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 11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정기회) 제 11차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677조원 규모의 2025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 정국’이 본격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불참(한덕수 국무총리 대독)으로 한 차례 공방을 주고받았던 여야는 예산 삭감‧증액을 두고 연말까지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예산 심사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예산의 대규모 삭감을 벼르고 있다. 또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대왕고래 사업), 마음건강 지원 사업, 개 식용 종식 폐업‧전업 사업 등을 이른바 ‘대통령 부부표 예산’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감액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대표가 강조하는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사업, 재생에너지 지원,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등에 대한 예산은 증액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대규모 ‘예산 손질’에 국민의힘은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야당 주도로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도 예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 폐지법’으로 예산 심사 법정 기한(11월 30일)이 지나도 예산안‧예산안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민주당, ‘권력기관‧대통령 부부표’ 예산 삭감 예고… ‘이재명표’는 증액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2025년 예산도 결국 민생과 한참 동떨어진 초부자 감세 예산, 윤석열 정부 ‘제 논에 물대기’ 예산”이라며 “민주당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예산의 대규모 ‘손질’을 벼르고 있다. 우선 법무부‧대통령비서실‧대통령경호처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를 전액 삭감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경찰국‧인사정보관리단 경비도 전액 삭감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위법한 시행령에 따라서 만들어진 경찰국,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과 같은 것을 운영하는 예산을 과감하게 삭감하겠다”며 “위법한 시행령에 동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왕고래 사업(505억원) △마음 건강 지원 사업(7900억원) △개 식용 종식 폐업‧전업(3500억원) 등을 이른바 ‘윤 대통령표’, ‘김건희 여사표’ 예산으로 규정하고 감액을 예고한 상황이다. 대왕고래 사업은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은 김 여사가 지난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를 순찰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개 식용 종식법’은 이른바 ‘김건희 법’으로 불린 법안이다.

대신 민주당은 ‘6대 민생‧미래 예산’을 특정하고 이에 대한 증액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지원 사업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재난안전 예산 △에너지고속도로 투자 및 재생에너지 사업 예산 △저출생 극복 △AI(인공지능) 반도체 투자‧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이다. 이 사업의 대부분은 이 대표의 ‘트레이드마크’로 불린다. 

박 원내대표는 이러한 예산 증액 추진과 관련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2025년도 예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규모 예산 손질 예고’에 대해 “무책임한 행위”라고 반발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예산안은 무엇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거대 야당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덧칠하고 표적삭감을 예고하는 것은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행위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예산안 본회의 자동 부의 폐지법’을 두고도 여야는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운영위에서 강행 처리해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입법부가 헌법을 거스르는 법률안을 만드는 비상식적인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에는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사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법정 시한을 넘기는 예가 속출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에 ‘예산안 자동 부의 제도 폐지법’ 개정안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12월 2일)을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산안을 내실 있게 심사하는 것”이라며 “이번에도 가급적 법정 시한을 준수하려고 노력할 것이지만 그 시한 때문에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오는 7일~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진행되고, 예산 감액과 증액이 이뤄지는 예산조정소위원회는 오는 18~25일로 일정이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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