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도 속편 영화의 강세가 이어졌다. 외화를 포함한 올해 개봉작 흥행 톱 10 중 절반인 5편이 인기 영화의 속편이었다. 국내 시리즈 영화로는 ‘범죄도시4’(감독 허명행)와 ‘베테랑2’(감독 류승완)가 이름을 올렸다.
그중에서도 2015년 개봉해 1,341만 관객을 모으며 국내 액션 범죄 수사극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베테랑’이 9년 만에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와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일찌감치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기대감을 키웠다.
뜨거운 기대 속에 베일을 벗은 ‘베테랑2’는 전편과 다른 ‘톤 앤 매너’, 다소 묵직하고 진지한 서사로 유쾌하고 통쾌한 오락물을 기대한 관객들 사이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황정민‧정해인 등 배우들의 열연과 류승완 감독 특유의 강렬하고 화려한 액션 시퀀스, 깊이 있는 메시지 등을 앞세워 관객을 매료했다.
개봉 첫날 49만7,546명의 오프닝 스코어로 출발한 ‘베테랑2’는 개봉 이틀째 100만 관객을 돌파했고 3일째 200만 고지를 밟았다. 개봉 5일째 300만 관객을 달성한 뒤 하루 만에 손익분기점인 400만 관객까지 돌파하며 거침없는 흥행세를 보였다. 개봉 2주 차 주말에도 1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으며 식지 않은 질주를 이어갔다. 최종 관객 수는 약 752만명이다.
추석 연휴 하루 전날 개봉한 ‘베테랑2’는 9월 흥행 1위뿐 아니라 역대 추석 개봉작 중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추석 대목을 겨냥한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팬데믹 기간인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2008년 이후의 추석 연휴 사흘 기준 역대 최저 매출액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우 큰 성과다.
외화에서도 속편 영화를 향한 관객의 호응이 이어졌다. ‘인사이드 아웃2’(누적 약 879만명), ‘모아나 2’(누적 약 322만명), ‘듄: 파트2’(누적 약 201만명) 3편이 올해 흥행 톱10 안에 들었다. 이 밖에도 ‘쿵푸팬더4’ ‘베놈: 라스트 댄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슈퍼배드 4’ ‘글래디에이터 Ⅱ’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조커: 폴리 아 되’ ‘콰이어트 플레이스: 첫째 날’ 등 인기 시리즈의 속편이 대거 관객을 만났다.
◇ ‘허리급’ 영화들의 약진, ‘비주류’의 깜짝 흥행
이른바 ‘허리급’ 영화들의 선전도 돋보였다. 특히 ‘파일럿’(누적 약 471만명, 손익 약 200만명), ‘핸섬가이즈’(누적 약 177만명, 손익 약 100만명) ‘탈주’(누적 약 256만명, 손익 약 200만명) 등 손익분기점이 200만명 안팎인 중급 한국 영화들이 올여름 극장가에서 기대 이상 흥행 성적을 거두면서 대작이 쏟아지던 전통 여름 극장의 흥행 공식을 바꿨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여름 성수기가 곧 한국 대작 영화의 수확기라는 기존의 흥행 공식과 배급 패턴에 변화가 나타난 풍경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시민덕희’(누적 약 171만명, 손익 약 180만명), ‘그녀가 죽었다’(누적 약 123만명, 손익 약 150만명), ‘히든페이스’(누적 100만명, 손익 약 140만명) 등은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거의 근접했다. VOD, IPTV, 판권 등 부가 수익을 고려하면 최종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한 셈이다.
다큐멘터리, 국산 애니메이션, 콘서트 실황 등 소위 ‘비주류’로 여겨지던 영화들의 깜짝 흥행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먼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적 행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건국전쟁’(2월 1일 개봉)이 이례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주목을 받았고 최종 관객 수 117만명을 기록하며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흥행 13위에 올랐다.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도 흥행 복병으로 떠올랐다. 지난 8월 7일 개봉한 ‘사랑의 하츄핑’은 최종 관객 수 약 123만명을 기록, 손익분기점인 7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은 물론,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2위에 올랐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100만명의 관객을 돌파한 것은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2012) 이후 12년 만이다.
팬데믹 이후 공연 실황 영화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를 담은 공연 실황 영화 ‘임영웅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도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8월 28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35만7,865명, 매출액 약 101억원을 기록하며 공연 실황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IMAX, Screen X 등 특수관 매출의 비중이 높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기존 공연 실황 영화가 10~30대 젊은 관객층 중심이었다면 ‘임영웅│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은 50대 이상 관객 비중이 높아 특별관 이용 관객층이 중년층까지 확장된 사례로도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