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5일 가비아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습니다. / 가비아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25일 가비아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섰습니다. / 가비아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를 대표하는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25일 국내 그룹웨어 시장 1위 IT 인프라 기업이자 코스닥상장사인 가비아에 대한 ‘공개매수 신고서’ 및 ‘공개매수 설명서’를 공시했습니다. 앞서 가비아 지분 취득 및 보유목적 변경으로 발톱을 드러냈던 얼라인이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공개매수란 무엇이고,

이번 공개매수는 어떤 배경 속에 결정된 걸까요?

소위 ‘개미투자자’라 불리는 일반 투자자들이 소규모의 주식을 사고파는 건 별도로 거쳐야 할 절차나 공시 의무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거나 보유하려할 땐 다릅니다. 법률을 통해 정해진 절차를 거치고 공시 또한 철저히 해야 하죠.

그 중 하나가 공개매수입니다. 특별관계자를 포함한 지분이 5% 이상이거나 공개매수 이후 5% 이상 되는 주주가 6개월 이내에 10명 이상의 불특정 주주들로부터 주식시장 밖에서 주식을 매입하려면 반드시 공개매수 관련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이는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있죠. 이를 제도화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 경영권 경쟁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무분별한 기업 인수·합병을 방지해 기업지배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같은 공개매수는 여러 목적에 의해 진행되는데요. 적대적 M&A를 목적으로 경영권을 빼앗거나 주주로서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뤄지기도 하고, 기존 최대주주 측이 주가부양이나 자발적 상장폐지 요건 확보를 목적으로 실시하기도 합니다.

얼라인의 이번 공개매수는 그 목적이 전자에 가깝습니다. 얼라인은 국내를 대표하는 행동주의 펀드로 앞서도 적극적인 ‘행동’으로 여러 성과를 남긴 바 있는데요. 지난 3월 가비아 지분 8.04%를 사들이며 주목을 끈 얼라인은 지난달 말 보유 지분이 9.03%로 늘었다고 알리는 한편 ‘보유목적’을 종전의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참여’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행동을 예고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됐는데요.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공세의 신호탄을 쏜 모습입니다.

실제 얼라인은 이번 공개매수의 목적에 대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행동주의적 목적에서 추진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얼라인의 공세가 더욱 본격화하면서 가비아를 둘러싼 긴장감 또한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 가비아
얼라인의 공세가 더욱 본격화하면서 가비아를 둘러싼 긴장감 또한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 가비아

얼라인의 공개매수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먼저, 얼라인 측이 공개매수 예정 수량으로 제시한 건 최대 135만여주입니다. 지분 기준으로는 10%죠. 만약 계획대로 공개매수가 완료된다면 얼라인의 보유 지분은 19%대로 늘어나게 되는 겁니다.

만약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수가 매수 예정 수량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도 응모한 주식은 모두 매수합니다. 공개매수에 응모한 주식 수가 매수 예정 수량을 초과할 경우엔 예정 수량만큼만 매수하죠.

공개매수의 성패를 가를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매수가격은 3만3,000원이 제시됐습니다. 공개매수 공고 전날 종가인 2만7,500원에 20%를 더한 가격입니다. 최근 1개월 가중산술평균주가에 비해선 18.6%의 프리미엄을 붙였습니다. 2개월을 기준으로는 22.7%, 3개월을 기준으로는 20.3%의 프리미엄입니다. 

이 같은 공개매수는 2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진행되죠.

가비아에겐 어떤 앞날이 펼쳐질까요?

얼라인이 공개매수를 발표한 직후 가비아 주가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얼라인이 제시한 매수가격인 3만3,000원에 근접한 채로 유지되고 있는 모습인데요.

가뜩이나 여러모로 복잡하고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있던 가비아에게 얼라인의 이번 공개매수는 더욱 강한 압박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입니다.

가비아는 얼라인에 앞서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인 미리캐피탈매니지먼트(이하 미리캐피탈)도 상당한 지분을 확보한 바 있습니다. 2023년부터 지분 보유 현황이 공개되기 시작했고, 이후 꾸준히 확대된 끝에 지난 9월엔 지분 보유 규모로는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물론 아직까진 지분 보유목적을 ‘일반투자’로 유지하고 있지만요.

현재 미리캐피탈이 보유 중인 지분은 23.96%입니다. 얼라인은 9.03%죠. 둘을 합친 지분은 33%에 육박합니다. 반면, 현재 가비아 최대주주인 창업주 김홍국 대표 측 지분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도 25.8%에 그칩니다. 만약 얼라인의 공개매수가 목표한 바를 이룬다면, 미리캐피탈과 얼라인의 합산 지분은 40%를 훌쩍 넘기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얼라인이 확보하게 될 지분만으로도 김홍국 대표와의 차이가 크지 않죠.

얼라인은 공개매수 이후 계획에 대해 “주요 지분 확보 후 경영진과의 대화, 필요시 법적으로 보장된 주주권 행사를 통해 대상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 자본 효율성 제고, 경영성과 향상 등 주주가치 제고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가비아는 어떤 식으로든 상당히 부담스러운 ‘주주행동’을 마주하는 걸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특히 3분기 연결기준으로 1,500억원이 넘는 이익잉여금의 활용 방안과 인색했던 배당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며 주주환원 강화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3월로 예정된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더욱 극심한 갈등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죠.

얼라인의 공개매수는 어떤 결과로 막을 내리게 될지, 이후 가비아는 어떤 상황을 마주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가비와 관련 ‘공개매수 신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1125000001
2025. 11. 2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가비와 관련 ‘공개매수 설명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1125000002
2025. 11. 25.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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