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11번가 대표이사가 올해 실적 개선의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11번가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11번가가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매출이 소폭 상승하는데 그친 반면, 영업적자는 대폭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아마존과의 협업 관계를 맺고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보였지만 실적은 기대치를 밑도는 모습이다. 11번가는 내년 상장 추진이 예정된 곳이다. 기업가치 성장의 과제를 짊어진 이상호 대표의 발걸음이 무거울 전망이다.

◇11번가, 지난해 2년 연속 영업적자 행진

11번가는 지난해 11월 출범한 SK스퀘어의 자회사다. 앞서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을 담당할 사업회사인 SK텔레콤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SK스퀘어로 분할된 바 있다. SK스퀘어는 최근 출범 첫 연결 실적을 발표하면서 11번가를 비롯한 연결 자회사들의 실적도 공개했다. 

주요 자회사 중 한 곳인 11번가는 지난해 매출과 수익성 면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모습이다. 

SK스퀘어가 공개한 실적자료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해 69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전년(-97억원)보다 대폭 불어난 규모다. 순손실 역시 전년 296억원에서 지난해 66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매출은 5,614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11번가는 2018년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해 독립법인이 된 후 출범 이듬해 반짝 흑자에 성공한 후,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격하게 커졌지만 11번가는 실적면에서 큰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이커머스 업계 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쿠팡이 배송 경쟁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유통대기업이 온라인 쇼핑 진출을 강화하면서 시장 경쟁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쇼핑시장의 터줏대감 격으로 평가받던 오픈마켓들의 시장 입지 사수도 녹록지 않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11번가 역시, 시장 변화 흐름 속에서도 서비스 개선과 마케팅 강화, 배송 혁신 등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지난해엔 글로벌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서비스를 시작해 시장의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내년 IPO 추진 앞두고 실적 개선 부담↑

11번가는 지난해 8월 아마존 미국(US)의 수천만 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 우주패스와 연계한 무료배송 혜택 등으로 서비스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격적인 사업 행보에도 지난해 매출은 3% 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익성은 투자 및 마케팅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용 증가로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11번가는 내년 상장 추진이 예정된 곳이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때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에 기업공개를 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11번가는 내년에는 상장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호 11번가 대표는 지난해 3월 25일 열린 SK텔레콤 제3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성공적인 IPO 추진을 위한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이러한 포부와는 사뭇 배치되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 대표는 올해 실적 개선 압박을 더욱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환경 속에서 이 대표가 실적 만회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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