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으로 알려진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가 수도권 버스 회사에 속속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의 전기모터와 배터리셀 등 주요부품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 제품으로 알려져 겉만 국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 뉴시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까지 발을 뻗쳤다. 사진은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에 사용되는 전기모터와 배터리셀 등 주요부품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 제품으로 알려져 겉만 국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국 전기버스 시장에 중국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때는 2016년이다. 이후 2017년부터 중국 전기버스 제조업체는 한국 시장에 공급량을 점차 늘려갔고, 최근까지 국내 등록 전기버스의 4분의 1은 중국산으로 채워졌다. 저렴한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에 많이 판매될수록 국고가 중국 기업으로 빠져나가는 만큼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2015년 국내 전기버스 기술 중국에 팔아… ‘중국산 활개’ 예견된 일

중국 기업의 한국 전기버스 시장 진출은 이미 2015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15년, 한국화이바그룹은 버스사업부를 중국 타이치그룹(산동태기)에 매각했다. 당시 한국화이바 버스사업부는 국고 지원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로 한국형 저상 CNG버스·전기버스를 개발했다.

이 때문에 10여년간 정부 지원을 통해 개발한 결과물인 전기버스와 그 기술력이 중국으로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는 일체성형 철도차량 차체 설계기술과 배터리 및 리튬 폴리머 배터리 등 국가 핵심기술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한국화이바는 버스사업부를 중국 타이치그룹에 매각하는 것으로 확정지었다. 당시 비판이 잇따르자 한국화이바 측은 “중국 그룹과 계약체결 이전에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 인수·합병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들은 관심만 보일 뿐 실제 협상까지는 진전이 없었다”며 “회사 경영권 분쟁 및 국내 전기버스 보급 정책과 충전 인프라 미흡으로 5년 동안 15대 공급에 그치면서 누적 적자로 경영타격을 입어 부득이 인수합병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화이바 버스사업부를 인수한 중국 타이치그룹은 1987년 설립됐으며, 중국 산둥성에 본사를 두고 전기차와 2차 전지, 자동차부품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타이치그룹은 전기버스 생산 공장 확보를 위해 충남도, 경남도와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타이치그룹은 한국에서 전기버스를 생산해 한국과 제3국에 판매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인수 후에는 사명을 티지엠(TGM)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후 2016년 3월 경남 함양 공장에서 TGM 전기버스의 첫 출고를 알렸다. TGM 전기버스는 서울(플러그-인 충전)과 경북 포항·제주(배터리 교환형), 경북 구미(무선 충전식) 등으로 공급돼 시범운행에 돌입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부산버스운송조합·오성여객 등과 전기버스 도입 계약을 맺었다. 중국 기업이 국내에서 파이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이후 2017년 5월, 중국 타이치그룹은 돌연 인수했던 전기버스 사업부인 TGM을 한국 중소기업인 에디슨모터스에 지분 99.9%를 매각했다. 2년 만에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기는 했으나 타이치그룹의 전기버스 사업부 TGM 매각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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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자동차업체 비야디(BYD)의 전기버스 e버스-12. 이 버스는 지난 2018년 6월 현대자동차와 우진산전, 에디슨모터스 등 한국 자동차업체를 제치고 대전시 전기시내버스 시범사업 차량으로 선정됐다. / BYD

◇ 전기버스 25% 중국산… 국내 인증 프리패스

비야디(BYD)·하이거·범한자동차 등 ‘Made In China’ 전기버스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공급되기 시작한 해는 2017년이다. 환경부가 그간 집계한 전기버스 보급실적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 보급된 전기버스 총 대수는 99대다. 이 중 국산은 74대, 중국산은 25대로 약 25%가 중국산이다.

이후 국내 전기버스 공급실적은 △2018년 138대 △2019년 551대 △2020년(1~10월) 426대다. 이 중 중국산은 △2018년 62대(44.9%) △2019년 140대(25.5%) △2020년(1~10월) 104대(24.4%) 등이다.

