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은 9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년 상반기 롯데 VCM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 뉴시스
롯데그룹은 9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년 상반기 롯데 VCM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 뉴시스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올해 상반기 롯데 VCM이 9일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유동성 위기설까지 확산됐던 가운데, 올해 롯데그룹은 고강도 쇄신을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이목이 쏠렸다.

◇ “본원적 경쟁력 강화해 수익성 높여야”

롯데그룹은 9일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년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VCM은 롯데그룹이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진행하는 경영진 회의다. 이날 VCM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 사업군별 대표, 계열사 사장 등 주요 경영진 80여명이 모두 참석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상반기 VCM에서 대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그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는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해 경영 성과를 평가하고 재무‧HR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전략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올해 첫 VCM에서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이어 “빠른 시간 내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정기 임원인사 시즌에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구조 개편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자산의 실질 가치 반영을 위해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자산 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동빈 회장은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회부 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룹의 본질적인 쇄신을 위해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CEO들이 지켜야 할 올해의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에서 실적 부진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 롯데
지난해 롯데그룹은 주요 계열사에서 실적 부진 장기화가 이어지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 조치를 취한 바 있다. / 롯데

◇ 주력 사업 ‘유통‧화학군’ 강화… AI 등 신사업 발굴도 ‘주목’

지난해 말 롯데그룹을 둘러싸고 유동성 위기설(說)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업계서는 해당 풍문이 커진 데에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 장기화가 일부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왔다. 실제로 롯데지주와 롯데케미칼‧롯데면세점 등은 지난해 8월 전사적인 비상 경영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롯데케미칼은 수익성 악화로 2조원 규모의 회사채가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진행된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방향도 고강도 쇄신과 경영 체질 혁신, 구조조정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 결과 롯데그룹 전체 임원 규모는 전년도 말 대비 13% 줄었고, CEO도 36%(21명)가 교체되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인사가 단행됐다. 이는 팬데믹 시기인 2021년 임원인사보다 큰 폭이다.

특히 롯데 화학군은 총 13명의 CEO 중 10명이 교체됐다. 또한 60대 이상 임원의 80%, 전체 화학군 임원의 30%에 달하는 임원들이 퇴임했다. 롯데그룹은 롯데 화학군의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유통 분야 임원은 대체로 유임됐지만, 자산 재평가와 함께 점포 효율화 작업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등을 비롯한 매출 하위권 점포들이 정리 대상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세븐‧롯데면세점 등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롯데온의 경우는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 희망퇴직을 받았다.

한편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 강화에 더해 AI 등 신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앞선 2일 신동빈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본격적인 AI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당부한 가운데, 롯데그룹은 9일 VCM에 앞서 ‘AI 과제 쇼케이스’도 선보였다.

롯데그룹 9개 계열사는 쇼케이스에 참여해 AI 우수 활용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날 롯데이노베이트는 생성형 AI 플랫폼인 아이멤버(Aimember)를 활용한 회의록과 보고서 자동 생성 기능을 시연했다. 대홍기획은 광고 마케팅 플랫폼인 에임스(AIMS)를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선보였다. 롯데건설은 안전 관리에 AI 기술을 적용한 사례 및 구체적인 기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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