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부산 북구 소재 의료법인 이사장 A씨가 근로자 105명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 약 14억원을 체불해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A씨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지난 2023년 1월부터 부산 북구 소재 요양병원의 간호조무사 등 근로자들의 임금 및 퇴직금을 체불했다. 재단의 또 다른 병원인 부산진구 소재 요양병원에서도 다수 근로자의 임금 및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수사한 근로감독관은 요양병원이 정상적으로 가동돼 안정적인 수입금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임금체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을 토대로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용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를 통해 법인 자금의 흐름과 사용처를 조사해 A씨가 고의로 임금을 체불한 경위가 밝혀져 검찰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임금체불이 시작된 2023년 1월 이후 법인 통장에 자금이 입금되면 피의자의 개인 통장으로 이체해 채무 변제 등에 우선 지출했다. 현금을 인출해 개인용도로 사용한 정황도 확인됐다.
특히 A씨가 2021년 4월 매입한 호텔 운영비에 법인 자금이 사용된 정황이 밝혀졌으며, 체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2023년~2025년에 A씨가 법인카드로 27회에 걸쳐 골프장을 이용하고 여러 차례 해외여행 비용에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A씨는 다수의 근로자가 임금체불로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법인 수익금으로 임금을 지급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체불 임금 대부분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대지급금 제도’를 통해 지급됐으며, A씨는 대지급금을 변제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민광제 부산북부지청장은 “고액‧상습체불 사업주는 반드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체불 행위는 임금 절도이자 경제적 범죄라는 인식이 노동현장에 확실히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임금 체불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하며 강력한 대책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상습 임금 체불 기업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김 장관은 임금 체불을 ‘임금 절도’로 규정하고 모든 근로감독 자원을 임금 체불 근절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의 정부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오는 10월 23일 ‘상습체불근절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상습체불 근절법’은 3개월 이상 임금을 체불하거나, 5회 이상 3,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를 ‘상습체불 사업주’로 정의하고,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신용카드나 은행 대출 제한 등 신용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법원 확정판결 없이 근로감독관의 체불 사실 확인만으로도 신용제재 대상이 될 수 있어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한 체제가 보다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