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를 포위해 경내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를 포위해 경내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나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이 국회를 포위해 경내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장 민주당은 “목숨을 걸고 국회를 지키려 했던 국민 탓을 하는 건가”라며 반발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시위대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는 반박이 나왔다.

나 의원은 전날(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선포 당시) 민주당 의원님들은 어떻게 일찍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오셨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부랴부랴 국회 경내로 들어오려 했을 때 이미 민주당 지지자들로 국회가 모두 포위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원들은 국회 경내로 들어가려다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심한 말만 듣고, 우리 모두 당사로 복귀해서 (계엄) 해제 요구를 (했다)”며 “저희가 당사에 있었지만 (계엄 해제와 같은) 똑같은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국회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을 민주당 지지자 탓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자 민주당에서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 해제 표결 불참 이유가 계엄에 반대한 국민 때문이라는 나 의원,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고 일제에 저항한 국민을 밀고한 자들의 인식과 도대체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한준호 최고위원도 “국민의힘 의원 90명이 비상계엄 당일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와 관련해 나 의원이 아주 기가 막힌 변명을 늘어놨다”며 “그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서 국회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가 됐고, 그 내용이 언론 보도를 통해서 국민이 많이 알고 있다. 거짓말도 정도껏 하라”고 직격했다.

이어 “국회를 포위한 것은 경찰이고 본인이 당사에 도착한 때에 담 넘어 국회로 들어온 국민의힘 의원도 분명히 있었다”며 “그런데 어떻게 감히 민주당 지지자를 걸고넘어지는가”라고 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계엄군을 막으러 온 국민들 때문에 국회에 못 들어왔다고, 목숨을 걸고 국회를 지키려 했던 국민들 탓을 하는 건가”라고 반발했다. 그는 “정말 정신 좀 차리라. 나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그날 한걸음에 달려온 국민들 덕분”이라며 “진짜 참담함을 금할 수가 없다”고 적었다.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국회 안 ‘빠루 경원’ 사태 등 나 의원의 어처구니없는 숱한 논란이 늘 있었지만, 이제는 하다 하다 내란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시민들을 비난하는가”라며 “본인의 내란동조 행위에 대한 책임을 국민 탓으로 돌리다니, 그저 황당하고 분노스럽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반박이 나왔다. 박상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의 국회 앞 상황을 설명하며 “시위대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박 전 대변인은 “시위대는 방송에 나오던 나를 알아봤고 우리 당 대변인인 것도 알고 있었지만, 국회 내부 상황을 예의 있게 물어봐 줬다”며 “시위대는 전혀 적대적이지 않게 대답해 줬다”고 밝혔다.

이어 “종종 알아보는 분들도 있었으나 시위대는 내게 전혀 위협을 가하거나 욕설을 하지 않았다”며 “시위대는 장갑차를 손으로 두드리고 있었지만 특별히 어떤 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나 의원은 민주당 지지자의 험한 말에 국회로 가지 못했다 한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담벼락을 넘다가 피딱지가 질 정도로 무릎이 까졌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170명 정도가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뭐가 무서웠던 건가. 전쟁이 나거나 이번 계엄 같은 유사 사태가 벌어질 때 국회에 갈 용기 정도는 있어야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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