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3일 우리나라 IT산업의 M&A 활용도는 글로벌 선진국에 비해 밀린다고 밝혔다. 실제로 전경련에서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글로벌 IT산업 분야별 M&A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제외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통신서비스 등 대부분의 IT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선진국의 M&A활용도에 크게 뒤쳐졌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전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한계기업(재무구조가 부실하여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 이후에는 우량기업이 한계기업을 인수하는 글로벌 M&A(인수·합병)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정보통신(IT)기업들의 M&A 활용도가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끌고 있다. 

◇ ‘IT강국’ 타이틀 무색한 글로벌 M&A 시장 점유율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23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IT산업의 M&A활용도는 글로벌 선진국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이다.

전경련이 지난 15년간 이뤄진 세계 IT산업 M&A 시장 점유율(인수기업 기준)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IT M&A의 3분의 1을 미국이 차지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중국도 공격적인 M&A 전략을 펼치는 행보를 보이며 점유율 5위까지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글로벌 IT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5년과 최근 5년간 M&A 시장 점유율 모두 12위에 머물며 현상 유지 상태에 그쳤다.

실제로 IT 세부산업별 M&A 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반도체를 제외한 소프트웨어 등 대부분의 IT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선진국에 크게 못미쳤으며, 한·중·일 아시아 3개국에서도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글로벌 IT산업 분야별 M&A 현황을 전경련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분야 M&A 건수는 △미국(103건) △한국(92건) △중국(74건) △일본(44건) △대만(27건) 순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5년간 글로벌 소프트웨어 분야 M&A 현황은 64건에 불과해 글로벌 순위 21위에 그쳤다. 1위 미국(3,249건)에 비해선 0.02% 수준에 불과했으며, 2위~5위를 차지한 영국(546건), 독일(402건), 프랑스(380건), 캐나다(245건)에 비해서도 크게 뒤처졌다. 한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영미권과 유럽에 비해 크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14위의 일본(142건), 16위 중국(103건)에게조차 밀렸다.

소프트웨어 분야 외 하드웨어와 통신 서비스 분야 M&A도 지지부진했다. 하드웨어의 M&A 현황 최고 순위는 △미국(862건) △중국(279건) △영국(212건) △독일(199건) △프랑스(195건)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134건으로 6위를 차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92건에 그쳐 8위로 집계됐다. 

통신 서비스 분야 M&A 역시 미국이 2,153건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영국 (787건) △프랑스 (536건) △독일 (355건) △호주 (226건) 순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187건, 171건으로 8, 9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11건으로 14위에 그쳤다.

◇ 코로나로 위축됐던 M&A 시장 회복세… 전경련 “황금 기회될 것”

전경련은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위축됐던 M&A 시장이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의 코로나19 국면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입해 볼 때,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알짜기업을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M&A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M&A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27% 축소됐으나 M&A 대상기업의 가치평가도 40% 가량 하락해 우량기업을 낮은 가격에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바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언스트 엔 영(Ernst&Young)이 46개국 글로벌기업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6%가 ‘향후 1년 내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한 38%는 코로나19 M&A 전략으로 ‘인수대상 기업의 가치하락을 노린다’고 응답해, 기회를 선점하기 위한 포스트-코로나 M&A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전경련 김봉만 국제협력실장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글로벌 IT산업 분야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며, 이에 따른 ‘황금 기회’가 곧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우리나라 기업들도 큰 성장을 위해선 M&A 활성화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디지털 이코노미 시대 기술 M&A는 글로벌기업의 핵심 성장전략으로, 중국은 블랙홀처럼 글로벌 첨단기업들을 빨아들이고 미국의 구글, 애플, 아마존 등도 M&A로 신성장동력 확보 및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이루고 있다”며 “그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M&A 활용전략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M&A를 기업의 성장전략으로 인정하는 문화와 함께 지주회사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허용을 하루 빨리 제도화하는 등 기업 M&A에 최대한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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