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용산=이영실 기자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비결은 ‘진짜 한국’을 담아내려던 매기 강 감독의 집념 덕이었다.
22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매기 강 감독이 참석해 흥행 소감부터 영화의 출발과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미라·조이가 화려한 무대 뒤 세상을 지키는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는 이야기를 담은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몬스터 호텔’ 등을 만든 미국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은 작품으로,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과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이 공동 연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과 케이팝 가수를 소재로 오컬트와 액션을 더해 신선한 이야기를 완성한 영화는 음악은 물론, 남산서울타워와 기와집, 저승사자 등 한국적 정서와 요소를 디테일하게 녹여내 다채로운 볼거리를 완성하며 글로벌 시청자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공개 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리스트 영어 영화 부문에 빠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물론, 곧 역대 넷플릭스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할 전망이다. OST 역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메인 OST ‘골든’은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라는 기록까지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한국을 찾은 매기 강 감독은 “믿어지지 않는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흥행 이유에 대해서는 “모든 캐릭터에 감정적 공감이 가능하고 그 지점이 영화가 가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첫 연출작으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 구상했다. 이러한 선택을 한 이유는.
“어렸을 때 캐나다로 이민을 갔는데 초등학교 2~3학년 때 선생님이 ‘너는 어느 나라에서 왔니’라고 물었다. 그래서 한국이라고 답했더니 지도에서 한국을 찾지를 못하더라.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다고 했는데도 못찾았다. 그래서 내가 딱 짚었는데 중국, 일본과 표기된 색깔이 다른 거다. 발달이 덜 된 나라로 나왔다. 그걸 보고 되게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를 이렇게 보는구나 느꼈고 그때부터 우리나라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한국 문화의 디테일한 묘사가 인상적이었다. 고증 과정은.
“해외에서 한국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든 걸 보면 틀린 게 많잖나. 아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예를 들어 ‘뮬란’ 같은 경우도 중국 스토리인데 의상은 기모노 스타일인 것을 보면서 아시아인으로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 영화를 만들면서 한국 문화나 디테일을 정말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혼자 한 것은 아니다. 팀 멤버 중 한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팀워크로 하나하나 다 만들었다.”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통할 거라고 예상했나.
“영화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제일 중요하다. 보편적인 스토리를 만들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우리 문화에 대해 여러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케이팝과 퇴마의 조합도 이색적이었다. 어떻게 떠올리게 됐나.
“처음부터 우리 문화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콘셉트를 잡았을 때 저승사자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게 미국에서는 색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도깨비 이런 게 우리 문화에 특별한 이미지라서 그렇게 생각하다가 자연스럽게 데몬 헌터 아이디어가 나온 거다. 케이팝은 마지막에 들어오게 된 건데 7~8년 전에도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케이팝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데 아무도 그걸 풀지 못했다. 그 두 가지를 뭉치니까 재밌는 콘셉트가 나오게 됐다.”
-실제 케이팝 아이돌은 얼마나 참고했나.
“한 그룹을 말할 수 없다. 이 영화는 케이팝 팬들을 위해 만들고 싶었고 나도 케이팝 팬이다. 레퍼런스를 뽑을 때 아이돌이 많았고 한국 분들이 아닌 분들도 올라갔다. 여러 그룹을 뽑았기 때문에 한 그룹, 하나의 아이돌이라고는 할 수 없다.”
-OST ‘골든’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탄생 과정이 궁금하고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감상도 궁금하다.
“가장 어려운 곡이었다. 이야기를 개발하고 나서 꽤 늦은 시점에 이 곡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꼭 달성해야 할 목적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주인공인 루미가 자신의 소망, 열망을 담은 대표곡이 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뮤지컬에 있어서 주로 전통적으로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곡이 되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했다. 그런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캐릭터의 전사를 전달하는 게 필요했다. 캐릭터들이 아주 완전하고 편안하지 않은 전사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그걸 전달해야만 이 곡을 들었을 때 그들의 성장 서사가 정확하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다. 또 부르기 어려운 노래였어야만 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주제가 음악의 힘인데 굉장히 높은 고음을 해내는 가수의 노래를 들었을 때 설레잖나. 고음 파트가 더 높고 부르기 힘들수록 순간의 감정이 격해지고 큰 감동을 준다고 생각했다. 최종본에 이르기까지 7~8개의 버전을 거쳤다. 밴쿠버 공항 가는 길에 최종본을 처음 듣고 눈물이 났다. 듣고 바로 이것이라고 느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 순간 ‘아, 이거다’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 싱어롱 시티 버스가 만들어져서 떼창을 부르는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세계 시장에서 어떤 지점이 통했다고 생각하나.
“결국 이 영화가 가진 매력은 바로 이야기다. 모든 캐릭터에 진심으로, 감정적으로 공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영화가 가지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것은 장벽을 허무는 데 있어 최상의 예술 형태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똑같다. 사랑받고 싶고 안정을 원하고 인정받길 원한다. 우리는 다 각자 숨기고 싶은 게 있고 수치심을 느끼는 게 있다. 모든 사람들, 심지어 아주 어린 아이까지도 공감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초기 단기에서 6살짜리 아이가 영화를 봤는데 루미가 가진 두려움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후속 시즌에 대한 계획은. 다음 시즌이 제작된다면 OST는 어떤 방향으로 담아내고 싶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는데 아이디어는 좀 있다. 한국의 음악을 여러 가지로 보여주고 싶다. 트로트도 요즘 인기가 많잖나. 그런 것도 보여주고 싶고 다른 장르의 한국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
-진우는 다음 시즌에 살아날 가능성이 있나.