2017년부터 2020년 10월까지 국내에 공급된 전기버스는 총 1,214대며, 이 중 약 27.3%에 달하는 331대가 중국산이다. 전체 전기버스 4대 중 1대 이상이 중국산인 것이다. 현재 정부는 전기버스 1대당 환경부에서 저공해차 구매 국가보조금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과 국토교통부 저상버스 지원사업 보조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 중 전기차 보조금이 낮은 수준으로 지원되는 북경모터스 그린타운850(저상전기버스) 모델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국고보조금만 7,000만원이다. 여기에 지자체 지원금이 추가로 지원되는데, 국고보조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된다. 또 전기버스의 형태가 저상버스라면 약 4,500만원 정도의 지원금이 국토부에서 추가 지원된다.

즉, 1대당 최소 약 2억원 정도가 보조금으로 지원되는 셈이다. 실제로 전기버스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자체들 가운데 국고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쳐 최대금액이 가장 낮은 수준은 1억6,700만원이며, 가장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곳은 서울시로 3억3,400만원이다. 저상버스 지원금은 별도다.

이를 감안, 1대당 2억원의 보조금이 지원됐다고 가정하면, 2017년부터 현재까지 공급된 중국산 전기버스 331대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약 6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 갈무리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는 보조금이 모두 적용된 할인금액에 차량을 구매하고, 차량 제조 및 수입사는 보조금을 지자체로부터 수령한다. /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 갈무리

전기차와 같은 저공해친환경 차량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지급절차는 이렇다. 저공해차 통합 누리집의 보조금 신청절차에 따르면 버스회사 또는 개인이 전기버스 등 전기차를 구매할 때 차량출고가에서 보조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자동차 제조‧수입사에 납부하면, 자동차 제조‧수입사가 지자체로부터 보조금(국비보조금+지방비보조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결국 국고가 중국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이렇게 국내에서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배경에는 인증 과정의 문제도 한몫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자국의 안전도·적합성 검증 시험성적서를 갖추면 국내 도입 때 별도의 추가 인증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중국 내 인증절차는 한국보다 수월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국내산 대형 전기버스는 국토부에서 약 18가지 인증시험을 통과해야 하며, 이에 더해 환경부의 1회 충전거리 시험, 소음시험·보급평가 시험도 거쳐야 한다. 특히 국내 전기버스 인증에서 제동시험·전복시험·전자파시험·배터리시험 등은 통과가 까다로운 항목으로 꼽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 전기버스 업체 및 자동차업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중국의 테스트와 국내 테스트는 엄연히 차이가 있는 만큼 국내 판매승인 전 국내에서 재차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산 전기버스 대비 값이 저렴함에도 동일한 기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되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내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전기버스 지원 예산은 매년 한정돼 있는데, 저렴한 중국산 전기버스에 대해 현행 그대로 1회 완충 시 주행거리에 따라 보조금을 책정해 지급한다면 향후 국내 전기버스 기업이 설 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며 “보조금이 전기버스 출고가의 일정 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등 문제점을 빠른 시일 내 수정보완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토부와 환경부는 머리를 맞대고 보조금 및 중국산 전기버스 인증 등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

환경부 측은 “2021년 전기버스 최소 자기부담금액은 아직까지 확정된 바가 없으며, 보급 추이, 시장 상황 및 업계 의견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와 관련해서는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연내 또는 내년 초까지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당국의 조치에 중국산 전기버스의 판매금액 부풀리기 등 시장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환경부 측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만약 발각될 경우 2021년 보조금 지침 보완(적발시 사업자 지위 박탈, 보조금 전액 환수 등)을 통해 단호하게 대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전기버스의 핵심부품 또는 전체 부품의 일정부분 이상을 국산화한 모델에 대해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제기됐었으나, 국토부 및 환경부 측에서는 해당 건에 대해서는 조치가 힘든 부분이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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