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신임 CEO로 하형일 SK텔레콤 CDO가 내정됐다. 11번가는 새 CEO의 선임을 계기로 기업 가치를 높여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11번가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낸 11번가가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신임 CEO로 하형일 SK텔레콤 CDO(Chief Development Officer)가 내정됐다. 11번가는 새 CEO의 선임을 계기로 기업 가치를 높여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겠다는 각오다.

◇ 투자 전문가 CEO로 영입… IPO 성공 동력 확보할까 

11번가는 신임 CEO로 하형일 SK텔레콤 CDO를 내정했다고 24일 밝혔다. 또한 이날 안정은 11번가 포털기획그룹장을 최고운영책임으로, 11번가 박현수 코퍼레이트센터장을 영업총괄로, SK텔레콤 김태완 성장사업담당을 최고전략책임으로 각각 선임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이상호 대표이사는 3년 6개월여 만에 11번가의 경영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이 대표는 11번가가 독립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2018년 9월부터 회사를 이끌어온 인사다. 시장에선 올 초부터 이 대표의 교체설이 돌았던 바 있다. 지난 1월 이상호 대표가 SK텔레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돼 11번가 대표직을 겸임하게 되면서 이러한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작년 부진한 실적이 부각되면서 이 같은 교체설에 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11번가는 지난해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작년 영업손실은 694억원으로 전년(-97억원)보다 7배 불어났다. 순손실 역시 2020년 296억원에서 지난해 669억원으로 크게 불어났다. 지난해 공격적인 마케팅과 사업 투자에 나서면서 각종 비용 부담이 커진 점이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11번가는 지난해 8월 아마존 미국(US)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하고 빠른 배송 서비스, 우주패스와 연계한 무료배송 혜택 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사업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공격적 영업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3% 증가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샀다. 

이러한 부진한 실적은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11번가에겐 부담요인으로 지목됐다. 11번가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분사할 때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H&Q코리아 등에서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5년 내에 기업공개를 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기업공개 추진 시점은 당장 내년으로 다가왔다. 이에 마음이 다급해진 모회사인 SK스퀘어 측이 자회사인 11번가 경영진 교체를 통해 쇄신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11번가는 신규사업 전략 전문가인 새 CEO의 선임을 계기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기업가치를 증대해 내년으로 예정된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11번가에 따르면 하 내정자는 사업 개발 및 글로벌 사업 전문가로 맥쿼리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 업계에 몸담은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18년 SK텔레콤에 합류한 뒤, 투자기회 발굴을 통해 SK텔레콤의 뉴ICT 사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ADT캡스 인수, 티브로드 인수합병, 우버의 투자유치 및 티맵모빌리티와의 합작사(JV) 설립, 마이크로소프트·DTCP 등 원스토어의 국내외 투자유치등 SK텔레콤의 굵직한 신규사업과 외부 투자 유치 등을 맡아왔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11번가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11번가의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론칭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 하형일 CEO 내정자는 “이커머스 시장은 매년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산업으로 11번가는 앞으로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펀더멘털을 갖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와 직매입, 오픈마켓 사업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 성장하는 11번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커머스 내 시장 상황은 마냥 녹록지 않은 형편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11번가는 이커머스 업계 4위 사업자다. 네이버·쿠팡·신세계 등 3강 체제가 견고해지는 사이, 11번가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과연 하 내정자가 11번가의 기업 가치 개선과 함께 IPO 추진 작업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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