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계 전문가와 함께 게임 질병 코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학교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통역사, 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등이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조윤찬 기자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계 전문가와 함께 게임 질병 코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학교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통역사, 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등이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 조윤찬 기자

시사위크|용산=조윤찬 기자  게임을 질병으로 보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시각에 대해 학계에서 동의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여러 환경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WHO의 게임 질병 코드가 충분한 논의 없이 국내 도입되는 일을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 “문제 행동, 다양한 환경 요인들이 작용”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계 전문가와 함께 게임 질병 코드 도입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지난 2019년 WHO ICD(국제질병분류)-11에 게임이용장애를 등록했다. ICD는 여러 국가에서 다른 시기에 수집된 사망과 질병, 손상, 건강 상태에 자료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보고 및 분석, 해석, 비교를 위한 국제표준이다. ICD-11은 11차 개정안이다.

현행 ‘통계법’은 통계청이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개정이 없다면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도 게임이용장애가 등록될 예정이다. WHO의 게임이용장애 판단 기준은 △통제력 손상 △게임 의존성 등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게임을 질병으로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학 연구진이 4년간 연구한 결과, 게임이 문제 행동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는 게임 이용자가 처해 있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들이 선행 요인으로 작용한 영향이 크다는 게 연구 결과다”고 말했다.

영국의 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학교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등의 기술에 중독돼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질병으로 중독이라고 진단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전했다.

네덜란드의 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학계에서 게임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질병코드를 부여하면 일상생활에서 매일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과몰입이나 장애가 있는 것처럼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영국, ICD 의무적 도입 안 해

국내에서 흉기 난동 등의 범죄에 대해 게임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지속 제기된다. 해외에도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지에 대한 질문에 앤드류 교수는 “15년 정도 전까지는 그런 생각이 있었다”며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로 게임이 폭력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앤드류 교수는 “건강보건 정책 연구자 입장으로 보면 게임이용장애는 명확한 정의가 없는 상태”라며 “영국은 ICD-11같은 정책을 도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앞서 ICD-10(1992년 개정안)을 도입하는 건 20년이 걸렸고, 일부는 도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띠 교수는 “WHO가 어떤 연구를 통해 ICD-11를 결정했는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한국처럼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일은 굉장히 좋은 생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문화예술진흥법’은 게임이 문화예술에 해당된다고 정의했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게임에는 배경음악, 예술, 기술이 모두 들어가고, IP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된다”며 게임이 콘텐츠 산업에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간담회가 끝나고 ‘통계법’ 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통계청이 할 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날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시사위크>에 7월 중 게임 질병 코드 관련해 ‘통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강 의원실은 이상헌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통계법’ 개정안 내용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상헌 전 의원이 지난해 2월 발의한 법안은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한다는 부분을 ‘국제표준분류를 참고’한다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할 때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강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게임이 문화예술로 공인되는 등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며 “그러나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게임이용장애가 대표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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