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를 많이 마시다보면 다 고마운 차이지만 작가와 비유해서 뭐가 다른 차이가 있는지 살피게 된다. 진기(陳期), 즉 빈티지라고 하는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또는 연식(年式)이라고 하는 연세는 어떻게 되었는지? 땅 즉 떼루아(terroir)라고 하는 산지(産地)는 어디인지? 차창(茶倉)이라고 하는 출신 학부나 아카데미는 어디인지? 등등. 결국 마시다보면 아주 미세한 작은 차이가 커다란 경계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곤 한다.전문 사진 작가분들과 일을 하다보면 다 훌륭하지만 그분들은 물론이고 그분들의 작품 가운데도 뭔가 차이가 있는지 궁금
지난 한달 너무 뜨거운 시간이었네. 평균 기온은 작년보다 좀 낮았지만, 이른바 ‘조국 논란’으로 8월 초부터 한국사회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싸웠으니 뜨겁지 않을 수 없었지. 대한민국은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뜨거운(hot) 사회의 전형일세.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투쟁이 그치지 않는, 그래서 엄청나게 시끄럽고 불안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대한민국. 나이 들어 이런 사회에서 사는 게 마음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괜찮아. 새로 알게 되는 것도 많거든.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촉발된 한일관계 악화가 9월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핵심 소재의 한국 수출에 대해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인 6월이 그 시작이니, 어느덧 두 달을 훌쩍 넘겼다.한일 양국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갈등은 더욱 악화됐다. 일본 정부는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 강화에 이어 우리나라를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맞서 우리 정부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을 뿐 아니라,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를 연장하지 않기로
법무장관 내정 한 달이 다 돼 가도록 조국사태는 갈수록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처음엔 야당의 정치공세려니 했던 민주당 지지자들도 갈수록 드러나는 의혹의 실체에 주목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게 나라냐’는 3년 전의 구호가 다시 살아나며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개혁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그였기에 충격은 실로 컸다. ‘NO 아베’를 외치던 시민들은 이제 ‘NO 조국’이라 쓴 현수막을 걸고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현수막은 조국을 이렇게 조롱하고 있다. “
모든 걸 남탓으로 치부하고 싶은 성자가 있다. 한가지 일 특히 문제가 생기면, 자기 잘못은 갑자기 사라진다. 부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잘못은 없고 남탓 만을 하게 된다. 보다 리얼하게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당했다 또는 속았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떠든다. 누구나 감정의 기복이 있고 때로는 시기, 질투, 오해 등으로 상대를 한량없이 원망하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다가오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지 스스로의 마음을 바라봐야 한다.남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 그게 말은 쉽다. 잘 안된다. 남탓만 하
하우스 푸어(house poor). ‘집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을 뜻하는 용어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다가 대출이자에 치여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공영홈쇼핑이 ‘신사옥 건립 추진’ 소식을 전했을 때, 이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공영홈쇼핑은 ‘신사옥건립TF’ 발족을 준비한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공영홈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신사옥 건립을 검토해왔으며 지난 4월 방송장애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 공영홈쇼핑은 4월 초유의 ‘방송중단’ 사고를 두 차례나 낸 바
남북관계가 가파른 대치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북녘에 가족을 두고 온 실향민들이다. 지난해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대화와 교류의 물꼬가 트이자 재북 가족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었던 이들이다.하지만 북한 김정은의 미사일 도발과 대남비방이 이어지면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월 설 명절과 8.15 광복절에 이어 올 추석도 그냥 넘길 공산이 커졌다. 이산상봉이 성사되려면 후보자 선발과 생사확인, 명단교환 등 최소한 1개월에서 2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다.이산가족들을
새벽에 깨서 두어 시간 동안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북쪽을 돌아보고 일본 홋카이도를 거쳐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비행기 타고 떠난 여행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살펴본 여행이다. 모니터에 구글 지도를 띄워놓고 가보고 싶은 지역을 찾아보는 거다. 그곳의 역사와 문화는 따로 검색해서 읽어본다. 나는 이런 여행의 전문가다. 작년에는 ‘가보지 않은 여행기’라는 제목으로 책도 냈다.이번 여행은 오스트리아 서쪽 끝 잘츠부르크를 출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가르는 돌로미테(Dolomite)산맥에서 잠깐 트레킹을 한 후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까지
세상 돌아가는 게 하수상하고 답답해서 지난 며칠 동안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정치인이며 시인이었던 굴원(屈原)의 를 읽고 또 읽었네. 예전 입시 공부하면서 읽을 때와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더군. 어부사는 삼려대부라는 고위직에 있었던 굴원이 기득권 세력인 귀족들과 싸우다가 패해 유배 갔던 상강(湘江)에서 만난 어부와의 대화를 시로 적은 거야.초췌한 얼굴로 강가를 거닐면서 시를 읊고 있는 굴원에게 어부는 왜 벼슬에서 쫓겨났냐고 묻네. “세상이 모두 혼탁할 때 나 혼자 맑았고, 뭇사람들이 모두 취했을 때 나만 홀로 깨어있
성찰배경: 최근 점심 식사 후 무더위를 피하며 산책하기 좋은, 서강대 교정 안에 있는 노고산을 올랐습니다. 그런데 예년과 달리 한 나무에 유난히 허물 벗은 ‘매미껍데기[선태각(蟬蛻殼)]’들이 몰려 있어 신기해하며 그 풍광을 몇 장면 찍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매년 매미의 허물을 볼 때마다 필자의 허물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일화들을 되새김질하며 산책을 마쳤습니다. 한편 우리 모두 자신의 허물에 대해서는 늘 너그러우면서도 겸허한 반성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다른 이들의 허물에 대해서는 매우 공격적인 것 같아 이
