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선도사업지 ‘트리플 역세권’ ‘대형 상업시설’ 투기 요소 다 갖춰
고층 제한 풀면 공사비 늘어나… 분담금 감당 못하면 원주민 나가야

 1차 사업선도 지역 후보에 오른 서울 동대문구 용두1-6구역 내 청량리수산시장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정부의 불도저식 공공주도 재개발(3080주택공급방안) 정책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 내에서 “재건축(공공주도) 무조건 로또”라는 소문이 파다하고, 최근 발표된 2차 선도사업 후보지 주민들은 공공주도 재개발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후보지로 선정한 지역 모두 낙후된 곳이라는 점에서, 재개발시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현금청산 받고 그동안 살던 지역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 공공주도 개발은 ‘로또’인가

정부는 지난 1월 서울 ‘흑석2구역’ 공공 재개발에 용적률 450%, 최고 40층을 제안했다. 이에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는 “사업성이 기대 못 미친다”며 거부했다. 이에 SH공사는 16일 △용적율 600% △층수 49층 △분양가상한제 면제 등을 제안했다. 파격적인 수준이다.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동의하고 사업에 참여할 분위기다. 

문제는 전용면적 59㎡(18평)의 분양가가 10억원을 선회하고, 전용면적 84㎡(25평)의 경우 13억원 수준을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이다. 공공주도 개발의 취지가 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하자는 것인데 이를 역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경제의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국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분양가상한제 시행 및 후분양을 통해 저렴한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데 정부는 공공주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투기 시장을 조장하고 있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내세운 1‧2차 선도사업 후보 지역은 역세권 고밀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역세권으로 투자 가치가 높지만, 원주민들의 반대로 그동안 재개발이 진행 더뎠던 곳을 사업 지역 후보로 선정한 것이다. 

최근 2차 선도사업 지역으로 발표된 서울 ‘청량리‧용두동’ 일대와 ‘미아역 일대’의 경우 역세권 지역으로 낙후됐지만 재개발이 지지부진 했던 지역이다. 이 지역의 특성은 △백화점 △쇼핑몰 △대형마트 등과 같은 대형 상업시설이 인접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량리‧용두동의 경우 집값 상승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이른바 ‘트리플 역세권’에 GTX광역 철도 노선도 들어설 예정이다. 즉 이들 지역은 공공이 주도해서 개발한다고 해도 투기 자본이 몰릴 수 있는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정부가 전용면적 60㎥(18평)은 1인이 2채까지 소유할 수 있게 해 놓았으며, 중대형인 85㎥(25평) 이상 초과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이 지역 일대에 다세대 빌라를 소유하고 있고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원주민에겐 공공주도 재개발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 투기자본이 들어와 빌라들을 매입한다면 이 역시 ‘로또’나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렇다 할 설명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 1차 선도사업 발표 기간은 서울시장 선거와 맞물려 있어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주민설명회를 하지 못했지만, 2차 선도사업 발표 후 설명회를 하고 있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1차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서울 연신내 인근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주민 10% 동의를 얻으면 사업지로 선정되기 때문에 공인중개사무소 등지에서 ‘재건축은 로또’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신내 또 다른 조합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부가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며 “용적율을 상향과 층고 제한을 얼마나 풀어줄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무작정 주민 동의를 얻기 위해 사업을 진행시키려고만 하니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돈 있으면 ‘로또’, 없으면 ‘나가라’

“우리 지역은 소득 수준이 낮아서 재개발시 분담금을 감당 못해서 전세 놓고 나간다. 그 집마저도 대출 융자를 받았기 때문에 재개발 하면 현금청산 받고 나갈 수밖에 없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A중개사의 말이다. 정부가 14일 서울 청량리‧용두동 일대를 공공주도 개발 대상지로 선정하면서 지역 부동산 시장이 흔들렸다.

문제는 정부가 용적률 상향과 층고 제한을 풀어줘 이로 인해 아파트 건축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조합원의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층고 제한을 풀어준 게 건축비 대폭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건축비 중 하부 구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고층 개발할 경우 하부구조 시공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사비의 대규모 증가로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고층 아파트 비용으로 조합원 개인 분담금이 수백만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투기 자본의 경우 분담금 수백만원은 큰 비용이 아니지만, 실거주를 원하는 조합원 입장에선 분담금 증가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의 집을 버리고 대출 받아서 분담금 마련해 입주하라는 얘기다. 더욱이 민간 주도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해도 조합원 상당수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지만, 공공 주도 개발은 주민 참여가 적어도 진행할 수 있다.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 원주민을 몰아낼 가능성도 대두 되고 있다. 

◇ 조합원 이득 없는 공공주도 개발 반대

문제는 투기 요소를 갖춘 1‧2차 선도개발 지역 원주민들이 민간 개발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기관 이름을 단 아파트 단지가 지역 내 들어서면 인근 집값 상승을 저해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건축 조합원들의 경우 1군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브랜드 아파트로 개발될 경우 미래 자산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청량리의 한 조합장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SH 이름 달고 아파트가 세워지는 것을 조합원들이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조합 설립 10년 전부터 공공은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장은 “최근 서울시에서 층고 제한을 완화해주고 있다”며 “정부가 용적율 높여주고 층고 제한 풀어줘도 공공개발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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