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가격이 오르면서 소주가격 인상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 뉴시스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가격이 오르면서 소주가격 인상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소주의 원료로 사용되는 주정가격이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1년만의 가격 인상이다. 올해 초에도 원가부담 상승으로 인한 소주가격 인상 전망이 쏟아진 가운데 이번 주정가격 인상이 소줏값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 2년 연속 주정가격 인상… 올해도 ‘소주 출고가 인상’ 이어질까

업계에 따르면 대한주정판매는 18일부터 주정가격을 평균 9.8% 인상한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지난해 2월 10년 만에 7.8% 오른 것에 이어 2년 연속 인상이다.

대한주정판매에 따르면 주정은 무색‧무취‧무미의 알코올 성분으로 에탄올 또는 에틸알코올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이들이 판매하고 있는 주정은 곡물을 원료로 만든 발효주정으로 대한주정판매가 독점 유통하고 있다. 주정(발효주정)은 소주 등 주류 제조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식음용 알코올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는 진로발효 등 10개의 주정 제조회사가 있다. 이들이 참여해 만든 주정 판매 전담 회사가 바로 대한주정판매다. 대한주정판매는 국내 제조회사들이 만든 주정을 전부 사들여 각 소주업체에 판매한다. 그러면 하이트진로나 롯데칠성음료 등 소주업체들은 대한주정판매에서 주정을 매입해 물과 감미료 등을 추가해 희석식 소주를 만들어 출고하게 되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빈 병과 병뚜껑 등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인건비 등 원가부담이 상승하면서 음식점 소주 가격 6,000원에 대한 관측이 쏟아진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며 가격동결을 요청했고, 소주업계 1,2위를 차지하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가 당분간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혀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18일 주정가격이 오르면서 소주가격 인상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과 2012년, 2022년 등 주정가격이 올랐던 해, 대부분의 주류업체들이 주정가격이 오르고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소주 출고가를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 주류업체들은 소주 출고가를 평균 7.6% 인상한 것으로 알려진다.

◇ “지금은 주류업계와 외식업계 모두 ‘비용흡수’ 필요한 때”

이에 주류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소주의 주된 원료가격은 10% 가까이 뛰었지만 계속되는 소비자물가상승과 식품업계의 잇따른 가격인상으로 정부와 소비자의 시선이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주류업계의 고민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소주 한 병의 가격구조는 절반 정도가 세금인 것으로 알려진다. 소주 원가가 550원이라고 가정하면 주세법에 따라 주세가 72%, 교육세법에 따라 교육세 21.6%가 붙는다. 부가가치세 10%까지 포함하면 1,000원대 초중반에서 출고가가 결정된다. 여기에 중간 유통과정에서 붙는 물류비‧인건비 등을 포함한다고 해도 1,500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소주 한 병이 일반 외식업체에서 판매될 때는 5,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매겨진다. 지난해에도 소주 출고가가 약 80원 올라가자 음식점에서는 1,000원이 뛰었으니 원가부담에도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격인상을 오직 주류업계에만 부담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소줏값 6,000원이 나오게 된 것도 일반 음식점에서 타 비용 상승을 소주가격에 포함시켜 판매하는 부분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외식업체에 모든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 올해 초 전기‧가스비 등 각종 제반 비용들이 한 번에 오른 탓이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최근에 맥주도 가격인상 흐름이 있었는데 소주는 특히 서민들이 애용하는 술이다”라면서 “원료 가격이 오르면 가격인상 부담이 있는 것은 맞지만 가격 반영보다는 비용 흡수가 우선적이라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주업계와 외식업계 모두 가격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공급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외식업체에서도 가격을 올리면 아예 외식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지금 가격을 올리는 것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매출을 줄이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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