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경선 불참과 대선 불출마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판이 흔들리고 있다. 중도층과 수도권에서 소구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 후보의 이탈로 이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를 외친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윤심 대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탄핵 찬성파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무주공산이 된 중도 보수층의 표심을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요동치는 국민의힘 경선
오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부터 김문수‧한동훈‧홍준표 등 국민의힘 대권주자 ‘4강’으로 불리며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 이전부터 출마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돌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4강 구도에 지각변동이 생기게 됐다.
오 시장은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얻은 수도권 인지도와 더불어 중도 확장성을 가져 당내 의원들에게도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명태균 게이트’ 관련 수사, 토지거래허가제 번복로 논란으로 지지율 부진을 겪으면서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당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대선주자로 추대하자는 ‘한덕수 대망론’이 그의 불출마 결심에 쐐기를 박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 시장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보수가 어려운 시기에 오 시장이 나서지 않아 지지하던 당원들의 실망이 클 것 같다’는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우리 당이 대선 국면에 진입해서 너도나도 ‘대선후보 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가 과연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냐”며 일침했다.
오 시장에 이어 유 전 의원도 13일(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 불참을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보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은 제대로 된 반성과 변화의 길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재명을 상대로 이기겠다는 생각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는지 묻는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이 여론조사에서 다른 당을 지지한다고 답하는 경우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둔 채 대선 후보 경선을 진행하는 점을 비판해 왔다. 그는 지난 1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은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으로만 여론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라고 직격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 불출마를 밝히며 “어디에 있든 제가 꿈꾸는 진정한 보수의 길을 계속 갈 것”이라며 “옳지 않은 길에는 발을 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의원은 14일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탈당한 뒤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이나 제3지대를 통해 대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도 보수에 가까운 오 시장과 유 전 의원이 경선에서 이탈하면서 미소 짓고 있는 쪽은 친한(친한동훈)계다. 12‧3 비상계엄을 막고 윤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등 중도에 소구력이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친한계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유 전 의원과 오 시장을 지지했던 분들은 ‘합리적인 보수’ 쪽이라고 봐야 된다”며 “그분들을 지지한 분들이 탄핵을 반대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인 분들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덕수 추대론’은 신경 쓸 게 아니다. 우리가 봤을 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타격을 입는 것이지 한 전 대표는 (노선이) 선명하다”며 “오히려 좋은 쪽, 호재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