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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공유’가 답이다
본질에 집중한 가라지(GARAGE), 제2의 애플을 키우다 공유경제로 수월해진 소규모 스타트업 업무공간 확보
[공간, '공유'가 답이다 ⑤] 한국형 공유오피스, ‘사무실’의 한계를 넘다
2019. 11. 22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4차산업혁명시대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인 ‘공유경제’는 이미 우리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대목이다.

공간은 전통적으로 ‘한정적인 자원’을 대표해왔으며, 소유개념에 기반한 한계가 뚜렷했다. 모두가 필요로 하나, 모두가 소유할 수는 없었던 것이 공간이었다. 또한 누군가에 의해 소유됨으로써 공간의 활용과 가치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살인적인 집값과 각종 주거문제도 결국은 한정된 공간을 소유하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공간이 지닌 한계를 깨트리는데 있어 공유경제가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누군가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뿌리내리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 우리의 공간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해법을 찾아본다.

가라지 교대점의 외부모습. 그리 화려하지 않은 외관이지만 내실은 탄탄하다. /가라지
가라지 교대점의 외부모습. 그리 화려하지 않은 외관이지만 내실은 탄탄하다. /가라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당신에게 좋은 사업아이템이 있어 작은 사업체를 시작해보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장 무엇을 준비해야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두 가지는 사업자등록 등 각종 서류작업과 업무를 볼 사무실이다.

이 중 사무실을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사무실을 얻는 것 자체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업무용 책상과 의자, 파티션, 수납장, 블라인드 등의 집기를 마련해야 하고, 전화와 팩스, 복사기 등도 설치해야 한다. 응접실이나 회의실이 필요하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더 늘어난다.

여기에 보다 감각적인 사무실을 원할 경우 일은 더 커진다. 적잖은 돈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하거나 소품 등을 들여놓아야 한다. 차 한 잔을 위한 커피메이커나, 편안한 휴식공간 등도 모두가 바라 마지않는 것이다.

이처럼 작은 사업체를 꾸리기 위한 사무실에도 어지간한 독립가구 못지않은 준비가 필요하다. 임대료 등을 포함하면 초기 비용부담이 상당하고, 사업 본연의 업무도 바쁜 와중에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사업이 잘 되면 문제가 없지만 잘 되지 않을 경우엔 손해가 더욱 막심하다. 자연히 감각적인 사무실이나 휴게공간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사무실 개념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사무실이라는 공간에 공유경제의 개념이 더해지면서다.

◇ 보여주기식 공유오피스가 아닌, 진정한 성장 기반 제공

현재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위치에 있는 기업 중엔 보잘 것 없는 곳에서 시작한 곳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차고에서 시작한 구글과 애플이다. 지금이야 세계를 선도하는 최고의 기업이지만, 당시만 해도 변변한 사무실조차 없었던 것이다.

가라지(GARAGE)는 제2, 제3의 구글과 애플이 탄생하는데 있어 ‘화분’과 같은 역할을 하고자하는 ‘한국형 공유오피스’다. 캐치프레이즈인 ‘A CAVE FOR CREATORS(창작자를 위한 동굴)’도 이러한 목표를 담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공유오피스는 해외에서 먼저 활성화된 공유경제 모델이다. 가라지의 백기민 대표 역시 미국 유학생활 중 창업을 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유오피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에서 한국의 환경 및 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느껴 직접 ‘한국형 공유오피스’를 구상하게 됐다. 개방적인 공간이 주를 이루는 해외의 공유오피스와 달리 개별 공간에 보다 무게를 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단순히 ‘공간’만 제공하는 개념을 넘어 입주사들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가라지 교대점 1층 라운지의 모습. 마치 카페처럼 자유롭고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시사위크
가라지 교대점 1층 라운지의 모습. 마치 카페처럼 자유롭고 세련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권정두 기자

기자가 직접 방문한 것은 가라지 교대점이다. 교대역에서 도보로 약 5분 정도 골목 안쪽으로 들어간 조용한 곳에 위치해있었다.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법할 정도로 외관은 화려하지 않았다.

라운지가 있는 1층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일할 맛 나는 공간이 기자를 맞이했다. 최신 팝음악이 잔잔히 흐르고, 한쪽으로 감각적인 빔프로젝터 영상이 재생되는 이곳은 마치 카페 혹은 잘나가는 IT기업의 라운지를 연상하게 했다. 은은하게 전해지는 디퓨저향은 오후의 나른한 기분을 전환시켜줬고, 뒷문을 열고 나가면 바람 쐬기 좋은 넉넉한 테라스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또한 언제든 잠을 깨워줄 커피메이커와 함께 냉장고에 줄지어있는 병맥주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라운지 곳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저마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창가에 앉아 개인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도 있었고, 업무상 손님을 만나 미팅을 진행 중인 이들도 있었다.

