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건축방식은 급변하는 4차 산업시대를 따라가는데 너무나 느리다. 이런 건축의 ‘느림’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첨단 건설 방법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바로 ‘모듈러 건축(Modular Construction)’이다. 특히 모듈러 건축은 IT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스마트 모듈러(Smart modular)’의 활성화도 가능케 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편집=박설민 기자
전통적 건축방식은 급변하는 4차 산업시대를 따라가는데 너무나 느리다. 이런 건축의 ‘느림’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첨단 건설 방법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바로 ‘모듈러 건축(Modular Construction)’이다. 특히 모듈러 건축은 IT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스마트 모듈러(Smart modular)’의 활성화도 가능케 한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4차 산업시대, ‘집’이 변화하고 있다. 첨단 IT인프라는 ‘스마트홈(Smart home)’ 시대를 열었다. 이제 집은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업무, 엔터테인먼트 등 경제 창출과 여가 모두를 책임지는 공간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집을 짓는 ‘건축’의 어려움이다. 전통적 건축방식은 급변하는 4차 산업시대를 따라가는데 너무나 느리다. 실제로 스탠포드대 폴 테이콜즈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건설산업의 생산성은 매년 0.32% 감소하는 추세다.

이런 건축의 ‘느림’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첨단 건설 방법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바로 ‘모듈러 건축(Modular Construction)’이다. 특히 모듈러 건축은 IT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스마트 모듈러(Smart modular)’의 구축이 가능해 미래 건설산업의 새로운 키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 AI와 만난 모듈러 건축, 공사 능력 획기적 향상

‘모듈러 건축’이란 공장에서 제작한 ‘3차원 건축 모듈(Module)’을 조립하는 건축 방식이다. 건축물의 구조, 마감, 설비 등이 모두 갖춰진 부품을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하기만 하면된다. 마치 ‘레고 블럭’ 장난감으로 건물을 짓는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탈현장 시공 방식 덕분에 기존 공법 대비 건설 비용와 건축 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 산업 규모도 매해 빠르게 증가 중이다. 글로벌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모듈러 건축 시장은 지난해 기준 1,035억5,000만달러(약 14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0년엔 1,624억2,000만달러(약 224조1,720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실제로 AI기반 모듈러 건축 기술은 글로벌 대형 건설산업에서 적극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 ‘네옴(NEOM)’ 프로젝트가 있다. 네옴 측은 현재 ‘디지털 트윈 기반 AI’ 기술로 수억개의 건설 부품을 제작, 네옴시티 핵심 건축물인 ‘더 라인(THE LINE)’ 건설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NEOM
실제로 AI기반 모듈러 건축 기술은 글로벌 대형 건설산업에서 적극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 ‘네옴(NEOM)’ 프로젝트가 있다. 네옴 측은 현재 ‘디지털 트윈 기반 AI’ 기술로 수억개의 건설 부품을 제작, 네옴시티 핵심 건축물인 ‘더 라인(THE LINE)’ 건설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NEOM

특히 최근 건축학계에선 ‘인공지능(AI)’의 등장이 모듈러 건축 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기반 최적화 부품 제작 및 설계 알고리즘이 시공 단계에 적용될 경우, 자동화,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등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 알링턴 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6월 영구 모듈러 건축(PMC), 이동식 모듈러 건축(RMC), 체적 모듈러 건축(VMC)의 AI와의 기술 통합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최대 50%의 공사 기간 단축, 20%의 비용 절감, 83%의 자재 낭비 감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AI기반 모듈러 건축 기술은 글로벌 대형 건설산업에서 적극 이용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스마트시티 건설 사업 ‘네옴(NEOM)’ 프로젝트가 있다. 네옴 측은 현재 ‘디지털 트윈 기반 AI’ 기술로 수억개의 건설 부품을 제작, 네옴시티 핵심 건축물인 ‘더 라인(THE LINE)’ 건설에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IT기업들도 모듈러 건축 기술 기반의 스마트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AI홈 기반 ‘스마트 모듈러 홈(Smart Modular Home)’ 솔루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국내 IT기업들도 모듈러 건축 기술 기반의 스마트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AI홈 기반 ‘스마트 모듈러 홈(Smart Modular Home)’ 솔루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 AI기반 모듈러, ‘스마트홈’ 시대를 연다

