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11일, 대한민국 제1야당이자 보수정당 대표에 원내 경험이 없는 36세 청년이 선출됐다.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에 이준석 후보가 선출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다. ‘0선’의 청년이 4선, 5선의 전직 원내대표 출신 후보들을 누르고 당대표직에 오른 것이다.

이준석 신임 당대표 앞에는 야권 통합 대권 주자 선출과 정권교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국민의힘은 무엇 때문에 청년 당대표를 선출한 것일까.

◇ 이준석을 향한 승리의 ‘기대감’

이 대표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당대회에서 43.82%의 득표율을 얻었다. 2위인 나경원 후보(37.14%)와는 6%p 가량 차이를 벌렸다. 득표율은 당원 투표 결과와 일반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다. 이 대표는 일반 여론조사에서 58.76%를 얻어 나 후보(28.27%)를 월등히 앞섰다. 이 대표가 일반 여론조사에서 58.76%로 압승한 것은 그간의 돌풍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당원 투표에서는 37.41%를 얻어 나 후보(40.93%)에게 3.52%p 밀렸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TK)이 전통적인 텃밭인 만큼, 당원 비중도 이 지역이 높다. 이는 이 대표가 TK 지역에서 나 후보에게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대구를 찾아 “탄핵이 정당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득표율 차가 적어 당원들 역시 국민의힘의 변화를 원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신임 대표에게 바라는 ‘변화’는 무엇일까. 일단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제외하고, 2016년부터 큰 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했던 국민의힘은 ‘승리’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들에게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원내 경험이 없는 30대 청년에게 당을 맡기는 게 다소 불안할 수 있지만, 재보선 승리에 이어 정권교체 가능성 때문에 이 대표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했지만, 44.36%의 득표율을 얻으며 분전(奮戰)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처음으로 출마했지만, 안철수 당시 후보를 상대로 31.32%라는 표를 얻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같은 인식이 이 대표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말하면, 이 대표와 맞붙었던 나 후보는 지지층에게 ‘참패’의 기억을 되살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이 대표는 2030 남성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대표직을 거머쥐었다. 이 대표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정치인들과는 대조적으로 2030 남성들이 주장하는 ‘역차별’에 주목해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다만 이같은 행보는 이 대표가 젠더 갈등을 유발해 정치적 이득을 얻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주장한 ‘능력주의’ 역시 논란의 여지가 많다. 

◇ 이준석의 향후 과제 '대선 경선 관리’

이 대표는 향후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 경선 관리라는 큰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범야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영입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기존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관계 설정도 중요하다. 

또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중요한 과제다. 국민의당에는 야권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안철수 대표가 있다. 안 대표가 무난하게 국민의힘에 합류할 경우, 윤 전 총장 등 당 밖의 대권주자의 입당 논의가 순탄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특정주자를 위한 경선 일정 조정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오는 8월 중순이나 하순 이후에 경선일정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이 대표는 경쟁 후보들로부터 ‘유승민계’라는 견제를 받아온 상황이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경선 국면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 대표가 원내 경험이 없어 범야권 통합 등 정치력이 필요한 현안을 어떤 식으로 처리할 지도 관심거리다. 윤 전 총장이나 안 대표와의 통합 과정에서 이 대표가 앞서 했던 공격적인 발언을 할 경우 리더십 뿐 아니라 정권교체에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다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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