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LG전자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역대 3분기 중 두번째로 높고 영업이익은 최근 시장 전망을 10% 상회했다. 시장 기대치를 넘는 실적으로 대미 관세 부담이 본격화하는 어려운 대외 환경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LG전자의 주가 상승에도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 대외 위기 속에도 3분기 선방… 가전·전장 사업 호조
13일 LG전자가 발표한 3분기 잠정실적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액은 21조8,751억원, 영업이익은 6,889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 분기 대비 5.5%, 7.7% 상승한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선 매출은 1.4%, 영업이익은 8.4% 줄었다.
LG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전사 수익성 감소는 통상환경 변화로 인한 관세 부담, 인력 순환 차원의 희망퇴직 등 비경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LG전자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은 만 50세 이상이거나 수년간 성과가 낮은 직원 중 희망자에 한해 실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시장에서는 이번 LG전자 3분기 실적에 대해 ‘대체로 선방’이라는 평이 나온다. ‘생활가전사업(HS)’ 부문에서 시장 지위 및 경쟁력을 유지한 것과 전장 사업(VS)이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김동원 KB리서치 연구원은 “LG전자 가전사업부는 관세 불확실성에도 미 테네시 공장의 생산 비중 확대와 물류 최적화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로 우려 대비 양호한 실적을 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장 사업부의 경우 고부가 인포테인먼트 출하 확대가 전기차 부품의 수요 둔화를 상쇄하며 수익성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 3분기부터 시작된 인력 효율화 작업은 연내 일단락될 것으로 보여 내년부터는 비용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LG전자는 △전장, 냉난방공조 등 ‘B2B’ △가전구독, webOS 등 ‘Non-HW’ △온라인 사업 등으로 대표되는 ‘질적 성장’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인도법인 상장을 계기로 대규모 자금 조달을 계획중인 만큼 사업 체질개선과 미래성장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것이 LG전자 측 목표다.
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은 미국 수출물량의 관세 부담,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력을 유지 중”이라며 “생산지 운영과 자원투입 최적화를 통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장 사업은 3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할 것”이라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의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수익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이고 사업모델은 제품에서 차량용 콘텐츠 플랫폼 등으로 다각화해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HVAC부터 인도법인 상장까지… 하반기·내년 실적 기대감↑
불안정한 대외 정세 속,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 부문 경쟁력 강화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데이터 냉각 시스템’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AI 등장 이후 데이터 냉각 기술 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 규모는 22억3,000만달러(약 31조6,658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오는 2030년엔 561억5,000만달러(약 80조3,45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LG CNS,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AI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원(One) LG’ 통합 솔루션을 아시아 포함 글로벌 고객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G그룹 3사는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데이터센터 월드 아시아(Data Center World Asia) 2025’에 참가해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고효율 냉각 솔루션을, LG CNS는 설계·구축·운영(DBO) 역량을, LG에너지솔루션은 첨단 전력 시스템을 각각 선보였다. 해당 기술들을 통합한 것이 원 LG 통합 솔루션이다.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구축하는 1,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AI데이터센터에 공급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26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내 건설 중인 AI데이터센터의 냉각 솔루션 공급을 위한 논의도 진행됐다. LG전자 조주완 CEO와 사우디아라비아 칼리드 알팔리(H.E. Khalid AlFalih) 투자부 장관이 참여한 이번 협의는 향후 네옴시티 건설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G전자 인도법인(LG ELECTRONICS INDIA LIMITED)’이 인도 증권시장에 신규 상장한 것도 4분기 실적 상향의 긍정적 요소다. 14일(현지시간) LG전자는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 National Stock Exchange of India)에서 인도법인을 상장했다.
앞서 LG전자는 인도법인 발행주식의 15%에 해당하는 1억181만5,859주를 구주매출로 처분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인 주당 1,140루피(한화 약 1만8,000원)로 책정됐다. 주식배정청약에는 인도 IPO 역사상 2008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다. 공모가 기준 LG전자 인도법인은 1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최보영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4분기는 LG전자의 전통적 비수기지만 내년 1분기 실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인도법인 흥행에 따라 지분가치 부각과 주주환원, 신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 반영이 더욱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리서치 연구원은 “향후 LG전자 실적과 주가 기울기는 관세 우려 완화와 내년 실적 가시성 확보에 좌우될 전망”이라며 “인도법인 상장으로 1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 유입이 예상되는 LG전자는 이를 신 사업 확대와 주주가치 제고에 활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