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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유’가 답이다
[공간, ‘공유’가 답이다 ②] 공유주방, ‘자영업자를 자유롭게’
2019. 10. 25 by 서종규 기자 seojk1136@sisaweek.com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공간은 전통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대표해왔으며, 소유개념에 기반한 한계가 뚜렷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나, 모두가 소유할 수는 없었던 것이 공간이었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공간의 활용과 가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살인적인 집값과 각종 주거문제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한계를 깨트리는데 있어 공유경제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 우리의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최근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된 국내 1호 공유주방 위쿡 사직점./서종규 기자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바야흐로 자영업자 500만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수는 563만명에 달한다. 2008년 600만을 넘어선 후 점차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의 6분의1 가량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이 그렇지만, 외식업은 특히 ‘공간’이 필수적이다. 음식을 제조 및 유통하기 위한 공간은 요식 자영업을 창업하기 위해 가장 첫 째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에 따른 초기 자본도 필수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전제가 과거형으로 바뀌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공유주방이 등장하면서다.

위쿡은 2015년 설립된 국내 1호 공유주방이다. 최근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기존 외식업은 현행법상 ‘1주방 1사업자’가 원칙이지만, 위쿡의 공유주방에서는 한 주방에서 여러 사업자의 등록이 가능하다.

◇ ‘공간’으로부터 자영업자들을 자유롭게

자영업에 있어 ‘공간’은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한계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김기웅 위쿡 대표 또한 증권사를 퇴직한 후 ‘도시락 배달음식점’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 같은 한계점에 부딪혔다고 한다. 김기웅 대표는 창업 과정에서 보증금, 임차료 등 초기 투자비용과 인건비 등 고정비용의 부담을 느꼈다.

위쿡의 방향성은 김기웅 대표의 ‘시행착오’에서 나온다. 위쿡은 자영업자들을 공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함으로써 외식업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기 위해 공유주방 사업을 시작했다.

위쿡은 외식업의 필수요소인 ‘공간’과 ‘설비’ 등이 없이도 외식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나아가 공유주방을 바탕으로 외식업을 시작하는 각각의 개별 창업자들이 겪는 공간과 비용의 부담을 덜어내는 ‘공유경제’의 가치를 추구한다.

위쿡은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외식업 전반에 걸친 솔루션과 컨설팅을 제공한다./서종규 기자

공유주방의 단순한 의미는 외식업 창업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이에 따른 임차료를 받는 것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위쿡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창업자에게 외식업의 전반적인 솔루션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공유주방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창업자들에게 브랜딩, 마케팅, 유통 등 판매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컨설팅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위쿡은 각 분야의 컨설턴트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위쿡 관계자는 이 부분이 위쿡만의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공유경제 실현이라는 가치를 넘어 외식업 사업자들에 대한 ‘인큐베이팅’을 진행해 이른바 ‘푸드메이커’로 육성하는 것이다.

◇ 꾸준히 외쳤던 규제 해소 요구, 답을 듣다

위쿡은 지난 7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지정됐다. 정부 등을 향해 꾸준히 규제 해소를 건의한 결과였다. 이후 위쿡은 8월 1일부터 해소된 규제 하에 공유주방 기반 요식업 비즈니즈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다.

규제 해소 이전에는 1개의 사업장 당 1개의 사업자의 영업신고가 가능했다.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제조 및 유통할 수는 있지만, 개별 사업자가 독립적 브랜드로 영업신고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위쿡이라는 사업자를 통해서만 제품을 생산·제공할 수 있었다. 이는 위쿡이 해당 주방에서 조리되는 제품에 대한 리스크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자영업자의 음식에서 위생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할 경우 위쿡의 브랜드가 타격을 입고, 결국 위쿡에 기반을 둔 모든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구조였다.

규제 해소로 인해 위쿡에 입주한 자영업자들은 개인 사업자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사진은 개별주방에서 한 조리사가 조리를 하고 있는 모습./서종규 기자

하지만 규제 해소 후 이러한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위쿡의 사직지점은 1개 사업장에 복수의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국내 유일의 민간 공유주방이다. 사업자들이 위쿡의 주방을 기반으로 각각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규제 해소 이전에는 공유주방에서 생산된 제품의 B2B 판매가 불가능했다. 제품을 생산해도 유통채널이 개인 소비자에 국한돼 있어 사업 확장 등에 어려움이 따랐다. 그런데 이번 규제 해소로 B2B 판매가 가능하게 됐고, 온라인·오프라인 마켓과 식당 등에 납품이 가능해졌다.

위쿡 관계자는 “여러 사업자들이 그들만의 브랜드로 F&B 시장에 자유롭게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다만 규제 개혁 상 B2B 판매가 서울 권역으로 제한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추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쿡은 외식업 생태계를 공간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방향성과 소비자들의 음식 선택권을 넓혀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지니고 있다./위쿡

◇ “시장 확대는 시너지”… ‘공간’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공유주방의 확대가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외식업으로의 진출이 쉬워지는 만큼,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이다.

하지만 위쿡은 공유주방의 확대가 경쟁보다 ‘시너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의 확대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이와 관련한 투자도 활발해 질 것이라는 것이다.

위쿡 관계자는 “공유주방 시장이 커가는 시점이고,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것도 맞지만 부작용보다는 시너지 효과가 큰 것으로 본다”며 “여러 사업자들이 공유주방 시장에 들어오게 됨으로써, 사업에 대한 관심도와 투자가 확대되고, 산업 규모가 커짐에 따라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쿡이 창업비용을 줄여주지만, 창업은 절대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니다”라며 “위쿡은 창업 성공을 보장할 수 없고, 위쿡에서도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쿡은 외식업의 생태계를 ‘공간’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꿔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공유주방 인프라 확장과 동시에 서비스를 고도화 시켜 외식업 시장을 혁신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소비자들의 음식 선택권을 넓혀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위쿡과 공유주방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