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잘못된 정보가 전염병처럼 번지는 '인포데믹'현상도 급증하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잠시 주춤한 모양새였던 코로나19가 18일 152명의 확진자 수를 기록하며 여전히 꺾이지 않는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사망자 역시 전날보다 9명 증가한 93명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들도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바 ‘인포데믹’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혼란 야기하는 잘못된 정보, ‘인포데믹’

인포데믹이란 ‘정보’를 의미하는 영단어 ‘Information’의 앞부분인 ‘인포(Infor)’와 전염병을 뜻하는 ‘엔데믹(Endemic)’의 합성어로 ‘정보전염병’이라는 뜻이다. 이는 잘못된 정보나 악성루머 등이 미디어, 인터넷 등을 통해 매우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하며 건강문제, 경제 위기, 금융시장의 혼란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전염병의 세계적 유행 사태가 일어나면 인포데믹 현상도 함께 뒤따르곤 한다. 중세 흑사병 확산 때는 향신료와 허브가 흑사병을 정화한다거나 몸 안의 오염된 피를 빼면 병에서 나을 수 있다는 등의 잘못된 의학상식이 퍼져나갔다.

지난 2003년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확산 사태 당시 우리나라 피해규모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자 한국인이 즐겨먹는 마늘이나 김치가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물론 의학계에서는 사스 예방과 마늘, 김치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당시 철저한 위생관리와 방역 등으로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는 신도들의 입과 손에 소금물을 뿌려 코로나19를 예방하려고 했다. 이 같이 잘못된 예방 정보때문에 은혜의 강 교회에서는 64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뉴시스

◇ 코로나19 인포데믹 심각… “방역 체계 혼선 우려”

이번 코로나19 사태 역시 잘못된 정보들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난 ‘은혜의 강’ 교회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신도들의 입과 손에 소금물을 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난 1일과 8일 신도들 입에 한 여성이 소금물을 분무한 장면이 CCTV에 잡혔으며 이 여성은 교회 목사의 부인”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금물이 바이러스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센터장은 “소금물로 바이러스를 죽이거나 억제할 순 없다”며 “소금물 가글은 입 안을 정돈하는 수준일 뿐이며 바이러스 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소금물을 분사할 때 입을 벌리고 있어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금물을 분무하면 입자가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미립자)로 나왔을 것”이라며 “이 에어로졸이 교회에 있던 코로나19 환자의 비말과 섞여 공기 중에 떠다니며 전파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잘못된 예방 방법으로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는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지난 9일 목사 부부와 신도 등 6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19일 기준 총 확진자 수는 64명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말,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생활관과 행정반 등에 양파를 비치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

강원도의 한 육군 부대에서는 확산 초기였던 지난 1월 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생활관과 행정반 등에 양파를 비치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사실은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고 각종 온라인 커뮤티니에는 군에 대한 비판글이 쇄도했다. 군은 감기 예방을 위해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내린 권장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의학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뿐만 아니라 감기조차도 양파를 잘라놓는다고 예방이 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터넷 상에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잘못된 정보가 남발해 이용자들의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근육소염진통제를 코에 바르면 코로나19 예방이 가능하다거나, 쑥뜸으로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는 등의 민간요법이 다수 올라와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서울대 의대 졸업생 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 항생제를 다수 구매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었다. 그러나 의학계 전문가들은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박테리아에만 작용한다”며 “코로나19의 경우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전염병이기 때문에 항생제가 예방이나 치료 수단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근육소염진통제, 쑥뜸 등의 민간요법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민간요법들이 유튜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근육소염진통제, 쑥뜸 등의 민간요법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민간요법들이 유튜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방역 체계에 큰 구멍을 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잘못된 정보를 통한 인포데믹은 전염병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며 “SNS,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민간요법의 상당수가 근거가 희박하고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검증이 안된 민간요법 대신 질본에서 발표한 ‘코로나19 감염예방수칙’을 따라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방수칙은 △물과 비누로 꼼꼼히 자주 손씻기 △씻지 않은 손으로 눈, 코, 입 만지지 않기 △기침할 때는 옷소매로 입과 코 가리기 △발열, 기침 등 호흡기증상자와 접촉 피하기 △사람 많은 곳 방문 자제하기 △노인, 임신부, 만성질환자 등은 외출 시 마스크 필수 착용 등이다. 

또한 발열, 기침 등 의심증상이 발생하면 외출 자제와 함께 3~4일 정도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만약 38℃ 이상의 고열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질 경우 먼저 관할 보건소나 질본 콜센터 1339에 상담을 요청한다. 대형병원, 응급실 방문은 의료기관 내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진료 전에는 해외여행력, 호흡기질환자 접촉 여부 의료진에게 성실히 알린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방역은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그 기준대로 따라야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는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국민들에게 혼선을 줘 방역 체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는 질병관리본부, 대한의사협회 등 전문 기관에서 나오는 확실한 정보만을 신뢰하고 따라주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