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실적 역성장이 임박한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실적 역성장이 임박한 모습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수입차업계의 ‘왕’ 메르세데스-벤츠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가파르고 꾸준하게 이어져오던 판매실적 성장세가 지난해 소폭의 하락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도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신규등록 집계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 11월 3,54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4,171대 판매실적을 기록한 BMW에 이은 2위다. 앞서 지난 10월에도 BMW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벤츠는 이로써 두 달 연속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됐다. 벤츠가 두 달 연속 월간 판매실적 2위에 그친 것은 2017년 11~12월 이후 약 4년 만이다.

벤츠의 판매실적이 급격하게 떨어진 배경으로는 ‘반도체 대란’이 꼽힌다. 이는 벤츠 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인데, 기존에 판매실적이 높았던 벤츠의 타격이 유독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물론 올해 연간 판매실적 순위까지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 벤츠는 11월까지 6만9,40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6만1,436대인 BMW를 넉넉하게 앞서고 있다. 올해 남은 기간이 12월 한 달 뿐인 만큼, 벤츠는 올해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전망이다. 또한 벤츠는 국내 완성차업계 하위 3사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상 첫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실적 3위 등극도 노리고 있다.

주목할 점은 벤츠의 성장가도에 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벤츠는 2002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이후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한때 BMW에 가려 만년 2위의 설움을 겪기도 했지만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고, 결국 2016년 1위에 올라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지난해 처음으로 변곡점을 맞았다. 벤츠는 지난해 7만6,879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7만8,133대에 비해 1.6% 감소한 수치였다. 하락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초유의 역성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그런데 올해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벤츠의 11월까지 누적 판매실적(6만9,400대)은 지난해 같은 기간 67,333대에 비해 3%의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벤츠의 최근 월간 판매실적이 신통치 않다는데 있다. 만약 12월에도 저조한 판매실적이 이어질 경우 벤츠는 2년 연속 역성장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벤츠의 올해 판매실적이 전년 대비 성장세를 기록하기 위해선 남은 12월 7,480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려야 한다. 평소의 벤츠라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가장 최근인 10월과 11월 각각 3,623대, 3,545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벤츠가 위상에 걸맞지 않는 2년 연속 역성장으로 체면을 구기게 될지, 극적인 반전으로 조력을 보여주게 될지 12월 판매실적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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