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교육 전문가’ 임주리 마인드가드너 심리코칭센터 대표 인터뷰
“좋은 부모 되려는 부담감 보다 멋진 사람 되기 위해 성장하는 방향 선택해야”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2024년 결혼‧출산‧양육 인식조사’에 따르면 만 25~49세 남녀 2,000명 중 61.1%는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양육은 어렵다는 부담감, 양육비용 부담 등의 사유로 무자녀 남녀(기혼·미혼 포함) 57.5%는 자녀 출산계획이 없거나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만 25~49세 미혼남녀 중 결혼 의향이 없는 경우는 22.8%에 달했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일·가정 양립을 위해선 육아 시간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출산휴가 이후 시점부터 자녀가 12개월이 될 때까진 육아휴직이 선호됐다.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은 18개월 이후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30%대 수요가 지속 확인됐다. 초등 자녀 양육 시까지도 수요는 이어졌다.
미혼 청년부터 아이를 낳지 않았거나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부부까지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이 있다. 예컨대 양육 스트레스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미혼 청년이 갖는 양육의 어려움에 대한 부담을 사회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까. ‘시사위크’는 임주리 마인드가드너 심리코칭센터 대표를 만나 이와 관련해 자세히 물었다.
- 미혼인 청년들에겐 부모라는 위치가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데,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좋은 부모는 어떻게 될 수 있나.
“‘좋은 부모’가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어떤 이유에서인가.
“친구를 사귈 때 저 사람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면서 시작하지 않는다. 친구로 지내다 보면 더 챙겨주고 싶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좋은 부모가 아니라 멋진 사람으로 성장하자. 좋은 배우자가 된다는 것도 상대에게 맞추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아니겠나. 남 좋자고 하는 일이면 부담스럽고 힘들다. 그런데 내가 괜찮고 멋진 사람이 되는 건 좋은 일이다.
첫째 아이를 낳았을 때 이 아이의 인생이 나한테 달려있다고 생각하면서 산후우울증이 왔다. 다른 일은 하다가 잘못하면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는 무를 수도 없고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엔 엉망진창이었다.
아무리 자격증을 따고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현장에 투입하면 다 헤매기 마련이다. 여러 번 해보면서 경험치가 쌓이고 잘하게 되는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도 그렇다. 노력하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제 첫째 아들이 지금 22살인데, 20살이 됐을 때 ‘엄마‧아빠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라고 표현하더라.”
- 양육 스트레스가 부모와 아이 간의 부정적 관계에 일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양육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양육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돌봄을 아이한테 받을 수는 없다. 나 스스로 충족시킬 방법을 우선 찾아야 하고, 혼자가 어려울 때는 배우자나 부모, 친구와 같은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건강 상태가 괜찮은지 뿐만 아니라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해소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고 함부로 대하면 좋지 않은 시선이 따른다. 동료나 친구들이 내 곁을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그런다고 해서 떠나지 못한다. 그래서 부모들은 종종 아이한테 함부로 하곤 한다. 아이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면 다른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아이한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점검해야 한다. 스스로 안 좋은 상태라면 양육에서 잠깐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공동 육아 방식을 추천해 볼 수도 있다.”
- 공동 육아라면.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두고 같은 동네에 사는 4~5집 정도가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한 번 아이를 맡아준 적이 있다. 예컨대 한 집에서 파자마 파티를 하고 모여 자거나, 주말 오전에 근처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뛰고 놀아주면, 나머지 집은 양육에서 벗어나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모이면 부모들끼리 고민을 나누면서 서로 위로하고 풀기도 쉽다.”
- 최근 저출산이 이슈다. 비용 부담이나 양육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되곤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하거나 지원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양육 과정에선 부모와 아이가 일상을 같이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어려서부터 집안일도 놀이 삼아서 같이 해보고,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와 대화하며 일상이 공유돼야 한다. 그래야 칭찬거리도 생기고 인정해 줄 것도 생긴다. 그만큼 육아휴직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돼야 한다고 본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같은 규모가 큰 조직에서는 한 사람이 육아휴직을 쓰거나 육아를 위한 단축 근무를 하게 될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대체 인력이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쉽게 해결될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판단한다.
