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기업 노조는 27일 서울 여의도 유진빌딩 앞 거리에서 ‘유진기업 노조 권리수호집회’를 개최했다. / 유진기업 노조
유진기업 노조는 27일 서울 여의도 유진빌딩 앞 거리에서 ‘유진기업 노조 권리수호집회’를 개최했다. / 유진기업 노조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유진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유진기업이 ‘노조 탄압’ 논란으로 뒤숭숭하다. 언론사 YTN 인수로 더욱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 실천이 요구됨에도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반발이 제기된다. 노동당국에서 잇따라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진 가운데, 노사갈등의 실타래가 갈수록 더욱 꼬여가는 모습이다. 

◇ “부당해고 당한 노조 위원장 복직시키고 단체교섭 조속히 체결” 촉구

27일 오전 유진기업 노조는 서울 여의도 유진빌딩 앞 거리에서 ‘유진기업 노조 권리수호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엔 한국노총 화학노조연맹 서울지역본부 소속 노조위원장들이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유진기업 노조가 거리로 나선 이유는 사측의 노조탄압과 지지부진한 단체교섭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유진기업에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된 것은 2022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노조 설립을 주도한 홍성재 위원장은 이전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온 직원이었으며, 오랜 기간 홍보 부문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노조를 설립한 건 희생만 요구하고 존중은 하지 않는 회사의 행태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깃발을 내건 유진기업 노조는 출발부터 험로를 마주했다. 노조 설립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자 유진기업은 홍성재 위원장이 회사 홍보팀 차원에서 관리 중이던 출입기자 연락처를 빼돌렸다며 각 언론사에 노조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이는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됐다.

단체교섭도 난항을 면치 못했다.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부터 진통을 겪었고, 교섭이 시작된 후에도 별다른 성과 없이 대립만 계속됐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쟁의행위에 돌입해 준법투쟁을 벌이기도 했고, 상급단체인 전국화학노조연맹에 교섭을 위임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진전이 없다. 

유진기업 노조 측은 “회사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는 사측 교섭위원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부장, 과장, 대리가 교섭에 나와서 위임장을 받았다는 이유로 교섭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고 하지만 취업규칙으로 단체협약을 사인하자는 위원장의 요구에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상생하고자 했다면 이런 태도로 교섭에 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9월엔 노조위원장이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조가 설립된 지 꼭 1년 만이었다. 당시 유진기업 측은 홍성재 위원장을 출입기자 개인정보 침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사유에 따른 징계로 해고했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12월 지방노동위원회와 지난 4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부당해고 판정이 내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성재 위원장에 대한 복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유진기업은 이로 인해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기도 했다.

유진기업 노조는 “사측은 법을 위반하고도 당당하게 복직시키지 않고 노동위원회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사법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입장만 유지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에게 부당한 해고는 살인이다. 이런 살인을 아무렇지 않게 저질러도 법적 처벌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뿐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노조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부당함을 알리는 것뿐이라는 점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사측을 강하게 규탄한 유진기업 노조는 향후 더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진기업 노조는 “조합원의 결속을 강화하고 조합의 규모를 확대하는 한편 업무의 부조리, 직장 내 괴롭힘, 폭언, 부당한 지시에 대해 양보 없는 법적 대응을 실시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속적인 교섭을 사측에 요구하고, 전국 단위로 노조 연대를 확충하며 여론 형성 및 대외 홍보에도 더욱 힘쓸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노조가 투쟁의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힌 만큼, 유진기업 노사갈등은 향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한편, 이와 관련 유진기업 측은 “현재 한국노총 화학노조연맹과 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라며 “홍성재 위원장의 비위 행위에 대한 회사의 조치는 추후 법원에서 명확하게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바,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선고되면 그 결과를 존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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