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은 친환경, 사회공헌 등 각 부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국ESG기준원 등 전문기관 평가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 유진그룹 홈페이지
유진그룹은 친환경, 사회공헌 등 각 부문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한국ESG기준원 등 전문기관 평가에선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 유진그룹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ESG경영이 강조되는 시대흐름에 발맞춰 잰걸음을 이어오고 있는 유진그룹이 성과 측면에선 아쉬운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주요 기관의 ESG평가에서 저조한 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ESG경영 의지를 상징하는 ESG위원회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ESG경영과 다소 거리가 먼 모습도 포착된다.

◇ 친환경·사회공헌 적극 추진… ESG 평가 결과는 ‘낙제점’

유진기업, 동양, 유진투자증권 등을 핵심 계열사로 두고 레미콘·건자재·금융 등의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온 유진그룹은 최근 사업다각화 및 각 사업부문별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시대흐름에 발맞춘 ESG경영 관련 행보도 눈길을 끈다. 유진기업과 동양은 일찌감치 친환경 레미콘 생산에 뛰어들어 이를 적극 확대해왔다. 유진기업의 경우 지난 3월 환경부로부터 13개 규격의 레미콘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획득하며 총 37개 규격의 환경성적표지 인증 제품을 구축 중이다.

사회공헌 측면에서도 2018년 7월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협의체인 희망나눔위원회를 발족해 사업영역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2020년엔 이러한 활동에 힘입어 유진기업, 동양, 유진투자증권 등 주요계열사들이 사랑의열매 ‘나눔명문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한 유진그룹이 1996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유진복지재단도 오랜 세월에 걸쳐 저소득층 중심의 맞벌이 부부 자녀들과 장애를 지닌 아동들에게 양질의 교육과 보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장애아동 가족지원,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 등에 주력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2016년부터 매년 새해 첫 업무를 기부로 시작하는 ‘기부 시무식’을 이어오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ESG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유진그룹
유진그룹은 2016년부터 매년 새해 첫 업무를 기부로 시작하는 ‘기부 시무식’을 이어오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ESG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유진그룹

유진그룹의 ESG경영은 매년 특별한 새해맞이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유진그룹은 2016년부터 새해 첫 업무를 뜻깊은 기부로 시작하는 ‘기부 시무식’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총 3억원의 성금과 물품을 기탁했다.

뿐만 아니라 유진그룹은 블로그를 통해 ‘유진이는 언제나 애쓰지(ESG)’ 코너를 운영하며 그룹 차원의 ESG 관련 활동을 널리 알리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유진그룹의 이 같은 ESG경영 행보는 특히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실천’을 강조하는 유경선 회장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기관의 평가 결과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한국ESG기준원의 2022년도 ESG평가에서 유진그룹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은 통합등급 B등급을 부여받았지만, 유진기업과 동양은 통합등급이 나란히 가장 낮은 D등급에 그쳤다. 유진기업과 동양은 앞선 2020년도와 2021년도 평가에선 나란히 통합등급 C등급을 부여받았는데, 2022년도 평가에선 등급이 더 낮아졌다.

각 부문별 평가결과도 신통치 않다. 유진기업은 환경과 지배구조 부문에서 D등급을, 사회 부문에서 C등급을 받았다. 동양은 환경과 사회 부문이 D등급, 지배구조 부문은 C등급이다.

또 다른 ESG평가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평가에서도 유진그룹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서스틴베스트는 평가등급이 B등급 이상인 기업만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데 유진그룹 계열사 중 여기에 포함된 곳은 없다.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에서 유진그룹은 대체로 좋지 않은 점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한국ESG기준원의 ESG평가에서 유진그룹은 대체로 좋지 않은 점수를 면치 못하고 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이처럼 적극적인 ESG경영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가기관으로부터 대체로 낙제점을 받은 유진그룹은 ESG경영 의지를 상징하는 ESG위원회도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상장사인 유진기업과 동양, 유진투자증권 등은 물론, 유진그룹 내 모든 계열사에는 아직 이사회 내 ESG위원회가 설치돼있지 않다.

이사회 내에 설치되는 ESG위원회는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중 하나로서 ESG경영과 관련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며 이를 주도한다. 따라서 이사회 내 ESG위원회 설치 여부와 활발한 활동 여부는 해당 기업의 ESG경영 의지를 상징하는 척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서스틴베스트는 ESG경영 이행을 위한 조직 구축 여부를 평가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기도 하다.

한편으론 ESG경영과 거리가 먼 모습도 드러난다. 유진그룹은 최근 오너 3세 후계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물음표 또한 남기고 있다. 유력한 3세 후계자로 지목되는 유석훈 사장의 초고속 승진 행보가 그것이다. 

2014년 유진기업에 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이듬해 곧장 사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합류했다. 또한 2017년 상무로 승진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무를 건너뛰고 부사장에 올랐고, 1년여 만인 지난 2월엔 재차 사장 자리에 올랐다. 승진 속도는 물론, 오너일가라는 점 외에 뚜렷한 성과나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유진그룹의 이 같은 후계구도는 ESG경영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유진그룹의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임직원들의 주가 조작 및 불법 리딩방 운영 의혹, 그리고 채권 돌려막기 의혹 등 내부통제와 관련해 뒤숭숭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유진그룹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없지만 ESG위원회에 대해선 관심을 두고 있다”며 “ESG 강화를 위해 그동안 이어온 여러 활동과 노력을 향후에도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자료 및 출처
2020년도~2022년도 ESG평가 결과
2023. 7. 4. 현재 한국ESG기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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