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체 ‘UL로지스’(구 KG로지스)가 160여개 대리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뉴시스>
택배업계는 현재 코로나19로 폐쇄된 건물이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주소지로는 택배 배송을 잠정 중단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구 지역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택배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폐쇄 조치된 건물이나 배송불가 주소지가 늘면서 배송지연 및 반송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에 일각에선 아예 대구행 택배접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 택배업계, 정부 지정 폐쇄건물·구역에 한해 배송 잠정 중단

최근 한진택배와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 등 일부 택배업체는 정부 지정 폐쇄건물이나 지역 등에 한해 배송을 잠정 중단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인해 폐쇄 조치된 건물 등 배송불가 주소로 발송 요청된 택배물에 대해선 반송이 이뤄지거나, ‘폐쇄 조치 해제 이후 배송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또, 대구행 물류가 급증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배송지연이 발생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양해를 구하고 있다.

롯데택배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가 대구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면서 해당 지역으로 보내지는 택배 물량이 평년에 비해 늘어나 1일 처리 가능 물류를 초과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며 “이러한 경우 고객들에게 연락을 취해 배송 지연에 대해 안내 후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도서관이나 인파가 몰리는 문화시설 등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및 예방 차원에서 휴업을 하는 경우 배송이 불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택배업계는 배송불가 건물·주소지로 보내지는 택배에 대해선 수취인에게 연락을 취해 원하는 제3의 장소로 재배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구행 택배 자체를 접수받지 않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대구 지역은 택배 배송이 중단됐다’는 내용의 글이 돌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사실이 아닌 ‘가짜뉴스’라고 규정했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일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제보자 A씨(28)는 대구로 택배를 보내기 위해 한 편의점을 찾았으나 택배 접수를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A씨는 “편의점 관계자가 ‘한진택배 기사가 대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너무 심해 대구로 가는 택배는 받지 않는다’면서 접수가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취재한 바에 따르면, 실제 지난 6일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한진택배 제휴 편의점 관계자는 “지난달 말쯤부터 어제(3월 5일)까지는 한진택배 기사가 대구 전 지역으로 가는 택배를 받지 않았는데, 오늘 방문했을 때 새로운 배송불가 주소 리스트를 전해줬다”며 “조금 줄긴 했지만 대구 여러 장소로 택배가 불가능하며, 서울 내에도 (배송불가 지역이) 몇 곳 존재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모 편의점 역시 사정은 똑같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구로 가는 물류에 대해서는 현재(3월 6일) (한진택배) 접수가 불가하며, 이에 대해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한진택배의 한 기사는 “최근 대구로 보낸 택배가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때문에 대구행 택배는 접수를 받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독자 제보
한진택배 제휴 편의점으로 배포된 배송불가 지역 리스트. 이 외에도 경북대병원 응급실과 영남대병원 응급실, 디지스트 등 대구 내 일부 장소로는 현재 택배 발송이 불가하다. /독자 제보

현재 한진택배의 경우엔 배송이 불가능한 지역·주소 리스트를 구축해 각 제휴 편의점에 안내하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진택배 측이 제휴 편의점 측으로 발송한 ‘배송 불가 리스트’에는 대구 지역 주소가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마포·부천·천안 등이 있는데,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다녀간 곳이다. 

이에 대해 ㈜한진 측은 “일종의 실수”라는 입장이다. 대구 지역에 배송불가 주소지가 늘어나면서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보니, 일부 택배기사가 대구 지역 전체를 ‘배송 불가’ 지역으로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한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따른) 전국의 폐쇄장소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전국의 지점과 집배점에 공지하고, 폐쇄장소 외에는 정상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대구로도 택배 발송이 가능하며, 일부 배송이 불가능한 주소지 외에는 정상적인 택배 발송을 위해 본사 지침을 다시 한 번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제휴점(제휴 편의점)에서 대구행 택배를 접수 받지 않은 것은 택배기사와의 소통에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구행 택배를 무조건 접수받지 않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3월 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총 7,382명이다. 이 중 대구 지역 누적 확진자 수는 5,571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발생에 따라 잠정 폐쇄된 건물(주소지)도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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