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대선 경선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손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전 대표와 제대로 된 승부를 겨루기 위해서라도 보수 진영에 드리운 ‘탄핵의 그늘’을 걷어 내야 한다는 취지다. 동시에 당권 구도를 흔드는 ‘윤심(尹心) 팔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1차 경선 진출을 확정한 유정복 인천시장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이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잊자”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우리는 ‘윤 어게인’이라는 말로 자해하며 과거에 살고 있다”며 “언제까지 과거에 매여 미래를 망치는 자해행위를 할 것인가”라고도 했다. 그는 전날(15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도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들이 보기에 그렇게 썩 좋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조기 대선 국면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거리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대표적 ‘찬탄파’인 김상욱 의원은 지난 7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을 향한 징계 압박에 대해 “나보다는 당헌에 위배된 윤 전 대통령이 징계대상”이라고 했다. 조경태 의원도 같은 날 한 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으면 필패”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탈당 요구로 이어졌지만, 본격 경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잠시 주춤해졌다. 대선을 앞두고 당 차원에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면서다. 당 윤리위원회 징계 논의를 대선 시까지 중단키로 한 것은 대표적이다. 진영 간 대결 구도로 펼쳐질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속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 지도부가 ‘해당 행위에 대한 엄격·가혹한 처리’를 공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상황은 당내 경선 국면에서 ‘윤심(尹心)’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모습이다. 실제 일부 대선 주자들은 윤 전 대통령과 만나거나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른바 ‘윤심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당 내부에서 새어나오는 ‘한덕수 차출론’ 역시 윤심과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경선 흔드는 ‘윤심’… 당내 비판 ‘솔솔’
당내 경선이 ‘윤심’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내 불만도 커지고 있다. 친한계가 그 중심에 섰다. 친한계 인사로 분류되는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전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대통령이 윤심을 발신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윤심 팔이해서 표 얻으려고 하는 후보들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대선 주자로 나선 한동훈 전 대표도 이날 같은 라디오에서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민심이 윤심보다 5,000만배 더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윤심에 집착하는 모양새가 궁극적으로 당의 중도 확장성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대선 패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곽규택 의원은 이날 YTN ‘뉴스파이팅’에서 “중도층의 표심을 가져오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윤 전 대통령의 입김이라든지 후광에 기대 대선을 치르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 당 내부 경선에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본선에서 이재명 전 대표를 이기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맞지 않는 전략”이라고 했다. 김재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하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국민의힘 후보들이 윤심과 거리 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수 지지층이 여전히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해 있는 상황에서 경선을 앞두고 이를 마냥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에 대해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이러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7~9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자 중 상당수가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정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계속 지지하고 정치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좋다’가 37%, ‘중립적 입장에서 법적 절차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가 36%였다. 반면 ‘출당을 시키고 정치적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 23%로 나타났다.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심의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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