건물 2층~4층은 또 다른 분위기였다. 라운지가 자유로운 분위기라면, 이곳은 개별 사무실 및 회의실로 공간구분이 뚜렷했다. 8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사무실부터 책상 1개만으로 구성된 작은 공간까지, 모두 각각의 독립성이 철저히 보장되고 있었다. 공간은 작아도 젊은 사업가 또는 창작자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또한 전화통화를 위한 부스 복사기, 그리고 정수기·커피메이커·개수대 등의 시설도 각 층마다 마련돼 있었다.

가라지 교대점 1층 라운지 한쪽에 마련된 음료 및 다과 공간. /시사위크
가라지 교대점 1층 라운지 한쪽에 마련된 음료 및 다과 공간. /권정두 기자

◇ 전통적 사무실의 한계, 공유경제 옷 입으니 확 달라져

가라지는 2016년 선정릉역 인근에 처음 문을 열었고, 지난해 교대점에 이어 올해 2월 교대점까지 지점을 늘려가고 있다. 입주율과 입주사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선정릉점 첫 오픈 당시 입주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는 입주사도 상당수다.

가라지가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원동력은 디테일에 있다. 보기에만 번지르르한 공유오피스가 아닌, 입주사 입장에서 본질적인 니즈를 충족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본격 입주 전에 일정 기간 가라지를 체험해볼 수 있는 옵션을 마련해놓았고, 내실 있는 개별 사무실과 합리적인 회의실 이용 시간을 제공한다. 또한 계약을 맺은 지점 뿐 아니라 다른 지점의 공용공간 및 라운지도 얼마든지 이용이 가능하다.

가라지 강남점의 3인실 개별 오피스 모습. /가라지
가라지 강남점의 3인실 개별 오피스 모습. /가라지
가라지 강남점에 마련된 세련된 휴게공간. /가라지
가라지 강남점의 개방된 업무공간. /가라지

아울러 입주사들의 원활한 사업 정착 및 발전을 돕기 위해 법무·세무·회계 상담과 마케팅·컨설팅, 프로젝트 매칭, 심지어 업무용 메신저 및 도시락 배송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다. 가라지는 또 다른 공유경제 모델과의 제휴 서비스에도 적극적이다. 전화비서, 공유물류, 공유창고 등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입주사들끼리 서로 소통하며 시너지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공유오피스가 지니는 또 다른 장점이다. 이를 위해 가라지는 정기적으로 입주사를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제작·발송 중이며, 적절한 기준을 두고 입주사 간 연결도 지원하고 있다. 꼭 협업이 아니더라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친분을 맺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가라지 관계자는 “여러 공유오피스들이 겉으로 보이는 라운지나 공용공간에만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그 비용이 고스란히 입주사 부담으로 이어지거나, 정작 중요한 업무공간이 비교적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가라지는 가장 중요한 공간과 서비스에 집중한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으며, 이는 실제 가라지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가라지 교대점 1층 외부에 마련된 테라스 공간. /시사위크
가라지 교대점 1층 외부에 마련된 테라스 공간. /권정두 기자

◇ “시대착오적 규제, 이제는 버려야”

가라지는 우선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지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곳곳에서 스타벅스 매장을 만날 수 있듯, 수요가 많은 강남 곳곳에 지점을 마련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가라지 입주사들은 계약한 지점 외에 다른 지점의 라운지와 공용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지점이 늘어날수록 더욱 뛰어난 접근성과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유오피스가 보다 널리 자리 잡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도 있다. 바로 정부 차원의 규제다. 가라지는 다양한 형태의 입주형태를 두고 있는데, 그중엔 아예 개별 사무실을 두지 않고 공용공간과 라운지만 이용하는 비상주 서비스도 있다. 가라지 입주사 중에서도 가장 작은 규모로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다.

하지만 최근 강남권 세무서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사업자 등록에 제동을 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라지 관계나는 “실제 가라지의 비상주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입주사 중에서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여러 창업가가 비상주 서비스로 시작해 사업을 키운 것을 지켜본 입장에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창업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가라지도 좋은 입지에서 저렴하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개발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와 무관하게 사업자등록 행정 처리는 시대에 뒤쳐진 측면이 많다. 노트북 하나로 거의 모든 사업이 가능한 시점에 독립된 사무공간의 유무로 창업가와 사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건 시대착오적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