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다. <픽사베이>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성소수자 논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것이 혐오의 문제로 다뤄지다 보니 잘못된 정보만을 선별해 확대·재생산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시선과 고의적 무관심은 잘못된 정보가 빠르게 확산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리고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종교단체들은 이 ‘가짜뉴스’들을 성소수자, 특히 동성애자 혐오의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다음은 동성애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 또는 부연 설명이다. 모든 근거들은 과학적 연구결과 또는 실증적 연구사례에 바탕을 둔다.

◇ 동성애가 에이즈의 원인이다?

HIV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후천면역결핍증후군, 즉 에이즈(AIDS)는 동성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의 가장 큰 논거로 활용되고 있다. 어느 동성애 반대 집회를 가든 동성애와 에이즈의 상관관계를 대문짝만하게 써 놓은 팻말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동성애자, 특히 남성 동성애자의 에이즈 발병 비율은 이성애자보다 유의미하게 높다.

그러나 성관계 상대가 동성이냐 이성이냐는 것보다 더 큰 에이즈 발병률의 차이를 내는 변수가 있다. 콘돔의 사용 여부가 그것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 따르면 콘돔을 착용한 항문 성교보다 콘돔을 착용하지 않은 질 성교의 에이즈 발병률이 더 높으며, 한국에이즈예방재단은 “콘돔이 에이즈 예방에 100%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주장은 사람들이 콘돔을 올바르게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자가 학창 시절 한 사회학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다. 1980년대 초, 미국 모 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그는 자신의 지도교수와 함께 찾은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카페에서 미셸 푸코를 만난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지도교수와 푸코는 한동안 환담을 나눴는데, 헤어질 때가 돼 자리에서 일어난 푸코에게 지도교수가 짧은 충고를 던진다. “너 인마, 콘돔 제대로 끼고 해라.” 푸코는 얼굴을 찡그린 채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동성과의 성교에서 얻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

동성 간 성관계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콘돔을 사용할 유인이 떨어지며, 이 때문에 성 질환의 예방이라는 콘돔의 또 다른 효능까지 덩달아 무시되는 경우가 잦다. 결국 문제는 동성애자의 콘돔 이용률이 이성애자보다 훨씬 낮다는 점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성교육제도가 청소년 임신과 낙태라는 사회문제를 예방하지 못한 것처럼, 동성 간 성관계라는 주제를 드러내놓고 다루길 기피하는 한국 사회는 콘돔의 질병예방효과를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

◇ 성적 지향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유전자가 성적 지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선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픽사베이>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지향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으려는 연구는 과학계에서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아직까지 ‘게이 유전자’의 존재를 명확히 입증한 학자는 없지만, 염색체와 호르몬, 뇌 구조 등에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대다수를 구분할 수 있는 차이가 관찰됐다는 연구결과는 있다. 워싱턴의 자유교육포럼은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없다는 주장을 부정할만한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다만 성격이나 가치관 같은 다른 모든 요소들처럼, 성적 지향에 선천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사회문화적 요인의 중요성을 떨어트리지는 않는다. 이것은 마치 인간의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을 결정하는 원인을 논할 때 환경적인 요소를 빼 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상반된 두 선택지 중 어느 쪽이 우선하냐는 문제라는 뜻에서).

성적 지향이 사회문화적 요소들에 강하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역사 속 사례들로 뒷받침된다. 특정 시대와 지역, 집단에서 동성애가 유행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소크라테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성관계가 일반적인 사회현상이었으며, 엄격한 사회규범이 통용되던 19세기~20세기 초 영국에서는 지식인 계층 사이에서 동성애가 유행했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알프레드 화이트헤드·버지니아 울프 등 저명한 학자와 작가를 배출했던 블룸즈버리 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 동성부부 밑에서 자란 아이는 정신적으로 불안할 가능성이 높다?

콜롬비아에서 결혼한 그렉 피츠와 브룩스 브룬손 부부는 생후 6개월 된 아이를 입양해 양육하고 있다. <뉴시스>

동성결혼 합법화의 다음 단계는 물론 동성부부의 자녀 양육을 합법화하는 것이다. 당초 시행되던 ‘시민결합’이라는 애매한 제도 대신 결혼이 합법화된 것은 동성부부에게 자녀를 입양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했다. 결혼할 권리에는 자녀를 양육할 권리도 내포돼있기 때문이다. ‘연애는 되고 결혼은 안 되냐’는 모순에서 출발했던 동성결혼 합법화가 ‘결혼은 되고 양육은 안 되냐’는 모순으로 이어진 것이다.

2015년 6월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미국 연방대법원은 2016년 3월에는 자식을 입양한 동성부부의 친권을 인정했다. 작년 3월에는 이탈리아에서, 10월에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자녀를 입양한 동성부부가 탄생했다.

동성부부의 자녀 입양을 반대하는 측에서 제시하는 근거는 자녀가 ‘정서적 문제’를 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동성애자들의 삶의 만족도는 이성애자에 비해 낮으며, 어린 자녀가 성장하면서 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논리다. 대부분의 심리조사 결과에서 성소수자의 삶의 만족도가 이성애자에 비해 낮게 나타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심리적 불안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이 소외와 고립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와 같은 주장은 본말이 전도됐을 가능성이 크다. 동성애자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것은 동성애 자체보다 동성애에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일 확률이 훨씬 높다.

한국 중앙입양원의 경우 부모의 입양 자격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 그리고 직업상 인권침해의 우려가 없을 것과 범죄 및 약물중독 경력이 없을 것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아동과 나이 차이가 너무 크지 않을 것,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 것 등이 추가로 요구된다. 국내외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이 조건이 그대로 지켜질 경우 동성부부의 자녀는 이성부부의 자녀만큼이나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자랐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녹색병원 가족의학과가 발표한 ‘국내 남성 동성애자 동거커플의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연구’ 논문은 사회적 관계와 주위의 인정이 동성애자 커플에게 정서적 안정을 안겨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116명의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실혼 관계의 남성 동성애자들은 싱글 동성애자에 비해 정신건강과 삶의 질 측면에서 모두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한 명 이상의 가족에게 동거 여부를 밝힌 동성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 안정돼있었다.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주는 안정과 소속감은 이성부부·동성부부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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