도 저것도 지켜야 되고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이 때문에) 국민 기대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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