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강우 기자  최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두고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정부는 지난 2월 잠·실·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하 토허구역) 지정을 해제했다. 다만 겨우 한 달 만에 이를 뒤집고 오히려 강남·서초·송파구에 이어 용산구 소재 전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항상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라는 말로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정작 이 정책에 영향을 받을 사람들의 의사는 방영이 잘 됐는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확대 지정이 이뤄질 때 정부는 “부동산은 시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로 주택시장의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책적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어 “주택 시장은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독점이나 투기 등으로 시장이 왜곡될 경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실패를 모르는 집단인 것처럼 들린다.

일단 토허구역을 지정하면 부작용이 잇따른다. 거의 국가공인으로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는 곳’이라고 낙인이 찍히며, 그 주변으로 투기가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정책이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음을 전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영등포·마포·광진·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것이 좋은 정책이다”며 “일시적 지정으로 당장 거래를 억제할 순 있어도 이미 지정 해제를 통해 가격이 변동하는 것을 본 시장은 다음에도 해제되면 또 상승할 거란 시장심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정부마저도 이런 부작용을 알고 있다. 또한, 토지거래허가구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함도 알고 있다. 정부는 “토허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선 실거주 가능한 경우만 거래가 허가돼 매수자는 선택의 제한을, 매도자는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며 “토허구역 지정으로 인해 주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로 과거 반포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있었다”고 토허구역 지정 발표 때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를 전혀 공감하지 못 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삶의 터전이 돼야 할 주택이 투기의 대상으로 변해 갈등을 만드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건축이 기대되는 아파트 단지일수록 이런 기조는 더 심해지며, 비싼 땅 위에 올라가 있는 오래된 아파트가 가장 좋은 먹잇감이 된다. 다만 핀셋 지정을 통해 불이익을 당하는 제한 지역 거주자들의 의견이 무시돼야 한다는 점이 걸린다. 토허구역 지정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정부는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토허구역에서 거래 허가를 받기 위해선 1주택자, 입주 후 2년 실거주 등 여러 제약이 따른다. 급전이 필요해 집을 팔아야 해서 매수자를 찾았지만, 이런 제약에 따라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허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규제로 집을 팔지 못하는 개인이자 대한민국의 국민이 져야 한다. 누군가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 누군가의 불편함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안타까운 점은 오늘날엔 부동산을 ‘거주의 대상’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며 소유하고자 하는 곳이다. 정착하고, 뿌리를 내리고 미래를 꿈꾸기 위한 보금자리다. 어느 한순간 치고 들어와서 팔아제끼는 게 아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잘살고 있는 아파트에 웬 곳에서 사람이 나와 “이곳에서 누군가가 주택을 사서 팔아제끼니까 앞으로 내가 통제한다”고 하면 어떤 느낌일까? 게다가 평생 살아왔던 내 아파트를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과연 합리적인 일일까? 앞으로 부동산뿐만 아니라 특정 제품, 아이템 가격이 폭등하면 이것들도 거래허가제품으로 지정할 것인가? 만약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소금이 너무 비싸지면 소금도 거래허가품목으로 지정하고, 실 섭취 용도가 아니면 거래가 불가능하게 만들고 국가 공무원의 허가를 일일이 받게 만들어야 할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공급하고, 대체재를 더 많이 찾아낼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통제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특정 지역의 사람들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이 과연 좋은 방식일까. 이쯤에서 우린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