다만 비용 측면에서 사교육비나 육아용품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안타깝다. 사실 아이들에겐 비싼 육아용품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요새는 잠깐 쓰고 말 것에 과도한 비용을 들이는 듯하다.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배우겠다고 하는 것까지 막을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뭔가 하고 싶어지기 전에 부모가 계속 뭔가를 시키면 아이들은 의욕을 잃기 마련이다.”
- 사회문화적으로 인식의 제고가 있어야 한다면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가.
“공동체 의식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본다. 최근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많이 보인다. 내 아이만 특별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거나 나만 존중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혹은 내 아이가 존중받아야 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존중받아야 한다.”
- 아이의 문제 행동은 부모와의 관계나 부모의 문제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이와 관련해 부모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는데.
“책임의 문제라고 보는 건 오류라고 판단한다. 부모가 아이를 키우니 부모가 원인이 맞다. 하지만 이 말이 부모가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문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부모도 자기 부모에게 올바른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빈도의 차이고 강도의 차이일 뿐이다. 이렇게 만든 ‘부모의 책임’이 아니라, 그 사람이 겪은 어려움이고 아픔이다.
부모한테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책임론으로 가서는 안 된다. 아이한테 혹은 그 부모에게 이런 도움이 필요하다고 솔루션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사람들이 ‘너는 나빠. 문제가 있어’라고 받아들이며 함몰되는 것. 해결책을 가지지 못한 채 성장 과정을 겪었던 사람에 대해 옳고 그름 혹은 좋고 나쁨을 판단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 사회가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관용적이어야 하듯이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도 그래야 한다고 이해하면 되나.
“그렇다. 아이를 기르는 데 있어서 좋은 본을 만나보지 못한 아이가 부모가 될 수도 있다. 연령이 낮은 아이뿐만 아니라 지금 부모가 된 이 아이도 돌봄이 필요하다. 지금 하는 부모 교육도 지구상에 태어난 아이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는 이 아이(부모)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것.”
- 지금까지 여러 강연도 하면서 부모 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일부러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에 빠졌을 때였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좋은 엄마가 될 자신도 없고, 남편은 여전히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데 나는 거울 앞에 서면 잠 못 자고 초췌해진 모습으로 세상으로부터 잊히고 있다는 심리적인 게 컸었다. 이때 한 선배가 육아서를 선물해줬는데, 이 과정에서 책에 나온 대로 적용도 해보고 차이점도 발견하면서 글로 적었던 적이 있다.
여기에 댓글도 많이 달리고, 또 거기에 답글을 달아주고 하다 보니 공부를 더 하게 됐다. 처음에는 영재 만들기로 부모 교육을 시작했는데, 이후엔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또 부모가 정서적으로 안정이 돼야 하고 치유 받아야 했다. 그래서 코칭하고, 가족 치료를 공부하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
- 앞서 언급했던 ‘셀프토크’와 연결될 것 같은데.
“맞다. 지금도 과거와 비슷한 자료를 가지고 강의하는데, 셀프토크로 나 자신을 인식하기 전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 알았어요. 죄책감을 느껴요’라고 반응했다. 그때 스스로 내면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내가 내 부모에게 아이를 이렇게 키우면 안 됐다고 알려주고 싶은 신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 교육 강사가 돼서 남의 부모를 앉혀놓고 혼내듯이 강의한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에는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 수 있는지 희망을 얻고 가요’라는 반응이 많아졌다.”
- 모든 부모는 부모가 되는 것이 처음일 때가 있다. 전해주고 싶은 꼭 필요한 말이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건 치유와 성장을 가져다주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누군가한테 중요한 사람이 되고,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를 아이한테 받곤 한다. 아이는 그냥 나라서, 자기 엄마라서, 자기 아빠라서 웃어준다. 그런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는 아이들이 부모를 필요로 하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또한 아이를 사랑하는 과정은 사랑이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임을 깨닫고 이를 실천해 볼 수 있는 경험이다. 연애를 처음 시작할 때는 상대를 위해 다 해주고 싶다가도,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하는 순간 안심하면서 주기를 멈추고 받으려고만 하면서 관계가 깨지지 않나.
부모는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아이가 살았으면 하는 멋진 모습으로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고, 먼저 멋진 사람이 되는 것을 통해 부모도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꿈꾸던, 진짜 괜찮고 멋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부모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