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문제 등과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상화폐 문제 등과 관련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 과열에 따른 투자자 피해 보호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여당 내에서까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책과 관련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가상화폐는 법정화폐나 금융투자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에 투자한 이들까지 정부에서 다 보호할 수는 없다”면서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또 “주식시장이나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가 있고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이 가상자산에 들어간 이들까지, 예컨데 그림을 사고파는 것까지 다 보호해야 될 대상이냐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으로 등록을 받고 있는데 현재 등록한 업체는 없다”며 “결과적으로는 200개의 가상자산 거래소가 등록이 안되면 다 폐쇄되기 때문에 자기 거래소가 어떤 상황인지를 알고 나중에 (특금법 시행일인)9월 돼서 왜 보호를 안해 줬느냐 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21C(21세기)판 쇄국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노웅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018년 거래소 폐쇄 등 가상화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을 겨냥해 “은성수 위원장의 암호화폐 관련 발언이 일파만파”라며 “제2의 박상기 전 장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 의원은 “미국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나스닥에 상장되었고, 테슬라와 위워크 등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가상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삼는 마당에 이를 미래 먹거리로 활용을 할 생각은 안 하고, 단지 투기 수단으로만 폄훼하고 규제하려는 것은 기존 금융권의 기득권 지키기”라며 “‘21C 판 쇄국정책’이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또한 내년부터 20%의 양도세를 걷겠다고 하면서 정작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조차 못 하겠다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며 “최소한 코인 발행 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 허위 공시에 대한 적발 및 제재, 코인 가격 조작 세력에 대한 감독 등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정의당 오승재 대변인도 23일 논평을 내고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현실을 알고 있다면 할 수 없는 발언으로, 무책임 그 자체”라며 “청년을 선도해야 할 미성숙한 존재로 보는 금융당국 수장의 발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오 대변인은 “청년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 까닭은 주식 대박이나 부동산 투기가 아니면 평생 노동과 주거의 불안정을 버티며 생존해야 하는 뿌리 깊은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 일자리 불평등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가상화폐가 법정화폐 또는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가상화폐를 규율할 수 있는 별도의 법령 제정을 통해 국가에 의한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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