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조윤찬 기자  민간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등급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3년 기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등급분류한 618건의 게임 가운데 68%(420건)가 청불 등급이었다. 게임위는 불법 게임물을 관리하는 등 사후관리 중심 조직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민간에서 등급분류를 하고, 다시 게임위가 청불 등급으로 재분류할 때마다 게임업계와 이용자들의 불만이 표출돼왔다. 해당 결정을 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아 폐쇄적인 심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민간의 청불 등급 심사에선 논란이 없을지 주목된다.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청불 등급 심사를 민간등급분류기관 대상으로 허용했다. 현재 민간등급분류기관은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다. 기존 ‘게임산업법’상 민간은 전체·12세·15세 이용가 등급분류 업무를 할 수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에서 위원회를 갖추고 심의하는 곳은 GCRB뿐이다. GCRB는 2013년에 민간등급분류기관으로 지정되고 현재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GCRB는 2023년 304건의 게임을 등급분류했는데, 청불 등급 심사를 하게 되면 처리 건수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GCRB가 당면한 과제는 회의록이다. 개정안은 민간등급분류기관이 등급분류 및 등급 재분류 업무 등과 관련된 의사결정 회의록을 작성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미 같은 조항에는 ‘등급분류 업무와 관련된 게임위의 자료요청에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따를 것’이라는 내용이 명시된 상태다.

이에 게임위를 통한 회의록 공개도 가능해졌다. GCRB는 자체 ‘등급분류 규정’에서 회의록을 작성하고 영구 보관한다고 했지만, 회의록은 공개된 바 없다. 문체부에 따르면 회의록 작성 의무를 둬 향후 정보공개청구를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문체부 측은 GCRB와 회의록 공개방식에 대해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2027년 이후에는 게임 등급분류의 민간 완전 자율화(사행성모사, 아케이드 제외)를 이루는 게 목표다. 지난해도 문체부 측은 “GCRB의 회의록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여러 문제를 개선한 다음 민간이양을 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회의록 공개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게임위를 통해서 공개할 수도 있고, 회의록을 GCRB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는 것도 충분히 협의로 가능한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회의록 내용도 문제다. 최근 게임위 등급분류 회의록을 보면 위원들의 논의 내용이 담겨있지 않고, 해당 안건에 대해 전원일치 표결을 했다는 내용 정도만 있다. 회의 과정은 물론 없고 결과에 대한 위원들의 간략한 의견도 없다. 홈페이지에는 위원회 구성원들이 공개되지만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민간에서 이러한 수준의 회의록을 따라 할까 우려스럽다. 이에 투명한 등급 심사를 위해 문체부에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 등급분류 회의록에 위원들의 회의 과정이 등장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게임위와 GCRB에 개선할 것을 얘기해보겠다”고 말했다.

국회 법안소위는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더라도 회의록에서 이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소수의견이 나온다. 이견이 없다면 게임심의 위원들이 각각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등급분류 업무의 민간 이양은 게임위와는 차별화된 등급 분류를 보여주길 바라는 기대 속에 이뤄졌다. 민간에서도 폐쇄적인 등급 심사가 반복되면 야당이 추진하는 일반인 심사위원단 참여 방안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문체부는 민간에서 이용자가 수용할 수 있는 심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심의 기준 개선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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