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차 내각 인선을 단행한 가운데, 현역 의원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인사가 진행된 18명의 국무위원 중 8명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역대 정부 초기 내각 인선 중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국정 운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손발이 맞는 인사들을 적극 기용해 신속한 국정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이 대통령은 전날(29일) 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는 구윤철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를 임명했고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는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내정됐다. 전문성과 혁신성을 겸비한 인물로서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실용주의 인선’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눈에 띄는 것은 현역 의원들의 약진이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정성호 민주당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윤호중 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앞선 인선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등을 포함하면 총 8명이 정부 초기 내각에 입성한 것이다. 18명의 국무위원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비율이 현역 의원으로 채워졌다.
정부의 현역 의원 선호는 역대 정부와 비교했을 때도 높은 수준이다. 당장 윤석열 정부 첫 내각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은 총 4명이었고 문재인 정부 첫 내각에서는 5명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약 두 배가량 차이가 난다. 그간 역대 정부에서 초기 내각 현역 의원의 숫자가 가장 높았던 것은 김대중 정부에서 10명이었는데, 이재명 정부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각이 꾸려진 것이다.
초기 내각에 현역 의원을 다수 배치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기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새 정부가 출범한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등용하는 것보다는 과거부터 ‘합’을 맞춰왔던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이 국정성과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첫 인선에서 현역 의원이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외부에서 오신 분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야당, ‘의원내각제’ 비판도
실제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인수위가 있었다면 좀 더 시간이 있고 국정 공백이 여유를 가질 수 있어도 괜찮은 상황이면 모르겠지만 대한민국이 한미 관세 협상이라든지 여러 막중한 현안 속에서 인사를 긴급하게 해야 할 필요성을 충분히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호흡해 왔던 분들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초기 국정 철학을 빠르게 안착시키기 위해 여당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이러한 인선이 효과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30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인터뷰에서 “어느 정권이든 초기에 그립을 세게 잡는다 그러지 않나”라며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 빠르게 전파되도록 그런 국정 운영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이어 “민생을 빨리 회복하고 안정시키고 그다음 성장으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이런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조속한 성과를 앞세웠지만, 우려도 나온다. 여당 소속 현역 의원들이 대거 행정부의 수장을 겸하면서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현역 의원들의 의정 활동이 사실상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의정 공백에 대한 우려는 물론, 현역 의원인 만큼 청문회 과정이 옅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채널A ‘뉴스A’인터뷰에서 “청문회 통과를 수월하게 하기 위한 술수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보지 못했던 국회의원 줄 입각 사태”라며 “입법과 국정의 균형을 책임져야 할 현직 의원들을 줄줄이 내각에 집어넣는 건 대한민국을 의원내각제로 착각한 듯한 행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정 운영의 과도한 정치화, 인사청문회 무력화, 정무적 줄 세우기는 균형 잡힌 국정 운영이 아니라 대통령실의 권력에 휘둘리는 사조직화와 포퓰리즘 운영이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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