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바이든 방한 만찬 당시 찍은 기념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병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김상희 국회부의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바이든 방한 만찬 당시 찍은 기념사진이 담긴 액자를 선물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진석 국회부의장, 박병석 국회의장, 윤석열 대통령, 김상희 국회부의장.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1대 국회 전반기 임기 만료를 앞둔 박병석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야 협치와 국민 통합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접견하고 만찬을 가졌다. 국회에선 박 의장을 비롯해 정진석·김상희 국회부의장, 이춘석 국회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접견은 만찬에 앞서 오후 5시 50분쯤부터 윤 대통령의 5층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이 자리에 윤 대통령과 박 의장 모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만찬에서 찍은 사진 액자를 가져오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박 의장은 “내가 바이든 대통령한테 ‘상원의원 얼마나 했습니까’ 했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36년 하고 부통령을 8년 했다’고 그러면서 나한테 얼마나 했냐고 묻길래 ‘22년째다’ 그랬더니 웃더라”며 “나는 한국 국회에서는 제일 오래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기준으로 보면 아직 주니어”라고 농담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이 “이 방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얘기를 하는데”라고 자연스럽게 화제를 이어나갔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여기 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길에서 환영해줬다고 하길래 제가 ‘중학교 다닐 때 포드 대통령이 (1974년) 한국에 오셔서, 우리가 김포공항 도로변에 나가서 환영한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포드 때부터 상원의원이었다’고 (답하더라)”고 밝혔다. 이에 참석자들이 모두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제가 국민학교(초등학교) 6학년 때 (바이든 대통령은) 벌써 상원의원이 되신 거였더라”면서 “29세에 당선이 됐는데 미국은 법상 30세가 돼야 상원의원이 될 수 있다더라. 선거에 당선은 됐는데 30세가 안 돼서 조금 기다렸다가 상원에 가서 활동했다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또 이번 한미정상회담 만찬이 국빈만찬이 아니어서 박 의장은 참석 대상이 아니었으나, 만찬 당일 오전 이 사실을 윤 대통령이 알면서 참석하게 된 이야기도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당시 상황에 대해 “(만찬 날) 아침에 전화를 드려서 ‘어제 총리 인준 감사하다. 이따 저녁에 뵙겠다’고 했더니 (박 의장이) ‘저는 대상이 아니다’ 그러기에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옆에 있던 김 비서실장이 “국빈만찬이 아니라서”라고 부연하자 “아니 그것을 외교부 프로토콜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 의장은 당일 저녁 약속이 있어서 참석 않는 것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이진복 정무수석에게 전했으나, 외교부 의전 담당이 박 의장을 모셔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접견에서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당부의 말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주요 발언을 소개했다.

박 의장은 “새 정부의 첫 총리인 만큼 (인준을) 신중하게 했다. 이제는 여권이 화답할 때”라며 “여야 협치를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건 국민통합, 격차해소, 신성장동력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과 함께가 아니면 의미 없다”면서 “윤 대통령이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을 평가하고,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의회주의’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건 젠더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최근 공직 후보자 검토하는데 그 중에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처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며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거 같다. 이제 더 크게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은 비서관실이 모여 있는 6층을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이전한 대통령실에 대해 “참모들과 한 건물에 있으니 언제나 부를 수 있고, 비서관들이 집무실로 막 들어오기도 한다”면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가까이 있으니 내부적으로 소통이 참 편하다. 국민들과 잘 소통하려면 내부 소통이 먼저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지하 1층 로비를 지나가면서 “여기서 아침마다 기자들을 만난다. 늦게 오면 지각한다고 할까봐 늦게 올 수가 없다. 출근할 때 기자들이 무슨 질문을 할까 생각한다. 어떤 날은 예상한 질문이 나오고 어떤 날은 전혀 다른 질문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박 의장이 “예상 밖의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그냥 지나간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은 국방부 컨벤션센터 1층 가네트홀로 자리를 옮겨 오후 6시 46분쯤부터 오후 8시 46분쯤까지 2시간 동안 만찬을 가졌다. 이날 만찬은 21대 국회 전반기를 이끈 국회의장단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21대 전반기 국회의장단의 임기는 오는 29일 만료된다. 만찬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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