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희망 80.5%, 하지만 월세 비중은 60% 돌파
임대인 “금리도 낮은데 목돈 받아도 투자 힘들어”
전세사기 여파 아직 있을 수도… 종합적으로 봐야

지난 2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월세 계약이 전세보다 약 7만가구 이상 더 많아 60%의 비율을 넘긴 가운데 주택 임차 의향 가구 중 80.5%는 임차 형태로 ‘전세’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아파트 전경./ 뉴시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월세 계약이 전세보다 약 7만가구 이상 더 많아 60%의 비율을 넘긴 가운데 주택 임차 의향 가구 중 80.5%는 임차 형태로 ‘전세’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한민국의 아파트 전경./ 뉴시스

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지난 2월을 기준으로 한국의 월세 계약이 전세보다 약 7만가구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로 치면 60%를 넘긴 규모다. 하지만 주택 임차 의향 가구 중 80.5%는 임차 형태로 ‘전세’를 희망해 엇갈린 결괏값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월세 계약이 높아진 배경으로 금리 인하 등으로 인해 임대인들이 월세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월세… 전세보다 약 7만건 더 많아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주거시설 28만4,435가구 중 월세로 계약한 건수는 17만9,648건(63.1%)을 기록해 근 1년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절댓값으로 비교해 보면 월세가 전세보다 7만4,861건 더 많아 월세 계약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의 전월세 비중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전세는 40%대 초반 △월세는 50%대 후반으로 꾸준히 양분돼 왔다. 지난해 12월 한차례 월세 비중이 60.6%를 기록한 적이 있으나 전세보다 4만6,628건 많았을 뿐이다. 지난 2월 월세가 전세보다 7만4,861건 많았던 점과  비교하면 거래량에서부터 차이가 크다. 이후 올해 1월, 월세 건수가 지난해 12월보다 1만3,093건 줄며 비중은 바로 내려갔다.

다만 올해 2월은 사정이 다르다. 애초에 월세 계약 건수 자체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11개월간 평균 월세 계약 건수는 12만520건이다. 반면 지난 2월 월세 계약 건수는 17만9,649건으로 평균보다 무려 5만9,129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따져보면 그 비중은 더 달라진다. 수도인 서울의 경우 월세 비중은 67%로 평균보다 높다. 지방의 경우 △대전 72.4% △부산 71.4% △울산 69.3%처럼 70%를 넘기거나 근접한 경우도 있었으며 제주의 경우 82%를 기록해 전국에서 월세 비중이 가장 높았다. 

무엇보다 월세 거래량을 의식하듯 월세 가격 또한 점점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세 시장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값인 주택 월세가격지수에 따르면 2021년 6월을 기준시점으로 설정했을 때 100을 넘어오다 △지난 2019년 99.9 △2020년 99.4를 기록하며 잠시 낮아졌다. 그러나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세사기가 발생한 2022년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해 2023년 103.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5년 102.8보다 높은 수치다.

임대인의 월세 선호 증가했을 수도… 전세사기 여파도 고려해 봐야

월세 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임차 의사가 있는 가구는 높은 비중으로 ‘전세’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금융 및 보금자리론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 임차 의향 가구 중 80.5%는 임차 형태로 ‘전세’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지역의 향후 전세 임차 의향률은 91.8%를 차지해 매우 높은 전세 선호도를 보였다. 광역시도 78.9%의 비율로 전세를 선호했으며, 서울도 76.8%를 기록했다.

현재 월세로 주택을 계약해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 A씨는 시사위크에 “전세라는 제도의 인식이 많이 나빠진 건 사실이고 나라에서 보증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그렇다고 해서 매달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야 하는 월세가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전세대출이 그렇게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한국의 경기가 좋지 않고, 전망 자체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불안도 사회에 만연해 갑자기 큰돈을 은행에서 빌리는 건 리스크가 커 어쩔 수 없이 월세 계약을 할 수밖에 없다”며 월세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거래정보가 게시돼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거래정보가 게시돼 있는 모습./ 뉴시스

다만 임대인의 경우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은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목돈을 받았다가 한 번에 돌려주는 것보단 월세를 꾸준히 받는 게 생활에 더 도움 된다는 의견이다.

현재 서울에서 아파트를 임대해주고 있는 임대인 B씨는 시사위크와의 대화에서 “당장 월세가 들어오지 않으면 내야 할 세금 납부조차 어렵다”며 “목돈을 받아도 금리가 낮기 때문에 은행에서 나오는 이자도 적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상업용 부동산을 임대하고 있는 임대인 C씨도 “투자에 자신이 있거나 뚜렷한 목적이 있어 큰돈이 필요하면 전세로 내놓을 순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월세로 돌려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게 더 낫다”고 언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두고 여러 의견을 내놨다. 임차인 입장에선 전세사기로 인해 목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시장을 좀 더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설명도 언급됐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2022년부터 전세사기가 터지기 시작하고 비아파트 거래는 2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전세사기의 후유증은 아직 있다”며 “젊은 2030세대들은 월세를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전세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고, 사회적 분위기 자체도 전세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 앞으로 월세로 넘어가려는 현상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임대차 2법’이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4년이 도래한 만큼 앞으로 전세값은 더 오를 것이란 설명도 이어졌다. ‘임대차 2법’은 크게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로 구성되며, 세입자가 원하면 기존 2년 전세계약에 2년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또한,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한다.

고하희 부연구위원은 “임대인들 입장에선 4년 동안 묶여 있던 전세가가 이제야 풀린 것이고, 한 번 계약하면 4년 동안 묶여 있어야 하는 만큼 당연히 더 올려받을 것”이라며 “대출규제도 더 심해진 마당에 전세에 머물고 있었던 젊은 세대들은 월세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더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은 조금 복합하다”며 “전세포비아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은 전세값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 역전세로 인한 보증금 반환 리스크는 조금 낮아졌으며. 지방의 경우 차익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면서 임대수익을 받으려고 하는 임대인이 증가해 월세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랩장은 비아파트의 경우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 안전을 더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전세가율을 보증보험이 가입한 수준으로 낮춰야 하는 경우가 있어 일부는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면서 월세가 늘어나는 것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동안 이런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다시 한번 금리를 낮췄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0.25%p(퍼센트포인트) 낮춘 연 2.75%로 하향 조정했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는 장기적으로 시장금리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임차인 입장에서 낮은 금리는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다.

다만 함 랩장은 “금리가 하락한다는 것은 목돈을 은행에 넣어 봐야 그다지 큰 수익을 거두기 힘들고, 월세로 전환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보다 높아 임대인의 월세 선호 현상이 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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