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위더십 연구소’ 공동대표, 전 중소기업유통센터 소상공인디지털본부장 / 시사위크

연재를 시작하며
 

물음이 생겼다.  

‘디지털은 소상공인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인터넷도 모바일도 우리가 선택 했다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적응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시간일 수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소상공인들에게는 코로나19 같은 두렵고 낯선 존재다. 이번 연재가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제 백신’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한다. 아울러 함께 위 물음에 대한 물음동지가 되어 답을 찾아 갔으면 한다. ‘배가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아니다’는 말처럼 디지털이라는 격랑의 바다로 출항하려 한다.

 

지난달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멈추면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식업종과 소공인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와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등이 지난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지난달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멈추면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식업종과 소공인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한국노총전국연대노동조합 플랫폼운전자지부와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 등이 지난 24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이익은 빠르게 손실보상은 느리게

지난달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멈췄다. 카오스가 시작됐다. 특히,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외식업종과 소공인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 지난 9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가 발표한 ‘카카오 마비 소상공인 피해접수’ 결과, 10월 17일부터 31일까지 영업손실 피해를 신고한 소상공인 업장이 2천117곳에 달한다. 소상공인 연합회에 자진해서 신고한 건수가 이정도 이니 직간접적 피해규모는 더 클 것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을 이야기 하면서 매번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이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플랫폼이 플랫폼 내 기록을 통해서 선제적으로 피해 보상 계획을 발표하고 여기에 누락되거나 이견이 있는 소상공인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것이 상식적이란 생각이다.

얼마 전 탄 카카오 택시 기사님 이야기가 뼈를 때린다. ‘콜마다 자동으로 사용료 떼어 가는 시스템은 참 빠르고 신속한데 이번 보상은 어찌 이리 느린지 모르겠다. 사고 나기 전 한달 정도 평균 수익이 있을 테니 그것을 기준으로 사고난 시점에서 부족한 수익을 일괄적으로 보상해 주면 되는거 아닌가? AI는 이럴 때 뭐하는지 모르겠다.’
 

카카오가 남긴 문제들 

카카오 사태는 이렇듯 위기 앞에서 플랫폼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익에 대해서는 빠르고 능동적이던 시스템이 손실보상 앞에서는 느리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사태는 눈앞의 손실보상과 함께 묵은 플랫폼에 대한 불만과 독점으로 인한 향후 있을 수 있는 문제도 끄집어 내고 있다. ‘좋은 상품 내 놓으면 뭐 합니까? PB상품 만들어서 더 싼 가격에 판매하면 뭐라 항의도 못하고 폐점되니’, ‘알고리즘 뒤에 숨지 았으면 싶어요. 자사 PB 상위 노출로 유사상품들이 엄청 큰 피행을 입어요’, ‘디지털 디지털 노래를 불러서 입점을 하긴 했는데 뭐가 이리 복잡한지 홍보 해야 한다해서 SNS 만들어 관리하고 기획전 하고 라이브 커머스도 하고 팔수록 손해니 괜히 시작했나봐’ 적잖은 디지털 상공인들의 볼멘소리다. 

최근 ‘디지털 전환’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회적 트렌드다. 하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등 경쟁 상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니즈 파악과 실시간 온라인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쏟아내는 이때, 디지털 전환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최근 ‘디지털 전환’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회적 트렌드다. 하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등 경쟁 상권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니즈 파악과 실시간 온라인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쏟아내는 이때, 디지털 전환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사진=박설민 기자

디지털 전환의 그늘 

인터넷과 모바일이 맘에 안든다고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소상공인들에게 디지털 전환도 선택할 수 없는 문제니 더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로 위안을 삼지만 눈앞의 현실은 녹록하지만은 않다. 디지털경제는 거대 플랫폼의 출현과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가져왔다. 플랫폼의 가치는 플랫폼 사용자 간의 직·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로 결정된다. 소비자는 낮은 이용료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소비자 선호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제공받는 게 가능해진다. 공급자(입점업체)는 다양하게 유치된 입점 업체들로 인해 네트워크를 강화시킬 수 있다. 

브랜드 인지도의 열세 속에 끊임없이 신규 판로 개척의 부담을 갖고 있는 소상공인과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폭넓은 소비자층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플랫폼의 강력한 직·간접적 네트워크 효과는 소비자 고착화와 쏠림현상을 유발해 높은 시장지배력에 기초해 신규 시장 경쟁자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가입과 활용의 낮은 전환 비용(swithing cost)으로 한 개의 입점 업체가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가능하다는 멀티호밍적(multi-homing) 성격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로 인한 높은 전환비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또 플랫폼 이용자(소비자, 입점업체)로부터 생성된 빅데이터는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해 승자독식 환경을 조성하고 중개자(intermediary) 역할에서 시장 통제적인 역할로 변모할 위험을 내재하며 비대칭적 가격 설정에 따른 불공정거래의 소지도 존재한다. 
 

