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최근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의석이 비어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달 31일 최근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의석이 비어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초선, 서울 서초구갑) 의원의 사직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국회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다른 절차 없이 사퇴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가 추진되고 있다.

현행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면 회기 중에는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고 폐회 중일 때는 국회의장이 허가해야만 사직 처리가 된다.

국회법 제135조 2항에는 ‘의원이 사직하려는 경우에는 본인이 서명·날인한 사직서를 의장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135조 1항에는 ‘국회는 의결로 의원의 사직을 허가할 수 있다. 다만, 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여야에서 발의가 추진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은 각기 목적이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최고위원이 조만간 발의할 예정인 국회법 개정안은 ‘사퇴쇼 방지’가 목적이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회법상 의원 사퇴 절차를 대폭 개선한 ‘국회의원 사퇴쇼 방지법’ 발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강 최고위원은 “실제 스스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혀놓고도 정작 의원직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18대 19대 20대 국회도 5명의 지역구 의원이 사퇴를 선언했으나 단 한 명도 실제 의원직 사퇴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 최고위원은 “이러한 맹점은 의원직 사퇴를 ‘선언’으로만 끝내거나, 때에 따라 본인에게 불리한 정치적 국면을 전환시킬 정쟁 수단으로 악용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국회법을 의원이 사직하려는 경우 사직일과 사유를 적은 사직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고 ‘사직일에 적힌 사직일에 사직한다’고 명시하는 내용으로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강 최고위원은 “국회의원 사퇴쇼 방지법 통과시 국민이 선출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직위에 대한 책임성을 높이면서 의원직을 볼모로 정쟁에 활용하는 잘못된 정치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치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데도 기여하리라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추진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취지는 강병원 최고위원의 개정안과 다르다. 국회의원의 사직이 본회의 표결이나 국회의장의 허가를 거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이유에서 국회법 개정을 추친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 발의 계획을 알리며 “윤희숙 의원이 헌정사상 (제가 알기론) 지역구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쇼가 아닌 자발적인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그런데도 사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사퇴는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국회법 제135조 규정 때문”이라며 “저는 이 조항이 잘못된 조항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헌법 제15조(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를 언급하며 “위헌이다. 본인이 국회의원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겠다는데 그걸 막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근거없는 제한”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대통령도 본인이 하야하면 곧바로 그만 둘 수 있다”며 “대표적인 선출직인 지사나 시장들도 바로 그만둘 수 있다. 오직 국회의원만 본회의 의결 또는 의장의 허가로 그만둘 수 있도록 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정치인들이 권위주의 시대에 국회의원에 대한 강압적 사퇴를 막기위해 만들어진 조항이라고 주장하던데 그게 아니다”라며 “이 조항은 일본 국회법 및 중의원규칙에도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 국회법을 만들 때 일본법을 그대로 베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회법 개정안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되자 국회의원직과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사직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여야 합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여야 원내대표는 겉으로는 사직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 사직안이 언제 상정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여야가 말로는 사직안 처리 입장을 밝히면서도 각기 정치적 셈법에 따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의원이 사직안이 처리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사퇴 쇼’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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