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 “위성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 데이터 받아 그대로 송출”
국토지리정보원 “어제부터 오늘까지 위성지도 수정 이력 없다”
기존 지도 데이터 2023년 12월 자료… 최신 데이터, 공항 전체 블러 처리 돼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포털사에서 제공하는 위성지도에서 무안국제공항이 갑자기 블러(흐리게) 처리돼 의문을 낳고 있다.
무안공항은 최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곳이다. 제주항공 여객기는 1차 착륙 과정에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발생했고 고어라운드(복행, 재이륙) 후 재착륙을 시도하려 했다. 그러나 엔진 동력 상실 및 랜딩기어(착륙 장치, 비행기 바퀴)가 내려오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고 낮은 고도에서 선회를 해 활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동체 착륙을 하게 됐다.
문제는 동체 착륙을 하는 과정에 속도가 줄어들지 못했고 결국 무안공항 활주로 남쪽(01) 끝부분에서 약 267m 밖에 있는 로컬라이저(계기착륙시스템) 흙더미(둔덕)에 부딪혀 항공기가 반파됐다.
이에 언론에서는 로컬라이저 둔덕 하부가 콘크리트로 설계된 점을 지적하면서 국토교통부예규 및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의 공항 설계 기준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 활주로 끝단부터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까지 거리를 측정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위성지도를 활용했다.
그러나 30일 오후까지 문제없었던 포털사이트의 무안공항 위성지도는 31일 오전 돌연 형체를 명확하게 알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블러 처리가 됐다. 무안공항뿐만 아니라 인천국제공항 등 국내 공항 대부분이 블러 처리됐다.
통상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에서 ‘블러’ 처리가 되는 경우는, 보안시설이거나 군부대 등 국가의 안보 등과 관련된 주요 시설물에 해당할 때다. 국가보안시설의 경우, 위성지도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서 애초에 데이터를 변형해 포털사로 전송한다. 일반인들이 군 시설 등을 볼 수 없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안국제공항은 민간공항으로,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불과 하루 전에도 활주로와 주요 시설물의 위치가 확인 가능하도록 지도정보가 공개됐던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부나 포털사가 제주항공 참사 직후 국민에게 공항의 시설 및 규모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일부 제한하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A 포털사 측은 “위성지도는 국토지리정보원 데이터를 받아 그대로 송출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고 타 포털사도 동일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는 데이터를 임의로 수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간 사용하던 위성지도 데이터가 지난해 12월 기준 자료였는데, 무안공항 등의 위성지도가 현재와 차이가 있어서 최근 위성지도를 최신 데이터로 업데이트 했다”고 말했다.
B 포털사 관계자도 “이번 항공기 사고로 인해서 별도의 조치를 취한 바는 없다”며 “사고 전과 후 지도 데이터는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도 동기간 데이터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국토부나 정부로부터 위성지도 수정 요청을 받은 것도 없고, 12월 30∼31일 기간 동안 데이터 수정 이력도 없다”며 “포털사 측이 위성지도 데이터를 송출하기 전에 블러 처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포털사가 국토지리정보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위성지도 데이터를 임의로 재가공(수정)해 온라인에 올리더라도 문제가 없나’라는 질문에는 “기본적으로는 우리(국토지리정보원)가 제공한 정보를 그대로 올리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양 포털사와 국토지리정보원의 주장을 종합하면 위성지도 데이터는 재가공 없이 그대로 송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국가보안시설 등 중요시설의 경우엔 정보를 제공하는 측에서 사전에 블러 처리한 후 포털 등에 전송하는 게 절차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최근 국토지리정보원이 포털사에 제공한 최신 위성지도 데이터 자체가 공항 등 국가시설에 대해 모두 흐릿하게 보이도록 블러 처리가 된 것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만큼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공교롭게도 대형 참사가 발생한 직후 주요 공항의 위성지도가 비공개(블러) 처리된 것은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으로, 어떤 식으로든 명확하게 밝혀져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