모듈러 건축 기술과 AI융합은 건설 효율만 높이는 것이 아니다. 첨단 IT인프라 기반의 ‘스마트홈(Smart home)’과의 연계에도 뛰어난 효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설계 단계부터 스마트홈 요소를 표준화해 내장할 수 있어서다. 또한 자주 교체되는 신형 AI가전 및 IT기기를 설치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국내 IT기업들도 모듈러 건축 기술 기반의 스마트홈을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AI홈 기반 ‘스마트 모듈러 홈(Smart Modular Home)’ 솔루션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스마트 모듈러 홈은 AI가전, 고효율 냉난방공조(HVAC) 제품이 탑재됐다. 이를 연결하는 역할은 삼성전자의 IoT시스템 ‘스마트싱스(SmartThings)’가 맡았다. 삼성전자는 IFA 2025 전시를 기점으로 글로벌 B2B 시장에서 스마트 모듈러 기술을 본격 상용화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유창이앤씨’와 AI스마트 모듈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한 바 있다. 유창이앤씨는 2003년 국내 최초로 모듈러 건축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현재 주거, 교육, 업무, 군사 시설 등에 사용되는 모듈러 건축 기술을 개발·공급 중이다.

양 사는 현재 협약을 통해 공간의 형태와 목적에 따라 맞춤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프로(SmartThings Pro)’, 시스템 에어컨·사이니지·냉장고·세탁기 등 AI가전, 약 4,200종의 스마트싱스 연동 기기를 모듈러 건축물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이 개발한  ‘접이식 모듈러 시스템(Foldable Modular System)’./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이 개발한  ‘접이식 모듈러 시스템(Foldable Modular System)’./ 한국건설기술연구원

◇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 기대

국내 연구기관들도 차세대 스마트 모듈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설연)’ 지난 8월에는 ‘접이식 모듈러 시스템(Foldable Modular System)’ 기술도 공개했다. 마치 폴더블폰처럼 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건설연의 폴더블 모듈러는  자연재해나 재난 발생 시 7일 이내 임시주거시설 설치가 가능하다. 또한 욕실 및 주방 등 물사용 공간, 냉난방 설비, 전기, 오배수 배관 등도 내장돼 있다.

또한 건설연은 16일 고온·건조한 사막기후에서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중동 지역 특화형 ‘패시브 사막형 모듈러 건축기술’도 공개했다. 건설연 건축연구본부 연구팀 개발한 기술은 모듈러 건축 방식에 중동 지역의 혹독한 기후 조건을 반영한 패시브 디자인 개념을 결합했다.

연구원은 이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도시 건설 추진에 투입될 건설노동자 숙소를 포함한 주거시설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건설연은 16일 고온·건조한 사막기후에서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중동 지역 특화형 ‘패시브 사막형 모듈러 건축기술’도 공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연은 16일 고온·건조한 사막기후에서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중동 지역 특화형 ‘패시브 사막형 모듈러 건축기술’도 공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연이 개발한 사막형 모듈러는 이번 기술의 핵심은 극심한 일교차(낮 기온 50도, 밤 기온 0도)에도 문제가 없도록 설계됐다. 강한 태양열과 빈번한 모래바람 속에서도 실내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냉방 효율과 기밀 성능을 극대화했다. 

이 기술은 경기도 이천에 실험용 주택을 완공한 후 다시 해체해 재활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해체한 해당 구조물을 파주로 옮겨 재조립하고 기밀, 단열, 차음 성능을 측정했다. 기술 경제성 분석 결과, 기존 강재 모듈러 공동주택 대비 구조, 내화, 외장 마감 공사비에서 약 37% 절감 효과를 보였다. 특히 전체 공사 기간도 약 9% 단축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이번 기술은 극한의 사막기후에서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 고성능 주택을 우리 기술력으로 구현한 성과로, 중동 건축 시장 진출의 교두보이자 글로벌 친환경 건축 기술을 선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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