뗏목을 이고가는 사람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걷고 있다. 걷다 보니 강을 만났다. 강을 건너기 위해서 뗏목을 만들었고 강을 건넜다. 그리고 뗏목을 이고 길을 걸어 간다. 이 모습을 본 스님이 ‘강을 건너면 뗏목을 두고 가야지 어리석은 사람들 하고는’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 문제 해결책을 다른 문제에도 적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과거 시대의 문제해결을 디지털 경제에 맞추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속도가 빠르고 그 방향성도 다종다양해진 현실에서 기업은 그 트렌드에 발 맞출 수밖에 없다. 기업은 이런 변화에 맞추고 정부는 이런 기업 활동의 촉진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총수요 창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총수요창출’ 이것이 디지털 경제 시대 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이다.

최근 생중계된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민생회의’가 국민들에게 외면당한 이유도 이런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의 정부의 역할을 과거 수출입국 시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IRA 법안이나 700조 규모의 바이어메리카 공약이야 말로 새로운 시대 산업에서 정부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일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공공일자리 사업과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그나마 정부의 총수요 창출이란 역할에 부응하는 사업이었는데 퇴행이 아닐 수 없다. 

 K 디지털 플랫폼 리더쉽 구축을 위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해 가야 한다. 거대하고 글로벌한 K 웨이브 속에서 못할 것도 없다. / 게티이미지뱅크
K 디지털 플랫폼 리더쉽 구축을 위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해 가야 한다. 거대하고 글로벌한 K 웨이브 속에서 못할 것도 없다. / 게티이미지뱅크

K 디지털 플랫폼 기준국가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또한 뗏목을 이고가는 정책이다.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디지털 경제 시대에 규칙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자연스러운 역할이다. 사법이 과거의 일을 단죄하고, 행정이 현재을 만들어 간다면 입법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디지털 공화국법’을 만든 프랑스를 따라가지는 못할망정 거대 플랫폼의 공정거래를 위해 최근 각국은 자율규제보다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서 시장을 보호하는 추세다.

유럽연합에서는 올해 10월부터 거대 플랫폼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강력하게 규율하는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과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이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공동부유론'을 앞세워 빅테크를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그간 플랫폼 규제에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과 이해 관점에서 미온적이던 미국도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플랫폼의 공정성과 포용, 사회적 후생과 이해, 거시적 효과를 변화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아마존이 제작한 제품은 아마존에서 팔수 없게 하는 반독점 패키지 법안을 입안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제조업을 겸업하는 것은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과거 불공정거래행위가 담합이나 독점, 반경쟁적 기업결합 등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의 금지를 중심으로 했던 것이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춘 관점이 반영된 것이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대한민국은 추격국가일 수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서 대한민국은 선도국가이자 기준국가이다. K 디지털 플랫폼 리더쉽 구축을 위해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해 가야 한다. 거대하고 글로벌한 K 웨이브 속에서 못할 것도 없다.
 

디지털 상공인 시대

디지털 상공인과 가장 이상적인 관계로 운영되는 K 플랫폼 또한 꿈은 아닐 것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땡겨요’라는 배달 플랫폼을 오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수수료도 낮추고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도 돕는 신한은행만의 ESG 활동이다. 얼마전 은행의 앱을 통한 부가 사업이 가능하게 됐을 때 은행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접근하기 보다는 ESG 차원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 활용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니가 싶다. 사실 ‘땡겨요’ 앱을 통해서 당장의 이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신한은행 브랜드 파워에 미치는 긍정적 이미지는 그 손실을 상쇄하고 남을 것이다.

사과 속 씨앗은 셀 수 있지만 씨앗 속 사과는 셀 수 없다는 말처럼 ‘땡겨요’처럼 선한 마음으로 세상에 뿌린 씨앗들이 더 많은 열매가 맺게 한다면 디지털 상공인 시대는 소상공인들에게 드리워진 그늘은 양지로 바뀌어 갈 것이다. 앞으로도 연재를 통해서 디지털 상공인 시대 의미 있는 사례를 꾸준히 소개하려고 한다. 
 

해당 기사는 2022년 11월 11일 오전 11시 11분경 포털사이트 등으로 최종 출고되었나, 이후 독자의 제보로 오타(誤打)가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이를 즉각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기사 검토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수정 전) 세상에 뿌려는 씨앗들이
 

▲(수정 후) 세상에 뿌린 씨앗들이
 

※ 시사위크는 ‘기사수정이력제’를 통하여 기사가 수정된 이유와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고, 언론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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