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모터·배터리셀 쓰이는데 국내 제조라서 차대번호도 국산 ‘K’표기
저공해차 보조금 지급 기준 강화 필요… 中 부품 대거 사용 시 결국 국부유출

/ 뉴시스
‘국산’으로 알려진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가 수도권 버스 회사에 속속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의 전기모터와 배터리셀 등 주요부품이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 제품으로 알려져 겉만 국산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자동차 업계에 저공해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버스 역시 내연기관에서 전기모터 구동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공급되는 전기버스 4대 중 1대가 중국산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 기업이 국내에서 보조금 먹튀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中 전기버스 국내서 조립 판매?… ‘중국산 전기버스’ 수입이랑 뭐가 달라?

에디슨모터스는 국내 전기버스 전문 제조·판매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전기버스로는 뉴 e화이버드 PIEV와 스마트 11H 등 대형버스 2종이 있다. 이번달 말쯤에는 8~9m급 중형전기버스도 2종을 추가로 출시해 시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달 말에 출시 예정인 △스마트 087 △스마트 093 2종에도 주요 부품이 중국산으로 탑재된다. 오토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해당 차량 2종은 중국 자동차 회사의 중형 전기버스를 국내에서 조립 판매하는 것으로, 238kW급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장착된다.

기존에 생산하던 e화이버드 버스의 주요 부품인 전기모터와 배터리셀도 에디슨모터스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중국산으로 확인됐다. e화이버드에 장착되는 전기모터는 중국 리브콘(LVCON) 제품이며, 배터리셀도 중국 ETP사 제품이다.

e화이버드에 탑재되는 LVCON 전기모터나 ETP 배터리셀에 관한 정보를 국내 소비자들이 찾기란 쉽지 않다. 여러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봐도 관련 사이트나 제품에 대한 정보 확인은 불가능하다. 홈페이지 카탈로그를 다운로드 받아 확인하더라도 관련 내용은 확인하기 힘들다. 전기모터와 배터리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힘든 ‘고효율’ ‘고에너지’라는 설명만 있고 제조사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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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 e화이버드 카탈로그. 모터와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다. / 에디슨모터스

자일대우버스나 피라인 등 버스제조사에서 전기모터와 배터리셀 등 주요 부품의 제조사를 표기해둔 것과 상반된다. 또 자일대우나 피라인 측의 엔진 및 전기모터, 배터리셀 제조사는 검색엔진을 통해 찾아보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에디슨모터스는 주요 부품의 원산지는 표기를 해두지 않았지만 앞뒤 차축은 독일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ZF사 제품을 사용했다고 표기했다. 스마트 087과 093 전기버스는 아직 카탈로그조차 나오지 않아 현재로써는 정보 확인이 힘들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러한 중국산 부품들을 SKD(세미 녹다운) 방식으로 들여와 경남 함양공장에서 제조해 시장에 전기버스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달 출시하는 신차도 동일한 방식으로 제조·판매한다. 

그럼에도 에디슨모터스 전기버스는 차대번호 17자리 중 첫 번째 자리가 국산임을 증명하는 ‘K’로 시작한다. 이렇게 주요 부품은 중국기업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더라도 제조만 국내에서 이뤄지면 ‘Made In Korea’가 되는 다소 황당한 일이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과 관계자는 “차량의 부품이 국산이든 중국산이든 무관하게 차량이 한국에서 제조가 이뤄지면 ‘K’로 시작되는 차대번호가 부여된다”며 “자동차에 장착되는 부품의 원산지는 차대번호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특히 에디슨모터스는 저공해친환경 및 저상버스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1대당 최대 약 3억원 정도 지원받고 있다.

e화이버드는 배터리팩이 3개인 모델과 4개인 모델로 나뉘는데, 4개의 배터리팩이 장착되는 모델은 1회 완충 시 최대주행거리가 378㎞에 달해 저공해버스 국고보조금을 최대치인 1억원 지급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로 저공해차 보조금이 지급된다. 서울시에서는 지자체 보조금이 국고보조금과 1대 1 비율로 동일하게 지급돼 배터리팩이 4개 장착된 e화이버드는 서울시에서 1억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 국토부 측에 따르면 저상버스인 경우에는 국토부 내 ‘저상버스 지원사업’ 명목으로 최대 4,500만원을 지원하며, 지자체에서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해 최대 약 3억원 정도까지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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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슨모터스 e화이버드 카탈로그. 배터리가 팩 설치 개수에 따라 차량 가격과 총 주행거리,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 등이 달라진다. / 에디슨모터스

e화이버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기버스는 저상버스로 제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저상전기버스는 국토부와 환경부, 지자체 등에서 이중으로 보조금을 챙기는 구조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국토부와 환경부는 저공해 전기저상버스 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해 검토 및 수정을 진행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모든 전기차는 국토부에서 요구하는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하고 환경부의 저공해 기준과 1회 주행거리 등 효율성을 모두 충족하고 인증 받은 차량에 한해 저공해차보조금이 지급된다”며 “주요 부품을 중국산으로 사용한 점이나 다수의 부품이 중국산인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중국산 차량이라 해서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국산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종종 있으나 이렇게 할 경우 WTO(세계무역기구) 기준에 위배될 수 있다”며 “중국에서 우리나라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는 조치는 중국이라서 가능한 보복행위이며, 이에 대해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또 “전기버스 보조금과 관련해서는 국토부와 검토를 진행해 올해 연말쯤 확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업계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디슨모터스는 전기버스뿐만 아니라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1톤 트럭 ‘스마트 T1.0’도 동일한 방식으로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군산 새만금 공장에서 올해 말부터 생산할 방침이다.

중국기업의 부품이 대거 장착되는 차량이 시장에서 ‘국산’으로 판매되고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정작 제대로 된 정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도 자동차 주요 부품의 원산지 표기나 차대번호를 좀 더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함께 저공해친환경 차량 보조금 지급 기준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행대로라면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에 들어가는 전기모터와 배터리셀, 차대(섀시), 제동장치 등 부품 전체를 중국산으로 사용하더라도 국토부와 환경부 인증 기준만 충족한다면 저공해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자동차 제조사에 지급된 보조금은 다시 중국산 부품을 구매하는데 쓰여 결국 국부유출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에디슨모터스 측은 이에 대해 “예전에 생산되던 e화이버드에는 LG화학 배터리셀을 사용되기도 했으나 언제부터인가 중국산 ETP사의 배터리셀로 교체돼 사용됐다”며 “전기모터도 독일 ZF사 제품을 사용했었으나 문제점이 발견돼 사용을 중단하고 중국산으로 바꾸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디슨모터스가 그간 국산과 독일제 전기모터를 사용해오다 굳이 중국산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서는 담당자들의 부재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부품이 무조건 안 좋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이 내구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존재한다”며 “이러한 중국산 제품만 이용해 차량을 만들면 결국 국내 승합자동차(버스) 시장을 중국에게 내주고,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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