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정부는 지난 8월, 2025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2025년 정부 전체 예산안은 677조4,000억원으로 책정돼 올해보다 20조8,000억원의 증액이 이뤄졌다.

그리고 교육, 환경, 국방 등을 포함한 12개의 분야 중 11개의 분야에도 증액이 이뤄졌다. 0.6% 증액이 이뤄진 일반·지방행정 분야부터 11.8% 증액이 이뤄진 R&D까지, 금액의 차이는 있으나 예산의 증액은 분명 해당 분야와 업계에선 환영할 만한 소식이었을 것이다. 

다만 자세히 봐야 할 점은 12개의 분야 중 유일하게 삭감이 이뤄진 분야다. 바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 분야다. 

2025년 SOC 예산은 올해 예산보다 약 9,000억원 삭감된 25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올해 대비 3.6% 감소한 것으로 물가상승률, 건설공사비 상승 등을 염두하면 3.6%보다 더 낮아진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내년 국토교통부 예산도 올해 예산보다 2조7,000억원 줄어든 58조2,000억원으로 배정됐다. 그리고 국토부가 밝힌 SOC 예산도 약 1조2,000억원이 줄어 19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국토부 측은 이를 두고 “SOC 사업은 5년 단위 계획에 따라 추진돼 기존사업 완공과 신규사업 착공 규모 등에 변동이 있어 예산이 소폭 축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SOC는 경제 활성화와 고용 활성화를 불러오며, 노후 인프라를 재건과 기후위기와 같은 미래를 위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의 건설업은 희망적인 면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2024년 2/4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건설업의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세전순이익률, 매출액영업이익률 모두 지난해 2분기와 비교했을 때 하락했다. 성장성 지표인 총자산증가율과 매출액증가율도 소폭 하락했다. 

건설근로자의 상황도 나쁘긴 매한가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건설업 분야에서 구직급여를 받고 있는 인원은 7만2,700명으로 지난해 8월 대비 1만1,000명 늘었다. 현재 근무를 하면서 돈을 받고 있는 건설근로자의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건설근로자의 평균 연간 임금소득은 3,592만원으로 지난 2022년 평균인 3,679만원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87만원 가량 줄어들었다.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건설경기도 그다지 밝지 않은 상황에선 건설경기의 촉진을 위해 SOC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SOC 투자는 경기 순환에 큰 역할을 한다”며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라 경기를 선순환 시킨다는 관점에서 SOC 투자는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경기 순환이 SOC 확대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노후 인프라 문제 또한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1월 밝힌 바에 따르면 준공 후 20년 이상 경과한 기반시설물은 19만6,325개로 전체의 51.2%로 집계됐다. 30년 이상 경과한 시설물도 9만6,753개로 전체의 25.2%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준공일자 확인이 불가능한 9만5,018개의 시설물은 조사에서 제외돼 실제로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업이 완료되고 신규사업 착공 규모 등에 변동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직 손봐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엄 연구위원은 “노후 인프라와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과제가 아직 남아있기에 투자는 확대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노후 인프라를 넘어서 더 신경써야 하는 분야도 있다. 바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프라다. 우리가 걸어 다니는 보도블록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사라지고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몇 년째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 점자블록이 법적으로 필수 설치되도록 지정된 곳이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등 일부에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의 한 연구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점자블록이 일정하게 설치되면 좋겠으나 법적인 의무 사항이 아닌 지자체의 메뉴얼이나 센터의 의견을 통해서 설치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항목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지자체 보수공사비 등에 포함돼 있어 예산이 빨리 소진되면 점자블록을 설치하지 못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예산을 축소시킨 것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건설 경기는 물론 국민의 일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SOC 투자에 정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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