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임대차 2법’의 영향을 받은 만기물량이 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당 법안의 영향을 받은 시장의 영향을 점검하고 이에 보완·개편이 필요하다는 연구기관의 주장이 나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이하 건정연) 지난 1일 발표한 브리프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의 중요 내용 중 하나인 ‘계약갱신요구권’ 만료는 이달 7월 기준으로 1만3,169가구로 예정돼 있으며, 오는 12월까지 6만4,309가구가 계약갱신요구권이 만료될 예정이다.
이달부터 12월까지 만료 예정된 6만4,309가구는 동 기간 전체 아파트 거래량 대비 약 10.9% 수준이라 앞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국민 주거안정 위해 제정된 법… 건정연,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때
지난 2020년 7월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보장한다는 이유 아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됐다.
해당 법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으론 △기존의 계약기간 2년에 2년을 추가로 늘려 총 4년의 거주를 보장하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의 5% 상한으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있다.
건정연 측은 그러나 당초 법안의 제정 취지와 달리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 △한 번 계약 시 최소 4년을 유지해야 하는 점 등의 이유로 전세가격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이 같은 지적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전세사기 엄정 대응 기관장 회의’에서 ‘임대차 2법’ 제도가 전세사기 확대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바 있으며, 지난 6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는 임대차 2법 제도 폐지에 찬성한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임대차 2법에 대한 존폐 논란이 시작됐다. 한 번 계약이 이뤄지면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하고, 임대료는 올리지 못하는 현실이 전세사기를 발생시킨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건정연 측은 제도 존폐 논란과 더불어 임대차 2법 제도가 시행된지 4년이 흐른 현시점에, 계약갱신요구권이 만료되는 주택들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계약 만료예정 아파트, 전체 거래 물량의 10% 넘어… 시장에 영향 끼칠 수 있어
건정연이 데이터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계약갱신요구권이 만기 예정된 아파트 전·월세 거래 건수는 이달 기준 1만3,169가구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 기준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 9만5,137가구 대비 약 13.8%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아파트 총 6만4,309가구가 계약갱신요구권이 만료될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전체 아파트 거래량인 58만7,888가구 대비 약 10.9% 수준으로 집계됐다.
물량 규모가 1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보일 순 있으나, 해당 추정 가구들은 지난 4년간 전·월세를 한 차례 최대 5%밖에 올리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난 5월 기준 전세가격지수는 전월대비 0.22% 상승해 상승폭이 크진 않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꾸준히 상승 추세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건정연 측은 만료 이후 신규 계약 주택을 중심으로 임대차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시각과 분산된 계약 시점으로 인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건정연 측은 “오는 12월까지 계약갱신요구권이 만료되는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 대비 비중이 10% 내외 수준일지라도 아파트를 제외한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물량이 만기가 될 예정이다”며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공급 물량이 원활하지 않고, 전·월세가격지수는 상승중이기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 건정연, “폐지 아닌 보완·개편 필요할 수도”… 시민단체,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애는 것”
건정연 측은 법안 폐기보다는 보완·개편이 실리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임대차 2법의 실효성 논란에 폐지와 개편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국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법 개정 취지에 맞게 보완·개편하는 방향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건정연 측은 “5% 전월세 상한제 제도로 인해 적정한 시세에 맞춰 계약 갱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계약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입장에서 제도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고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는 유지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 기반은 마련하되,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5% 전월세 상한제는 요율을 개정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시민단체 측은 다른 입장을 표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주거비가 오르는 추세가 너무 가팔라 세입자들에게 주거비 부담을 심화시키고 있어 공공이 개입을 통해 이를 완화하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며 “임대차 2법은 최소한의 규제이지 애매하게 보완 조치라고 말하면서 결과적으로 제도의 도입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소한의 규제가 있기에 세입자들은 4년이라도 거주할 수 있는 것인데 이 규제가 없어지거나 완화된다면 세입자들은 또다시 떠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