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자재비 인상, 인건비 인상 등 긍정적인 부분 없어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진입함으로 인해 건설사들의 부진한 현금흐름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재구조화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위험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가 지난 28일 발표한 건설 산업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공사비 상승, 미분양 증가 및 적재 등으로 인한 공사대금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건설사들의 현금흐름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부동산PF 사업성 평가 개선 방안으로 인해 건설사의 PF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 위축되는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 전망돼
나신평은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사업성 저하와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수요가 위축되는 등 건설업계와 경제의 침체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 수주 규모는 2022년 대비 약 17.4% 감소한 189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주택 착공 물량은 지난 2022년 이후 가파른 하락 추세가 유지돼 지난해 36.2%가 감소했다.
이어 레미콘, 철근 등 주요 건자재 비용과 공사 부문 인건비 등을 반영한 건설 공사비 지수가 지난 2021년과 2022년 가파르게 상승하며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것 또한 한몫했다고 나신평은 평가했다.
레미콘의 수도권 지역 표준 단가는 지난 2020년 이전 ㎥(세제곱미터)당 6만원대를 유지했으나 현재 ㎥당 9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또한, 1톤당 100만원을 상회했던 철근 가격이 소폭 하락해 90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2020년 이전 60만원~70만원 대였음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가격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건설하자 이슈로 철근 및 콘크리트와 같은 원자재 투입량의 증가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공사비 부담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나신평은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 또한 건설업 위축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10월 기준 약 6만가구로 감소 추세를 보였던 전국 미분양 물량은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4월을 기준으로 7만호를 기록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미분양의 큰 비중을 지방이 차지하고 있으나 지난 4월 기준 수도권의 미분양 상승률 또한 증가하는 추세이며, 나신평은 이를 토지 매입원가 및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양가 인상과 고금리 영향에 따라 수요가 위축된 결과로 분석했다.
◇ 부동산PF 사업장 재구조도 부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 착공이 증가했으나 해당 현장들은 공사원가가 증가하기 전 수주됐다. 따라서 공사원가가 급증한 가운데 이들의 영업 수익성은 2023년 이후 크게 저하됐다. 이후의 신규 사업장들의 경우 상승한 공사원가를 반영해 공사마진을 확보하고 있으나 해당 사업장들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중·단기적으로 저하된 수익성은 지속될 것으로 나신평은 평가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해엔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에서 우수한 입지를 바탕으로 초기 분양률이 반등세를 보였으나 오해 1분기 다시 낮아진 바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미분양 리스크 관리 목적으로 신규 분양 자체가 연기됐던 점을 고려하면 미분양 위험은 발표된 지표들을 상회할 것으로 나신평은 전했다.
분양률의 저하는 자체사업장의 분양미수금과 분양불 도급사업장의 공사미수금을 증가시킨다. 뿐만 아니라 추가 원가 발생에 따라 미청구공사 규모가 확대되는 등 건설업 내 운전자금 부담을 확대한다. 건설업 호황기의 주택사업 확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전자금 부담은 좋은 분양성과를 바탕으로 해소할 수 있으나 현재 미분양 적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선 회수 가능성 저하로 중장기적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나신평은 밝혔다.
또한, 부동산PF 부실화 우려가 지속되며, 대주단의 PF 대출 만기 연장 승인 가능성이 과거 대비 하락했으며, 이는 건설사 유동성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5월 금융당국은 부동산PF 사업평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평가 방식에 따르면 사업성 저하로 사업추진이 곤란해 ‘부실우려’등급으로 분류된 사업장에 대해선 상각 및 경·공매를 통해 매각이 추진된다.
기존 PF 사업성 평가에선 구체적인 평가지표 없이 관행적인 만기 연장이 이뤄졌으나 오는 6월부턴 새로운 평가 방식을 토대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사후관리 의지가 더해지며, 부실사업장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나신평은 예견했다.
◇ 나신평, “앞으로 12개월 부진한 업황 지속될 것”
나신평은 향후 12개월 대내외 불리한 산업환경으로 부진한 업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2022년~2023년 연평균 건설투자 규모는 259조원으로 지난 2018년~2021년 연평균 267조원 대비 감소한 가운데, 후행 공정에 접어든 사업장 비중이 증가하고 신구수주 규모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건설사의 매출기반이 축소될 것으로 나신평은 예상했다.
무엇보다도 나신평은 고금리, 고분양가에 따른 부동산 수요 위축으로 높은 미분양 리스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나신평 측은 “분양가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에서 신규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단위면적(㎡) 당 평균 분양 가격은 570만원으로 지난 2020년 말 390만원 대비 약 46.7% 상승했다”며 “동시에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33.7% 상승한 반면, 5대 광역시 및 세종시가 63.4%, 기타지방이 42.8% 상승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처럼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부담이 상승하였으며, 특히 수도권 이외 지방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하면 분양시장 양극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해 예정된 분양물량은 34만5,000가구로 지난해 분양물량이 21만2,000가구였음을 감안하면, 공급 확대에 따라 당분간 미분양 적체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