“제일 중요한 질문이다. 모르는 거다. 그렇지만 한국 콘텐츠는 비극을 좋아하지 않나.(웃음)”
-한국 밖에서 보는 한국적인 것의 본질적 속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루미는 헌터와 데몬의 경계에 있는 인물인데 이렇게 이중적으로 설정한 이유와 연관이 있나.
“나와 같은 교포들은 정체성 혼란을 겪기 쉽다. 나는 운이 좋게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자라진 않았지만 강력하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품어왔다. 지금도 나를 한국인이라고 소개하고 깊이 한국인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캐나다인이라는 사실을 잊기도 한다. 아마도 한국어를 간직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언어를 유지한 덕에 한국 문화에 가까이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자라는 누구든 이런 지점을 힘들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문화 속에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오늘날 우리 문화의 글로벌한 매력, 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 문화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를 하려고 한다면 나와 같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크리에이터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 문화와 동시에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도 깊게 가진 사람들이 그 예시가 될 거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한국인이라는 의미, 한국적인 것의 본질이라는 것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루미의 정체성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민족적 혹은 인종과 관련된 것과 연결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더라. 아름다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나의 딸처럼 한국인과 백인 부모를 두고 있는 아이들도 루미를 보며 공감하고 위로가 된다면 그것이 너무나 아름답고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케이팝을 보는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팬덤 소비가 많아지면서 불필요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모든 업계에 명과 암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 영화를 만들면서 케이팝의 그 어떤 어두운 면도 조명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이것을 소재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드러내고 싶었다. 사자보이즈는 악귀다. 명백한 빌런이기 때문에 실질적 위협이 스토리라인에서 중요했다. 그래서 연관해서 걱정하진 않았다.”
-무속신앙이 잘 녹아들어서 흥미로웠다. 무당과 굿 등을 케이팝과 연관 짓게 된 배경도 궁금하다. 또 이를 여성 서사로 연결하게 된 이유는.
“굿이라는 것은 최초의 콘서트라고 생각했고 우리 문화에 있는 거라서 보여주고 싶었다. 완벽하게 헌트릭스와 연결된 것 같다. 음악과 춤을 이용해서 악귀를 물리치는 그런 아이디어가 우리 문화에 이미 있기 때문에 연결성을 만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걸 통해 헌터들이 여러 세대를 거쳐서 어떻게 변했나 보여주고자 했다. 오프닝신이 짧지만 히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무당들이 전통적으로 여성이잖나. 그 지점이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무당이 굿을 할 때 남성 의복을 입는게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전통적으로 그랬다는 게 진보적이라고 생각했고 굉장한 페미니즘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의 신화, 무당을 연결해서 생각하는 게 적합했다고 본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이 작품을 보는 여성들에게 어떻게 전달되길 바라나.
“이런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게 이 영화를 만드는 중요한 이유였다. 애니메이션에서 여성 캐릭터는 못생기지 않아야 하고 너무 웃기거나 바보 같으면 안 된다는 걸 다른 영화를 만들면서 겪었다. 그래서 내 작품을 만들 때는 웃긴 얼굴도 만들고 음식도 막 이상하게 먹고 그런 여자를 보고 싶었다. 나 같은 여자를 보고 싶었다. 진짜 코믹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케이콘텐츠의 내일을 예상한다면. 앞으로 글로벌에서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는 무엇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자신감인 것 같다. 우리 문화에 대해 그리고 한국이 가지는 관점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관객이 원하는 것, 그들의 의견에 맞추려고 하는 순간 진정성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을 관객은 바로 알아챈다. 그들은 ‘진짜’를 원한다. 나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나의 한국적 감성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보여주고자 했다. 그런 것들을 할 때 두려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 드러냈을 때 크게 잘못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굉장히 잘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작품도 성공할 수 있었다고 본다. 모든 이들의 손길이 ‘진짜’였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글로벌하게 뻗어나가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있는 그대로 자신감 있게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스카 후보에 오를 거라는 전망이 있는데, 수상에 대한 기대감은.
“그 누구도 그런 이유로 창작활동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떤 형태로든 인정을 받을 수 있다면, 특히 영화업계에서 그런 인정을 받게 된다면 큰 의미이고 대단한 영광일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 삶에서 영향을 받은 케이팝이나 콘텐츠가 있나.
“서태지와 아이들, H.O.T.를 되게 좋아했다. 진짜 팬이었다. 그래서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도 우리 영화에 나온다. 듀스도 그렇고. 영감을 준 인물은 봉준호 감독님이다. 특히 ‘괴물’이 내게 의미가 많은 영화다. 그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행사를 할 거다. 그때 의미에 대해 더 밝히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우리 영화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나도 감사하고 우리 팀들도 많이 감사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