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탄핵정국과 정치 불안 속에서도 한국의 부동산은 정치적 영향보다는 ‘정부의 정책’과 ‘시장 참여자’들의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키움증권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산업브리프를 발표했다. 이어 현재 거대 양당의 부동산 정책이 실수요 중심의 부동산 시장 재편으로 비슷한 방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앞으로도 수도권 중심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 ‘정치’보다는 ‘정책’과 ‘참여자의 태도’가 중요
최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오는 4일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국회로부터 탄핵소추가 가결된 이후 111일 만이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두 번 있었다. 지난 2004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와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다. 키움증권 측은 이 두 번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두고 “앞서 두 번의 경우는 부동산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적인 영향보다는 결국 정부의 정책과 시장 참여자들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먼저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4년 5월 이후 아파트 매매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 이유는 첫 번째 수도권 중심의 공급 증가 정책과, 2003년부터 예고한 △종합부동산세 신설 △재건축개발이익 환수 △주택거래신고제 등 강력한 규제책에 따라 부동산 투자 심리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내수경기 침체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아파트 매매가는 ‘정책’에 따른 부동산 투자심리 위축과 내수 경기 침체로 수도권 중심의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17년 3월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만 상승세를 보였다고 키움증권 측은 전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이 재시행돼 서울의 공급 감소가 전망됐고, 각종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민간소비는 양호했으며, 수출 또한 성황이라 국내 경기가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수도권 아파트에 대한 불패 의식이 강해지면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강세로 이어졌고, 지방은 약해지면서 양극화 현상을 불러왔다. 결과적으로 두 탄핵심판 이후 한국 부동산은 정치 불안보다는 정책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이다.
◇ 정책 불안 완화, 부동산시장 회복에 긍정적일 수도
키움증권 측은 단기적으론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거대 양당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으로 바뀌는 등 비슷한 방향성을 띠고 있어 결국 정책적 불확실성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경우 부동산 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수도권-비수도권 양극화와 서울 쏠림으로 인한 규제 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게 키움증권 측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19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부동산관계기관회의’를 개최하고 해제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한 달 만에 재지정한 것 또한, 규제 완화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키움증권 측은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여당은 강력한 규제 완화보단 실수요자 중심의 완화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중과세 완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기존엔 적극적인 규제로 안정성을 추구했지만, 최근 유력 후보들이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을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판단하면서 규제보단 현 상황 유지에 집중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특히, 1주택자 종부세 완화와 소득세, 상속세 개편 등에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수요자에 대한 완화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게 키움증권 측이 판단 이유로 꼽은 대목이다.
무엇보다 양당 모두 실수요자 중심의 부동산 시장 재편을 위해 정책에 집중할 것으로 키움증권 측은 전망했다. 특히 현재 양당이 △1주택자 종부세 완화 근로소득세 및 상속세 완화 △재건축 재개발 기간 단축 유도 등 일부 정책에 동의하고 있는 등 정책의 방향성이 비슷해지고 있고, 이는 정치불안은 넘기더라도 정책 불안은 낮아짐에 따라 부동산 시장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키움증권 측은 설명했다.
◇ 정책 불안 완화 속 여전한 수도권 중심 부동산 시장
정책적 불안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에도 부동산 수도권 집중과 양극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비수도권보단 수도권에 수요가 더 많고, 현재 정부의 부동산 실수요 정책이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신혼부부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의 규제 완화는 없는 가운데 주택자 세 부담 완화는 더욱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될 전망이다.
키움증권 측은 이를 두고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돼 시장에서 부동산 상승이 일어났으나 재지정은 단기적인 부동산 하락은 불러올 순 있어도 결국 풍선효과로 서울 주변 지역으로 매매가 상승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도 같은 입장을 표한 바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또한 “규제는 당분간의 수요를 줄이고 시장 거래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주변으로 구매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어 풍선효과의 가능성은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