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22대 국회의원 중 ‘저출산 해결’에 가장 적극적인 의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제1의 의정 과제로 뽑았을 뿐 아니라, 2040 의원들을 중심으로 저출산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단체인 ‘순풍포럼’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그가 <시사위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저출산 원인’ 중 가장 중요한 문제로 ‘주거 문제’를 꼽았다. 그러면서 “매매든 전세든 서울에서 살기에 어림도 없다”며 “이 정도로는 출산 의지를 접은 청년세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주거 마련을 위한 대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서울 집값과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육아휴직 기간에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임금의 41.8%(2023년 11월 기준) 수준으로는 젊은 사람들이 선뜻 아기를 낳기 힘든 구조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2040 의원들에게 ‘순풍포럼’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저출산 문제에 여야가 없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저출산 해결’을 22대 국회 의정활동 제1의 과제로 꼽았다. 여러 국가적 과제 중 ‘저출산 해결’을 1순위로 꼽은 이유가 있나.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시각이 달라졌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너무 잘 보이고, 저출산 대책의 허점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당장 아이를 키우기에 집이 좁아서 이사를 해야 했고, 아내가 하던 공부를 중단해야 했다. 또 아이를 길러줄 보육 문제를 신경 쓰게 됐다. 저출산이 일어나게 되는 연쇄 작용을 온몸으로 두들겨 맞으면서 저출산 문제는 왜 해결되지 않는지 실감하고 공감하게 됐다. 30대 ‘초보 아빠’ 정치인으로서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문제의식으로 결혼과 출산 당사자인 청년세대에 공감받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다. 그것이 나의 특권이자 의무라고 생각한다.”
-‘저출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출산 원인을 하나로 규정할 수는 없다. 저출산 문제는 10개의 볼링핀으로 비유되는 경제‧문화‧사회‧정치 등의 문제들이 얽혀서 생긴 문제고, 한 개의 볼링핀만 넘어뜨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단연 중요한 것은 주거 문제다. 주거는 교통인프라, 일자리, 아이를 맡길 보육‧교육 시설과도 밀접한 문제면서 주거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출산과 양육도 이뤄지기 어렵다. 서울에 집을 구할 수 없으니 외곽으로 빠지고, 출퇴근 시간이 길어진다. 양육할 시간도, 아이를 낳을 용기도 없어진다.
-‘주거 문제’를 주원인으로 꼽았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존 주거 관련 정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기준이 점점 완화되고, 자녀 수에 비례한 면적을 제공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출 한도는 어림없다. ‘신생아 특례 구입자금 대출’ 대상은 9억원 이하, ‘전세자금 대출’ 대상은 수도권 5억원 이하 주택이다. ‘구입자금 대출’ 한도는 5억원, ‘전세자금’ 한도는 3억원이다. 올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원, 전세가격은 6억원을 넘었는데 그에 한참 못 미치는 기준이다. 매매든 전세든 서울에서 살기에 어림도 없다. 이 정도로는 출산 의지를 접은 청년세대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신생아 특례 디딤돌 대출’도 수도권 청년들에게 실효적인 혜택이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개념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육아는 고된 일이고 존중받아 마땅한데, 휴가와 휴직이 주는 휴식이라는 의미가 기업과 개개인에게 육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어딘가로 쉬러 간다는 의미의 休(쉴 휴)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이를 뒤틀 수 있는 입법을 고려 중이다.”
“육아휴직 기간에 소득대체율(2023년 11월 기준, 통상임금의 41.8% 수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의 소득대체율 수준으로는 선뜻 젊은 사람들이 아기를 낳기 힘든 구조다.”
-‘순풍 포럼’은 어떤 모임인가.
“‘2040 순풍 포럼’은 국회 차원의 저출산 해법을 도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구단체다. 순풍포럼의 특징은 실제로 지금 아이를 낳아야 하는 신혼부부, 결혼하지 않은 젊은 의원들 내지는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저 같은 초보 엄마·아빠 같은 사람들이 주축이라는 것이다. 저희가 겪는 현실적인 문제가 결국에는 저출산의 원인이 된다. 이를 정치적으로 의제화할 수 있다는 것이 순풍포럼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어떤 활동을 하나.
“순풍포럼은 최근 국민의힘 약자와의동행위원회와 함께 ‘노박 커털린’ 전 헝가리 대통령을 모시고 특강을 열어 인구 감소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모범 사례인 헝가리의 정책 경험을 들었다. 노박 전 대통령도 당시 3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집행으로 출산율 반등이라는 어려운 일을 해냈는데, 배울 점이 많았다. 이러한 특강과 세미나를 비롯해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현장 참여와 실습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에게 ‘순풍 포럼’ 참여를 공식 제안할 계획이 있나.
“당연하다. 저출산 문제에 여야는 없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가 겹칠 결과인 저출산 문제는 국회의원 한 명의 노력으로 대응하기는 어렵다. 순풍 포럼은 물론이고 기회가 될 때마다, 기회를 만들어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의원들과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저출산 시대’의 아빠의 역할은 무엇인가.
“아빠의 역할이라고 해서 엄마의 역할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아빠효과’라고 한다. 사실 이러한 효과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아빠의 육아 참여는 너무 중요하고 당연하다. 그런데 곳곳에 아빠의 육아 참여를 막는 요소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부장 문화가 옅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남녀의 임금 격차는 육아 휴직 소득대체율 문제로 이어지고, 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로, 다시 남녀 고용 문제로 귀결된다. 엄마에게만 육아의 몫이 짊어지는 것은 잘못됐으나 아빠가 육아 휴직을 쓰면 집안의 소득이 줄어들고, 회사에서는 엄마가 육아 휴직을 사용할 때보다 더 많이 눈치를 준다. 이런 상황들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