“불교는 무엇인가?”라고 묻는 이웃종교인들이 늘었다. 심지어 무교라고 답하는 무신론자는 물론 불자들 조차도 “불교는 무엇인가?”라고 묻곤 한다. 대학생 시절 교수님으로부터 “불교는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막막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교수님은 거꾸로 ‘부처님’ 즉 인간의 고통의 근원인 생로병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행을 자처해 깨달음을 얻고 80세에 열반에 이른 고타마 싯다르타(Gotama Siddhartha, BC 563~BC 483)의 일대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가르쳐 준 바 있다. 역사학도를 지망하는
법무부장관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느낀 점은 사학비리의 만연, 대학입시제도의 허점이라는 점이다. 고위공직자의 모럴해저드는 이미 여야를 넘은 사회적인 문제이다. 청문회가 있을 때마다 한사람의 문제로 들쑤실 게 아니라 전체적인 입장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태는 우리 민주 시민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할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싶다.지금의 논의 역시 촛불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다만 촛불의 열기가 한사람을 태우고 한가족을 태우는 것에 멈춰서는 안된다. 입시 관련 비리가 있거나 연구 관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일종의 정쟁 전략이다. 상대 진영 공세에 반박할만한 근거가 빈약할 때 종종 사용한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야권 공세에 대한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메신저 공격’ 전략으로 꼽힌다.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국 후보자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를 덮기 위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를 강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그런 판단력과 사고력이면 정치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했
지난달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의 반발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두달여 가량 지속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국민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성 조치라는 여론이 퍼지며 이번 불매운동은 짧은 시간 내 그 효과를 보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불매운동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유니클로가 내달 15일 월계점의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고,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본 맥주의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최근 기자와 만난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일본이 사과하
한국은행이 15일 7월 소비지출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에서 의류비 지수가 94로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소비자들이 옷을 더 사겠다는 뜻이고, 100 아래면 옷값을 줄이겠다는 뜻입니다. 의류비 지수 94는 2009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거라고 합니다. 사람들 돈이 없어서 옷장사가 더 안 될 거라는 말이네. 이를 어떡하나. 사놓고 안 입는 것도 많은데….1.며칠 전 서울 한복판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에서 ‘난닝구’ 바람으로 빨래를 했습니다. 점심 약속이 펑크 나는 바람에 무얼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부근 지하
정부가 유튜브세(稅) 도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법제연구원에 △유튜브세 해외 동향 △국내 적용 가능성 등에 대한 연구과제 수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튜브·넷플릭스 등 OTT 업체들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OTT 사업자의 국내 영향력이 커지면서 벌어들이는 수입은 급증하고 있지만 납부하는 세금 규모 상대적으로 적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생태계 발전에 힘쓰는
몇 번 고백했듯이 난 세상이 하수상하고 마음이 심란할 때는 시집을 찾네. 젊었을 때부터 익힌 나만의 마음 달래기 방법이지.“한국의 지도자가 무지해서 한일관계의 모든 것을 파괴한 것에 대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 총리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엄마부대’ 대표의 말이 방송에 나오고, 일제의 강제징용 만행을 “식민지배 기간에 많은 젊은이들이 돈을 좇아 조선보다 앞선 일본에 대한 ‘로망’을 자발적으로 실행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쩌다가 살게 되었는지… 아무리 화가 나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시사위크=범찬희 1인 가구 생활 6년째에 접어든 필자에게 ‘햇반’은 청춘의 허기진 배를 채워준 고마운 존재로 각인돼 있다. 적막한 자취방에서 텅 빈 밥솥과 마주했을 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설움을 위로해 준 벗으로서 말이다. 형편이 좀 나아진 지금에도 종종 귀차니즘이 발동하면 즉석밥의 대명사 햇반을 찾곤 한다.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타업체 제품이 진열대 옆에 있음에도 꼭 햇반에 손이 간 건 다름 아닌 맛 때문이었다. 라면으로 유명한 업체에서 내놓은 즉석밥은 햇반의 품질에 못 미쳤다. 퍽퍽한 식감이 드는 게 햇반의 찰기와 윤기를 따라오지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지난 대선 현장유세 때마다 청중을 향해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 최순실 비선실세 논란으로 무너진 국가기강과 불공정한 시스템을 꼬집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그 청사진은 “정의로운 나라 대한민국”이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던 촛불혁명의 염원이기도 했다.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기치 아래 많은 일을 단행했다. 전정권에 대한 적폐수사를 시작으로 경제적 측면에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공정경제
중복을 지난 여름. 학생들은 방학이며 여름휴가로 극장가에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장을 겨냥해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되었다. 그러나 역사 왜곡 논란 등 악재에 시달리면서 극장에서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나랏말싸미'의 내용은 세종과 집현전 학자들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정설을 깨고 승려인 신미가 많은 역할을 했다는 학계의 소수설을 바탕으로 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영화로 결국 사실에 바탕을 한 허구가 된다. 그런데 역사왜곡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같은 왜곡 논란에 휩싸였던 ‘왕의 남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