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상속세 폐지′를 공약했다. 캠프 해체 선언 이후 첫 일성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그의 보수 일변도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상속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보수층을 겨냥하며 선명성을 나타내겠다는 심산이다. ‘캠프 해체’를 선언한 최 전 원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낸 모습이지만 지나친 ‘우클릭 행보’가 오히려 최 전 원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새어 나온다.

최 전 원장은 16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정책비전 발표회를 열고 상속세 전면 폐지를 공약했다. 그는 “재산 형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추구하는 것”이라며 “상속세는 세금을 내면서 열심히 벌어 지켜온 재산에 대해 국가가 다시 한 번 물리는 세금의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상속세 폐지를 공약한 이유로 ‘사유재산권 존중’과 ‘기업의 경영 지속’을 들었다. 그는 “평생 모은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정상적인 일에 세금을 물리는 일이 옳은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현재 상속세 제도가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해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계속 운영되고 일자리를 창출할 기업을 단지 대를 물려 경영한다는 이유로 그 지배력을 절반 이상 가져가 버리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고 반문했다.

상속세 폐지는 ‘부의 대물림’ 문제와 연결되며 민감한 사안 중 하나다. 경영계에선 ′기업 경영권 침해′ 등을 이유로 과도한 상속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회 문제와 직결돼 있고, 찬반 양론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탓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전 원장도 이러한 분위기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는 이날 “참 꺼내기 어려운 주제”라며 “저도 이 문제 꺼내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세제 계편 등을 통해 상속세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 전 원장은 “소득세, 법인세, 재산세를 재설계하면 오히려 공정과세가 가능하고 기업을 지속 경영함으로써 일자리를 유지, 창출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며 “진정한 공정 과세 내지 실질적인 부의 재분배를 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보수 일변도′에 우려 목소리

최 전 원장이 이 같은 공약을 내건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그가 선명한 ‘우클릭 행보’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지율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보수 색채를 강화해 세 결집을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전 원장으로선 ‘승부수’를 띄운 셈이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 전 원장은 정치에 뛰어들면서 중도 확장성을 지닌 대표 주자로 거론됐다. 하지만 출마 선언 이후 그는 오히려 강성 보수의 색채를 덧입으며 이같은 기대와 어긋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앞서 대선 후보 국민면접에서 최 전 원장을 향해 “중도층 호소력을 기대했는데, 공약을 보면 울트라 라이트고 시장 만능주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최 전 원장은 보수 입장에선 원칙주의자고 중도 외연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을 본 것”이라며 “경선을 앞두고 집토끼를 먼저 잡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선 경쟁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이 문제가 캠프 해체의 발화점이 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최재형 캠프 김영우 전 상황실장은 페이스북에 “지난 일요일 상속세 폐지 관련 기자간담회 하신다고 해서 그걸 제가 제동 걸었다. 캠프에서 단 한 차례도 토론이 없던 주제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최재형다움의 실체가 진짜로 무엇인지, 있다면 그게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침해되어 가고 있는지 열띤 토론과 냉정한 분석이 선행된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내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오죽하면 최측근에서 활동하던 김영우 전 의원까지 나서서 '이게 최재형다움'이냐고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지겠나”라며 “차리리 캠프를 도로 만드시라. 이러다 대형사고 치실 것 같아 가슴이 조마조마하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