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연미선 기자 롯데그룹이 대규모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임원의 22%가 퇴임해 임원 규모가 지난해 말과 비교해 13% 축소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인사보다 큰 폭이다. 8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하고 최근에는 유동성 우려까지 휩싸였던 롯데그룹은 이번 고강도 쇄신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 오너 3세 신유열 부사장 ‘승진’… 식품‧유통, 사업 일관성 유지
롯데그룹은 28일 롯데지주 포함 37개 계열사 이사회를 열고 CEO 36%(21명)를 교체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롯데그룹의 인사 방향은 △경영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고강도 인적 쇄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 및 성과 창출 △내부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경영 효율성 강화 등으로 압축된다.
먼저 롯데지주 경영혁신실장 노준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다. 또한 롯데지주의 경영혁신실과 사업지원실이 통합된다. 롯데그룹 측은 “신규 조직은 노 사장을 중심으로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강화해 각 계열사 혁신을 가속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지주 이동우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식품군 총괄대표 이영구 부회장,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김상현 부회장, 주요 식품‧유통 계열사의 CEO는 유임됐다. 롯데 식품‧유통군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업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올해 중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사업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오너 3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전무는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에서는 본격화된 세대교체도 주목된다. 70년대생 CEO가 대거 내정된 것이다. 롯데면세점 김동하 대표이사, 롯데이노베이트 김경엽 대표이사 등을 포함한 12명이 신임 CEO로 배치됐다. 60대 롯데 계열사 대표이사 8명(35%)은 퇴진했다. 60대 이상 임원의 50% 이상도 대거 퇴임한다.
한편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지난해 선임된 롯데알미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C USA의 대표를 제외한 10명이 교체됐다. 약 30%에 달하는 롯데 화학군 임원들이 퇴임한 것이다. 특히 60대 이상 임원의 80%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조치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롯데, 향후 전략 어떨까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지주 계열사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모양새다. IBK투자증권은 7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실적 둔화 추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일부 종속회사 실적이 개선되는 추세지만, 그룹 내 주력 사업부인 유통‧케미칼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럼에도 점진적 개선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는 3분기부터 고정비 효율화를 진행하고 있고, 코리아세븐 PMI 이후 수익성 개선과 4분기 롯데케미칼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라면서 “업황 부진 및 경기 악화로 단기적인 부진은 피할 수 없겠지만, 구조적인 노력과 향후 성장 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6일 롯데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오는 2026년까지 3개년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 검토를 통해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운영하고, 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롯데웰푸드는 2028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5%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2028년까지 매출액 5조5,000억원과 부채비율 100% 이하를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쇼핑은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20조,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하는 목표를 내놨다. 연결기준 주주환원율도 35% 이상으로 제시했다. 이외에 롯데쇼핑은 자산의 실질가치 반영을 위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자산 재평가를 실시한다.
롯데그룹은 이번 쇄신 인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영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성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을 물어 본원적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정기 임원인사 체제에서 수시 임원인사 체제로 전환하기도 하는 등 단호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새롭게 개편된 체제로 내년엔 안정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기업가치 제고 계획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1126800557 |
|
|---|---|
| 2024. 11. 26.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 롯데지주 기업분석 보고서 | |
|---|---|
| 2024. 11. 07. | IBK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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