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 대출 지난해 말 기준 458조8,000억원 기록해
건설업은 동 기간 103조3,000억… 2019년 대비 72.8% 증가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한국 부동산업과 건설업의 재무 건전성이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대 초반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수준보다 전반적으로 악화됐을 수 있다는 연구기관의 발표가 나왔다.
◇ 늘어나고 있는 기업 대출 규모… 그중 큰 증가세 보이는 부동산·건설업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금융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기업 대출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산업별로 부동산업과 건설업의 대출 증가세가 뚜렷하고, 두 업종 다 최근 들어 유동성은 낮아지면서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이자보상비율도 하락하는 등 재무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국내 기업 대출 규모는 팬데믹 이후 연평균 약 11.8%의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예금취급기관의 기업대출 규모는 지난 2019년 말 기준 1,207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 기준 1,889조6,000억원을 찍어 약 56.4%(681조8,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증가분의 산업별 기여율을 정리해 보면 △서비스업 70.9% △제조업 16.2% △건설업 6.4% 순으로 나타났다. 70.9%의 서비스업 내에선 △부동산업이 26.6% △도·소매업이 13.8% △금융·보험업이 10.8%의 기여율을 보였다.
부동산업의 대출은 지난해 말 458조8,000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9년 말 대비 65% 증가한 181조3,000억원의 증가액을 보였다. 부동산업 대출이 전체 기업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2012년 말 약 13.2%에서 2023년 말 기준 24.3%로 확대돼 11.1%p(퍼센트 포인트) 상승했다.
건설업 대출은 지난해 말 103조3,000억원을 기록, 지난 2019년 말 대비 72.8% 증가했다.
◇ 유동성 낮아지고 부채비율 높아져…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
한국금융연구원이 레버리지(부채를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 것)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총 9,838개 기업(부동산업 7,511개·건설업 2,327개)의 재무제표를 분석해 얻은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업·건설업 모두 유동성이 낮아지고 부채비율은 높아졌으며, 이자보상비율도 하락하는 등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업 기업의 부채비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낮아졌다가 2010년을 기준으로 증가세로 전환, 2022년 345.6%를 찍어 가장 높은 상황을 기록한 후 지난해 295.4%로 다소 하락했다. 지난 2022년 이후로는 유동비율(유동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유동자산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지표, 대략 200%를 안정으로 평가)도 하락했다.
지난 2022년 이후의 고금리 환경과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디레버리징(부채를 축소해 가는 것)이 진행 중인 것으로 한국금융연구원은 판단했으나, 부채비율 상위 25% 기업의 부채비율이 아직 700%를 초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지난 2016년 이후 빠르게 하락해 2023년 말엔 1.08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부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로써 활용되며, 비율이 1미만이면 잠재적 부실기업으로 판단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측은 “특히 3분위 수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이 지난 2016년 10.7에서 지난해 3.1로 하락해 업종 내에서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우수한 기업군도 이자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설업 또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의 유동비율은 2023년 말 기준으로 174.7%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223.7%)에 비해 49%p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건설업의 이자보상비율도 지난해 기준 2.7이나, 이는 지난 2017년 기록한 12.4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이자보상비율 1미만 기업의 대출금 비중은 부동산업과 건설업이 각각 44.2%와 46.6%를 기록해 전체 대출금의 절반 정도를 상환능력 취약한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 기준으로도 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대출금 비중이 부동산업 63%, 건설업이 49.7%로 높은 수준이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업 및 건설업에 대한 신용공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해당 업권 기업의 재무 건전성 수준은 외환위기 이후나, 글로벌 위기 이후인 2009년 수준보다도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동산업 및 건설업에 대한 대출 집중은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더욱 증폭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향후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